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업]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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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0시부터 시작하자고 했고 나는 1시간 일찍 학교로 향했다. 캠코더, 삼각대도 점검하고 시나리오랑 콘티도 한부씩 나눠주고 그러려면 조금 일찍가야겠다 싶었던 것. 그런데 건물 앞에 연출을 맡았던 학생이 서성이면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어떻냐고 오늘 잘 될 것 같느냐고 물어보니, 씨익 웃으면서 그냥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도 씨익 웃었다. 그리고 한 켠에선 조금 부러워지기도 했다. 오늘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겠지만, 어쨌든 오늘 내일이 지나면 네가 연출한 작품을 얻겠구나- 하고.

콘티작업을 워낙에 잘 해놨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는 달리 걱정할 게 없을 듯했다. 학교를 배경으로 찍게끔 되어있었고, 학교 어느 장소인지도 미리 계산하고 그린 콘티였다. 이제 문제는 기술적인 것들. 캠코더 설정과 모자란 실내 조명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그리고 삼각대 등등. 촬영을 맡기로 한 애가 먼저 와서 같이 이야기하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촬영시간이 부족할테니- 연출을 맡은 학생에게 캠코더 설정법을 알려주었다.

캠코더 자체가 현장사업을 할 때 이런 학생 참여형 멀티미디어 수업을 지향하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달리 별 문제는 없을 듯 싶었지만, 또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은, 그 만큼 사용에 제한이 있을 거란 이야기이다. Progressive에 1920*1080 해상도 지원에 Auto Focus 등의 조작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수동 노출과 수동 포커스 조절을 원할하게 이뤄낼 수는 없던 것. 연출을 맡은 학생이 캠코더를 이리저리 만져보더니만 저심도와 매뉴얼 포커스에 관한 질문을 한다. 매뉴얼 포커싱은 가능하지만, 가정용 캠코더의 한계로 저심도는 어느 정도까지밖에 구현이 안 되었다. 그래도 수동조작이 일정정도 가능하다는 것이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캠코더, 삼각대 등이 문제없음을 확인하고, 시간이 되자 다른 스탭들과 배우역을 맡은 애들이 속속들이 모였다. 우선 어떤 씬부터 해야할지, 이것저것 모여서 토의들을 하다가 우선 나가자!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첫 씬은 간단한 대화씬으로 했다.

▲ 촬영구도 토의 ▲ 모니터링중

예상처럼, 첫씬 구도 잡는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콘티를 잘 그려놓긴 했지만 카메라 위치가 여기가 좋은지 조금 더 가까이가 좋은지, 줌을 더 당기는 것이 좋은지 또 배우의 움직임이 조금 어색하다던지- 등등의 것들로. 단순하게 롱샷으로 건물 앞까지 걸어가는 씬인데, 그것만 찍는데 거의 한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았다. 아직 스탭 역할 분배도 문제였다. 카메라맨을 미리 정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생들이 자꾸 이게 더 좋을 거라면서 카메라맨을 자청하기도 했다. 나는 맡은 역할분배를 잘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나머지는 옆에서 지켜봐주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의 역할들을 잡아가고, 그 안에서 합의들을 보기 시작했다. 첫 씬이 구도 잡는데만 거의 30분이 걸리고, 여러가지 재촬영, 재촬영 등으로 또 20분 가량 걸렸었는데- 다음씬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배우역할을 맡은 학생들도 처음에는 너무 어색해 해서 자꾸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고, 그랬었는데 점점 역할에 몰입해갔다.

▲ 도서관 내 촬영 ▲ 컴퓨터센터 앞 촬영

주로 실외촬영을 먼저했는데, 나중에는 주변에 구경꾼 같은 학생들이 조금 걸리적거렸을 뿐 다,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언제 소품이랑 배우 의상 컨셉이랑도 맞췄었는제 배우역할을 맡은 애들도 씬이 바뀌자 거기에 맞춰서 옷도 갈아입고 오고- 전체적으로 첫 촬영인 것 치고 매우 순조로웠다.

그리고 실내촬엉. 실내촬영의 문제점은 건물 안에 조명이 너무 부족해서 카메라를 대면 너무 어둡고 칙칙하게 나온다는 것. 그런데 이걸 예상이라도 했던지 어디서 탁상용 스탠드 조명을 대가면서 촬영을 감행했다.

딱히 내가 옆에서 도와줄 게 없을 정도로 순조롭게 잘 진행이 되어갔다. 예상했던 것처럼 1일차 촬영으로는 부족해서 다음날 일요일까지 촬영이 이어졌다. 일요일에는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실외촬영에 무리가 좀 생겼었는데, 오히려 창가에서 비를 바라보는 씬을 넣음으로써 재주좋게 넘어갔다.

▲ 비가와서 우산을 받치고 촬영 ▲ 여배우 분장

전체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면 연출, 촬영, 배우역할을 맡은 애들로 주요 역할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 외의 스탭들이 약간 붕 뜨는 문제. 특히 아쉬웠던 것은 연출이 조연출을 맡은 애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서 현장 통제 및 주요 일을 그 쪽에 전담했으면 했는데, 둘이 뭔가 사이가 좋지만은 않은 듯 해서 그게 잘 안됐고- 초반에 잘 따라가던 스크립터가 몇몇 테이크를 놓치는 바람에 씬, 컷, 테이크 넘버가 뒤엉켜버렸다는 것. 꽤나 아쉽게 생각됐던 부분이지만, 첫 촬영에 임하는 학생들 치고 훌륭했다. 정말로.

이렇게 저렇게 촬영이 모두 종료된 이 후에는, 학생들에게 소감을 묻는 간단한 인터뷰를 해보았는데 다들 힘들고 어려웠지만(이 말을 꼭 빼놓지 않았다 ㅋ)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고, 그 과정이 꽤나 재미있었다고 했다. 함께 작업에 임해준 서로에게 감사하며,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한다고들… 그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이제, 편집을 잘 해야 하는 것.

▲ 촬영을 마치고 단체사진 ▲ 다른 촬영팀 단체사진

촬영까지 마쳤으니- 이제 편집단계다.

컴퓨터 앞에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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