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학기:PPT4] 발표시험 (2011.11.07)

오늘은 발표시험 날.

학생들에게

  1. 우즈벡 경제
  2. 우즈벡의 유명한 대학
  3. 우즈벡 음식
  4. 우즈벡 전통명절

의 4가지 주제를 주고 택 1 하게 한 다음 발표준비를 해오라고 했다.

파워포인트로 작성해야 하며 반드시

  • 슬라이드 마스터를 이용할 것
  • 트랜지션이나 애니메이션을 이용할 것
  • 페이지 넘버를 삽입할 것
  • 다이어그램이나 그래프를 활용할 것.

이란 4가지 조건을 걸었다.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학생들이 왔다.

학생들에게 발표준비를 했느냐고 묻자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열심히 파워포인트 파일을 열어 이것저것 수정하기 시작. 어떤 이는 거의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이도 있다. 그래도 하도 약속을 잘 안 지키고, 자습도 잘 안 하는 학생들이라 준비안하고 뻐기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다들 준비를 해왔다. 어떤 이는 정말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사진과 함께 준비를 해오기도 했다. 그래도 다들 내가 내건 4가지 조건을 잘 지키진 않았나 보다. 수업을 시작하려 하니 페이지 넘버를 어떻게 삽입하냐, 슬라이드 마스터를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둥 묻기 일쑤. 직접 찾아보라고 하고, 약 10분의 준비시간을 줬다. 이렇게 조용한 적이 없더니만 다들 프레젠테이션을 급히 수정하느라 정적속에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소리만 딸깍딸깍.
그리고 발표를 시작. 조금 쑥쓰러워 하면서도 자신이 준비한 주제에 대해서 왈라왈라~ 를 했다. 사실 학생들이 말을 너무 빠르게 하는 바람에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사실 발표내용보다는 파워포인트에 내가 내건 조건을 잘 지켜서 만들었나 그리고 전체적인 발표 구성 정도만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좀 찍기도 하고 그러면서 들었다. 텍스트마다 애니메이션을 넣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준비한 학생이 있는 반면, 바로 직전에 급조해서 겨우겨우 발표하는 학생도 있었다. 미리 준비해 온 학생들은 거의 만점을 줄 생각이었다. 그래도 첫번째 시간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다들 잘한 편이었다.
문제는 두번째 수업시간.

학생들의 거의 반절이 미리 준비해오지를 않았다. 왜 안해왔느냐고 묻자 연휴인줄 알고 안해왔다고 한다. 연휴인줄 알면 수업시간에는 어떻게 왔는지 참. 내게 분명 저번시간에 만일 연휴가 아니라면 정상대로 준비해오라고 했건만 학생들은 암튼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내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면도 있겠지 하면서 20분의 시간을 줬다.

20분 동안 참 난리였다. 어떤 여학생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면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이 저 여학생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집에 보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은 다른 수업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혹은 다른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생뚱맞은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며 이걸로 하면 안돼겠냐고 한다. 직접 만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니까, 왜 안되냐고 내게 항의를 한다. 주제를 바꾸더라도 내가 줬던 4가지 주제중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계속 불만을 표시한다. 별로 대꾸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내버려뒀다.

암튼 20분이 지나고 학생들의 발표시작. 미리 집에서 준비해 온 학생들은 다들 열심히 준비를 해왔다. 사진도 많이 첨부했고, 효과도 많이 주는 등 열심히 한 티가 났다. 그런데 문제는 아까 내게 항의를 표하던 그 학생. 그 학생은 뭐가 불만이었던지 내가 발표를 보고 있으면 아마 내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있다. 그리고는 자기 발표때는 다른 학생의 발표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배경과 타이틀 글씨 몇가지만 바꿔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나는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자 왜냐고 또 항의한다. 다른 학생의 발표자료를 베껴서 안된다고 하자 궁시렁 대면서 자리에 앉는다.
사실 좀 속상하다. 컴퓨터 수업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데도 정규수업이기 때문에 들으러 오는 것도 좀 그렇고, 내가 현지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도 그렇고 내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대한답시고 너무 풀어준건가 싶기도 하다. 권위주의적인 교습방법을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그냥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등의 문제는 기대하지도 않았고, 생각하지도 않은 문제였는데 학생들 중 일부가 저렇게 말을 안 듣고, 자꾸만 꼼수를 쓰니 맘이 상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성질을 버럭 내버릴까 갈등하긴 했는데, 이건 하나의 시험이기도 했으니 그냥 시험이야 자기 책임의 문제이니 그냥 객관적인 점수를 줘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 게 있었다면 아까 몸이 아프다고 울면서 집에 간 여학생의 발표를 다른 학생들이 대신 열심히 준비를 해가지고, 또 대신 발표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 우리 같으면 아무리 친해도 이건 그/녀의 성적처리이기 때문에 간섭하면 안되고 그렇고 싶지도 않아 할텐데, 참 오지랍도 넓지. 한 서너명이서 뭔가를 열심히도 하더니만 그 여학생의 발표자료를 만들어가지고는 대신 발표까지 했다. 이건 또 점수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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