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업] 현장사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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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국내합숙 중에 ‘현장사업’ 이이라는 걸 교육받았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우수사례로 남미 쪽에 도자기를 굽는 도자기 가마단지 같은 것을 새로 만들어서 그 곳의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켰다는 내용과 체육관 같은 것을 지었다는 것 등등의 교육을 들었다. 정말 저런 우수 사례는 전 세계에 걸쳐 열손가락도 채 안되겠지 하고 추측하면서도 나도 파견이 되면 현장사업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엄청난 규모는 아니더라도 이왕 파견 나간 것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가능성들을 활용하는 게 낫지 않겠니? 하는 막연한 소망.

우즈벡에 오고 나의 활동기관이기도 한 세계경제외교대에서 현지합숙훈련을 받게 되었다. 아직 정식 파견이 되기 전이기 떄문에 파견되면 도대체 무슨 활동을 하나 궁금증이 쌓이기 마련. 여러 갈래에서 들려오는 각종 우즈벡 컴퓨터 단원들의 활동 및 기관 정보등을 수집하면서 파견되면 현장사업도 한번 진행해 보고 싶다 라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런데 세계경제외교대는 시설이 그리 낙후되지도 않았고, 코이카 쪽에서 수년전에 도서관 건물을 지어주는 등 자금 투자가 대규모로 된 바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그런건가… 그러면 못하는 건가 보다… 했다. 그런데 또 얼마 지나고 사무소 쯕 의견을 물을 기회가 있어 관련 내용을 살짝 물어보니

“그것과는 상관없고… 필요하다면, 현장사업을 해야하죠.”

라는 답변을 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우즈벡 생활 정보 및 단원 생활 정보 등등은 입담으로 돌면서 그게 맞는 건가 보다- 하는 식으로 도는 것들이 많다 보니 확실한 근거 없이도 아마 그럴 거다 가 그거다 라는 식으로 굳어지는 경우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깐 선배단원들이 이야기 해준 것이라고 해서 100% 믿을 필요는 없는 것. 어쨌든 필요하다면 현장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내가 우즈벡 입국 초반부터 현장사업에 나름 열을 올렸던 것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현장사업 자체를 하고 싶었던 막연한 소망도 있었지만 남들에게 하지 말하지 않은 더 큰 이유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컴퓨터 수업도 컴퓨터 수업이지만 그 외 별도로 내 취미/특기 이기도 한 영상만들기 워크샵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해보고 싶었던 것. 그런데 그건 파견 국가의 지원 인프라가 열악하거나 파견 기관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 파견기관인 우즈베키스탄의 세계경제외교대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제 그 사용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코이카 현장사업과 함께 하면 좋겠다 싶었던 것.

그리고 OJT 기간이 다가왔다. OJT 는 현지합숙훈련 중에 파견기관에 직접 가서 파견되기 전에 미리 조율 등을 하고 기회가 되면 시범수업도 진행해보는 기간이다. 내 OJT 기간에는 선배단원의 수업이 종료시점에 있던 지라 시범 수업은 없었고 기관 사람과 시설 등을 점검하는 기간이었다. 세계경제외교대는 정규수업의 커리큘럼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코이카 단원이라 하더라도 그 커리큘럼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전 선배단원은 C++ 프로그래밍 수업 위주로 진행을 해 왔었는데, 나로서 C++ 프로그래밍 수업은 무리였다. 이유는 내가 C++ 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 그래서 조율해본 결과 1학년 수업 위주로 맡기로 했다. 그래서 한 학기에 MS Word, Excel, PowerPoint, Adobe Photoshop 을 다루고 다음 학기에는 HTML을 위주로 다루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 선배단원이 하던데로 3-4 컴퓨터실을 현지 컴퓨터 선생님과 함께 쓰기는 문제가 많았다. 함께 쓰는 컴퓨터실이기 때문에 컴퓨터가 윈도우부터 해서 프로그램까지 전부 러시아어로 설치되어 있었다. 더욱이 엑셀은 함수마저 러시아어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 교실에 빔 프로젝터를 띄울만한 마땅한 기기는 커녕 교사용 컴퓨터조차 없었다. 다른 현지 컴퓨터 선생님의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학생들은 컴퓨터를 쓰고 교사는 행동지시를 모두 말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나로서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행동지시를 말로 하기 위한 현지어 실력이 되지 않을 뿐더러, 러시아어가 아닌 우즈벡어를 배운지라 사용환경을 말로 지시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C++같은 경우는 그래도 프로그래밍 ‘언어’ 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칠판수업으로 가능하다 쳐도 파워포인트나 포토샵을 교사용 컴퓨터와 시각 보조자료 없이 어떻게 진행한다는 걸까. 막막해졌다. 더욱이 이게 듣고 싶은 학생만 듣는 방과 후 수업도 아니고, 엄연히 성적처리까지 해야하는 정규수업인데다가 나랑 같은 커리큘럼의 수업을 현지 컴퓨터 선생님도 동시에 진행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지 못하면 나한테 수업 듣는 학생들만 운 나쁘게 되는 것 아닌가. 도움을 주겠다고 갔는데 오히려 민폐만 끼치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이와같이 영상제작 같은 별도 프로젝트는 커녕 정규수업의 진행 환경에 문제가 있었던 것. 이거이거- 정말 현장사업을 해야겠구나, 그것도 정규수업을 제대로 진행하려면 매우 신속하게 진행해야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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