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준비] 코이카 봉사단 지원서를 제출하다

내가 코이카 얘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대학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때였다. 아는 친구가 잠깐 언급해줬을 때는 그게 뭐야 하고 콧방귀를 꼈지만, 집에 와서 코이카 관련 정보를 열심히 찾아봤다. 졸업을 앞두고 있던 터라 뭐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기웃대기 일쑤였다.

정보를 찾아보니 코이카는 제법 솔깃한 제안이었다. 전공은 “독어독문학과” 였지만 해외연수는 커녕 여권조차 없던 나였다. 아르바이트로 해외배낭여행 할 돈 정도는 모았었지만, 나는 그런 한달짜리 배낭여행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만 가면 훈장처럼 걸린 구라파 유명 관광지 앞에서 ‘브이자 인증샷’ 혹은 멋진 자연 풍경 앞에 대못처럼 서 있는 인증샷들이 뭔가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가서 사진만 찍고 오는 것은 아니겠지. 눈요기, 입요기도 실컷 할 수 있겠지. 거기서 느끼는 바도 크겠지. 하고 동경의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걸 위해 대학 등록금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경제적 여유만 더 있었더라면 나도 충분히 신나게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방학 석달 내내 알바해서 한달 여행한다고 생각하니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코이카가 내게 제일 끌렸던 점은 현지문화 그리고 현지인들과 직접 맞부딪히며 생활한다는 환경때문이었다. 아무리 오랫동안(정말 장기간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배낭여행을 떠나더라도 느낄 수 없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막상 지원분야를 살펴보니 내게 딱 맞는 지원분야가 별로 없었다. 1전공인 “독어독문학과”는 그 어떤 곳과도 관련이 없었고, 2전공인 “국어국문학과”가 그나마 “한국어 교육”과 맞아 떨어졌지만 “문학”만 공부했지 “어학” 쪽과는 담을 쌓은지라 막막하기만 했다. 더욱이 “한국어 교육” 쪽은 경쟁률이 좀 높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 자격 획득자 정도는 되어야 합격률이 있다는 말에 더 암담했다. 내 적성이나 이제껏 해왔던 것과 제일 맞춰본다면 “컴퓨터” 분야가 나와 맞았지만, 관련 자격이나 공식적인 경력이 전무했다. 중학교때부터 홈페이지를 만들고 마치 프리랜서(?)처럼 제작 아르바이트도 여럿 했지만, 관련 법인이나 기업에서 일한 것은 아니었고, 대학교때 수 많은 유인물과 자료집을 다 디자인했지만 이것도 포트폴링오 외에는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우선 1차 서류접수부터 난관이었고, 우선 지금은 안돼겠다고 하고 마음을 접었다.

원래 졸업을 하고 연극기획사를 다니면서,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의 대학원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준비해야할 게 만만치가 않았다. 조금 여유를 두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대가 끝나기 전에 뭔가 외도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1년간 심신이 너무 지쳐있던 탓도 컸으리라. 다시 코이카로 눈을 돌려봤는데, 예전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이 졸업하면서 E-test 자격증을 땄고, 기획사를 다니면서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거기다 1년간 일하면서 그래픽 및 영상 편집 일을 맡은 것을 경력사항으로 적어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일을 그만둔 시점에 코이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011년 1차 봉사단 모집공고가 나와 있었다. 시기상으로도 잘 들어맞았고, 난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격증이 충분하지도, 컴퓨터 관련 전공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밑 특기는 모두 컴퓨터 관련 이야기로 채워넣었고, 경력 관련 얘기는 내가 했던 것을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냈다. 심혈을 기울여서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솔직히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안되면 다음에 또 지원해도 되고, 계속 안되면 그냥 말지 뭐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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