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합숙] 각자 부임지로

uzh_gakja

멀게는 우르겐치부터 가깝게는 사마르칸트까지, 다들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제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고 갔고,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는 사무실 차량에를 올라탔다. 언제나 이별의 순간은 지금 일어나는 일 같지가 않아서 그 순간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들 떠났을 때야, 없구나. 이별했구나, 하게 되는 것 같다.
타쉬켄트에 사는 단원들의 짐들을 바쁘게 날라주고, 저녁을 먹고, 내가 이제부터 살아야 할 ‘내 집’ 에를 왔다. 아직 혼자는 아니었다. 사마르칸트에 가는 성현이가 차 시간에 맞지 않아 타쉬켄트에서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정리되지 않은 집에는 앉을 곳도 마땅치가 않아서 침대에 걸터앉고 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뭘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냥 앉아서 우두커니 있을 뿐이었다. 전까지는 정말 빡빡한 일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기숙사 방 안에 혼자 앉아있다가도 금새 다른 동기단원이 내 방을 들락날락해서 가만히 있을 겨를이 없었다. 나 또한 별 할 일이 없을 때면 다른 동기단원의 방을 들락날락하기 일쑤였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속에서 합숙훈련을 받던 우리는, 나름 하나의 공동체 식구가 된 것이었구나.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에게 익숙하게 지내 왔던 것이구나. 싶었다.
날이 길어졌다지만, 창 밖이 어두워질 때가 다 됐다. 창문 너머 또 다른 아파트가 나를 마주하고 있고, 가로등불이 켜진 거리에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지금 있는 이 공간이 나의 움터일진데, 왜 이리도 허전할까. 뭔가 방 문 하나만 열면 사람들이 “왜 이제 왔어, 기다리고 있었잖아.” 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익숙해지겠지.

내 속 텅 빈 공간을 우즈벡의 그 ‘어떤 것들’ 이 채워주겠지.
그 ‘어떤 것들’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이
2년 동안의 내 임무일테지.
그리고 나도 우즈벡의 누군가들에게 무언가를 채워줘야 하는 거겠지.

하고, 주문을 외우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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