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속학부는 인포르마티카 학부로 B 빌딩 3층에 주로 위치해있었다. 컴퓨터실이 4실 정도. 그리고 회의실 같은 곳이 한 곳 있었다. 이중에 교실 한 곳의 협조를 얻어 하는 방안도 생각 안해 본 것은 아니지만, 학기 중에 현장사업을 진행하게되면 현지 선생님들이 진행하는 수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따로 추가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사업을 한 공간은 코이카 컴퓨터 선생님의 전용교실로 쓸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어차피 학교에 지원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컴퓨터를 현지 선생님과 공유해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다른 기관의 현장사업 경험담을 들어보면 관리문제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코이카 봉사단원이 2년 주기로 바뀌다 보니, 직접 현장사업을 진행한 단원이 아닌 후임 단원의 경우 교실 및 기자재의 보유현황을 잘 모르게된다. 그러면 그 사이사이에 학교측에서 기자재 일부를 가져가서 마음대로 써버리거나, 교실 자체를 공유한답시고 아예 뺏어버린다거나 그런 일들이 있는 것. 기자재나 교실을 뺏어버리고 또 새 기자재를 구입하거나 새 교실을 가꾸어 달라고 요구하는 기관도 있다고 한다.
어떻게 협의가 잘 된다치면 내가 정규수업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게는 전용사무공간의 필요성도 절실했다. 컴퓨터 교사들이 주로 수업이 없을 때 대기하는 회의실 형태로 돼있는 곳은 있었지만 그야말로 회의실 형태인지라 거기서 따로 수업준비를 한다거나 학생들과 만남의 장소로 활용한다거나 그러기엔 부적합했다. 정규수업 뿐이 아닌 방과후수업 시간표를 자유롭게 짜고, 전용 사무공간을 마련하고 전용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고 그러려면 인포르마티카 학부에서 독립한 교실을 필요로 했다.
그러면 그런 공간이 어디 있느냐? 있었다!
그건 B 빌딩과 마주하고 있는 G 빌딩 3층. 바로 언어학부 강의동의 한국어 교실이 있는 층이었다. 본래 G 빌딩은 층마다 계단 바로 맞은편에 빈터를 크게 마련해두고 있었는데 3층은 그 빈터를 가로막아 컴퓨터실을 가꾸어 둔 것.

▲ G빌딩 계단 맞은편 컴퓨터실
교실공간은 깨끗한데, 컴퓨터가 너무 노후된 바람에 아무도 안 쓰는 컴퓨터들이었다. 컴퓨터마다 코이카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도 오래전에 현장사업으로 마련한 것들이 분명했다만,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니!
나중에 알아보니 이 곳 컴퓨터실은 2003년 쯤에는 코이카 컴퓨터 단원에 의해 수업공간으로 활용되었던 곳이었다. 수업 기록도 남아있고, 교실 출입일지 등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어쩄든 기껏 현장사업으로 마련했던 공간이니, 업그레이딩 리모델링만 조금 하면 수월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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