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거야, 아마 떨어질 거야 “
하는 마음이었지만 막상 1차 서류가 통과되고 나니깐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온통 코이카에 마음이 쏠려 벌써부터 간다면 어디로 가지? 나한테는 어떤 언어를 새로 배우는 게 유리할까. 모집국가가 세네갈, 르완다, 에콰도르, 파라과이, 베트남, 우즈벡,방글라데시아 등등인데 이 중에서 어디가 제일 나랑 맞을까? 아프리카면 너무 덥지 않을까?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면 좋겠는데,등등의 김칫국들. 그래서 면접 준비보단 각 국별 정보를 더 많이 알아봤던 것 같다. 그래서 알아낸 것은 코이카에 지원하는 단원들은 대게 남미쪽을 선호하고, 아프리카 쪽이 제일 인기가 없다는 것. 남미 쪽은 에콰도르>파라과이로 세네갈>르완다 로 치안이 좋다는 것 등이었다. 아시아 계열은 그다지 많이 알아보지 않았다. 떠난다면 좀 멀리 떠나고 싶었다. 내가 굳이 치안이 좋은 것으로 가고 싶었던 것은 갔다 온 많은 단원들이 남는 시간에 뭐할지를 철저하게 세워놓아야 할 정도로 남는 시간이 많다고 했으니. 난 남는 시간에 왠만하면 좀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러니 밤 중에도 팽팽 돌아다닐 수 있는 치안이 좋은 곳이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던 것. 그리고 아시아 계열이 좀 어렵게 생각됐던 것은 언어문제 때문이었다. 아시아는 거의 제 국가 고유언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남미는 식민지 영향으로 스페인어를, 아프리카는 불어를 많이 쓰고 있었다. 그래도 각 국의 고유언어보다는 유럽어(?) 쪽을 배우기가 편할 것 같았다. 그건 내가 독문학과라서 그런 것도 있었다. 예전에 아는 형이 술먹다가 지나가는 말로 “독일어랑 불어를 잘 하면, 영어는 그냥 된대. 독일어는 문법이 복잡한 언어고, 불어는 발음이 복잡한 언어라서.”라고 했던 말도 있었다. 이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뭐 그래도 영어랑 가까운 언어를 배우면 영어랑 좀 더 친숙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소망 때문에. 겨우 1차 붙어놓고, 완전 김칫국이 따로 없었고 봉사활동 가면서 따지는 것도 수없이 많은 뺀질이가 따로 없다 ! 하지만 막상 2차 면접을 볼 때까지 각 지망 국가들을 3개씩 써서 내야 하는데, 각 국별 정보는 전혀 없으니 결국 이런저것 따져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람이니깐.
결국 난 1지망은 세네갈, 2지망은 우즈벡, 3지망은 에콰도르. 로 적었다. 나도 남미쪽이 제일 끌리긴 했으나 경쟁률도 높다고 했고, 막상 가려고 하니 시끌벅적한 곳이 왠지 싫어졌다. 그냥 한적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네갈은 정말 정보가 희귀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는 치안이 제일 양호한 축에 속하고, 아직 프랑스의 영향권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발달했다고 했다. 거기다가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여서 해산물이 풍부할 것 같았다. 그리고 우즈벡은 아시아 계열에서 그래도 하나 써봐야 될 것 같아서 써 냈다. 이 곳은 지리상으로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것 같아서 (나중에 알아보니 터키가 너무 커서 그런 것도 아니더라) 써서냈고, 에콰도르는 남미 중에서 파라과이보다는 치안이 좋다고 해서 썼다. 각 대륙(?) 별로 하나씩 써낸 셈이었고 그중 제일 마음이 가는 쪽은 세네갈과 에콰도르였다.
이렇게 지망국가를 선택하고 보니 면접일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 가끔 시간 날 때 엑셀의 피벗 테이블이나 부분합 등을 연습해 봤을 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던 터라 그때부터 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코이카 지망자 모임 까페 등을 들어가보니 기출문제 및 예상문제 같은 것이 좀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 관련 직무적성면접은 내게 너무 고난이도 였다. 왜냐면 내가 해왔던 작업은 거의가 프로그래밍과는 관련이 없고 그래픽 관련 업무였기 때문에 너무 생소했다. 프로그래밍을 좀 공부해보고자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봤지만 뭔말인지도 모르겠는 ‘객체지향’ 이란 말만 끊임없이 등장했다. 그래서 찾다찾다 그 놈의 ‘객체지향’ 이란 개념만 대충 알아듣고 말았다. 솔직히 제일 걱정되는 것이 직무적성면접이었기 때문에 3일 동안 남는 시간에는 컴퓨터 관련 개념들만 찾고 있었다. 그리고 면접 하루 전날 밤이 돼서야 그 동안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 지도 생각을 안해놨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소개가 그래도 제일 중요한데. 하면서 종이에 막 적어보자니 뭔가 손발이 오그라들고, 어차피 생각해놔도 그대로 못할테니깐 하고 자버렸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깐. 하면서… 예상문제에는 심지어 영어자기소개도 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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