[2013.1.11.] 라구요

참, 이상하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빨리 한국 못가서 안달난 사람처럼

한국가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이것도 할 수 있고, 이것도 먹을 수 있고, 누구도 만날 수 있고…

하면서 손꼽아 기다리던 것이 –

이제 한달반정도 남아버리니깐.

한국가더라도 이런 제약이 있고, 바로 무엇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이거 이렇게 하려면 돈이 얼마가 들고…

하는 걱정이 들면서

그냥 마음이 차분해졌다.

한국보다 우즈벡에 있기 때문에

불가능의 영역속에 속한 것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 불가능의 영역속에 있는 것들을 한국간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플랜에서 그것들을 할 필요도 없는 것들일 때가 많다.

어찌보면 그 불가능의 영역속에 있던 것들의

가짓수를 세었던 것은

그래서 – 내가 우즈벡에서  이렇게 힘든거야, 그래서 내가 특별한 것을 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거야

라면서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마음의 발로였던 것 같다.

사실 –

그저 글을 좀 써야 한다면-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영화에 앞서 그것의 줄기를 구성하는 글을 먼저 써야하니깐)

어디에 있던 그게 무슨 상관일지언가.

그냥 텅 빈 공간안에 있었다고 해도-

그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아주 옛날에 그런 일기를 쓴 적도 있었지.

나를 아무도 모르는 방 안에 두고

그 안에서, 마치 썩은 동물처럼…. 바닥을 쳐가면서-

지독하게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뉘앙스의 일기를.

이어령씨가 작가 김승옥씨에게 권유했던 것처럼

어떤 낭만성에 휘말려서 썼던 일기였지만-

우즈벡에 있든

한국에 있든

한 구석 방안에서 뭔가를 해야한다면

나는 우즈벡이든, 한국이든 그것은 아무런 제약조건이 되지 않는구나.

마치 나는 허공에 떠버린 사람처럼 지내도 괜찮을 정도구나.

내겐 아무런 핑계라곤 있을 수 없구나.

라고-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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