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죄, 기독교, 국가

“죄 – 사과/회개 – 용서 – 구원”

“나(우리)는 죄인입니다.”

이것은 기독교의 출발점이다.
죄를 지었으니 사과를 하긴 하는데, 도무지 응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응답은 내가 이 몸뚱이로 존재하고 있는 한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것은 하늘나라인지 지하나라인지로 날아가야 ‘신’ 이 사과를 받아들였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종일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내내 ‘그’에게 사과를 해야만 한다.
“ 그래요, 나는 죄인입니다 ” 를 항상 중얼거리면서 다녀야한다.
그가 쫌생이어서 이 정도로 된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럼 왜 우린 태어나자마자 ‘죄인’ 이 돼버렸는가?

그건 우리 조상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혈통주의자들 같으니라고!)
아주 먼먼~ 무려 AD 30년에 죄 많은 우리 조상이 신의 아들 ‘예수’를 비참한 형벌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 아들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
근데 ‘예수’를 살해한 사람들은 우리랑 다른 인종(?) 아닌가요? 라고 반문하면 인종주의자라고 오히려 낙인찍힐게 뻔할테다. 외계인의 눈에 다 똑같은 인간처럼 보이듯, 신의 입장에서 인간은 다 똑같은 인간으로 보인다고 이해하면…. 뭐 그럼 그렇게 될 수 있겠군.

신과 예수

신(예수)은 생각하면 할 수록 참 독특한 존재다. 우리가 원죄를 앉고 태어났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에게 사과해야 함은 물론, 살면서 만든 우리의 새로운 죄에 대해서도 그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그래야만 신께 용서를 받고 구원을 받는다.
“신 – 사과/회개 – 용서 – 구원”
대충 이런 공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해서 그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그래야만 천국간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대답은 들을 수 없으니 사는 동안 내내 그에게 사과를 하자. 열심히 한 노력이 가상하고, 가상한데 설마 지옥의 불구덩이로 나를 밀겠느냐.

“죄(인간) – 사과 – 용서(인간)”

영화 “밀양” 에서 아들을 유괴살해당한 전도연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기독교로 입교(?) 한다. 그리고 종교의 힘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유괴범을 용서하겠다는 마음으로 유괴범 앞에 선다. 그런데 전도연이 용서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유괴범은 평온하디 평온한 얼굴로 신께 용서를 빌어 회개했다고 말한다. 열폭! 전도연!

전도연이 받아야 할 사과를 도대체 왜 신은 가로채버렸단 말이냐 !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원죄 케이스야 뭐 예전에 신의 아들 죽였다니깐 사과하면 되는데, 그는 왜 남이 받아야 할 사과까지 대신 가로챘단 말인가. 그것은 신이 무한한 능력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는 대납(대신수납) 받기도 하나보다…. 헐
그 이후, 전도연은 신한테 막 대들기 시작하는데, 신은 역시 묵묵부답. 뭐 속으로 “죽었을 때 두고보자”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후세계와 있든, 없든 지금 알지 못한다면 차후의 문제로 두고.
우선 우리 살아있는 사람끼리 잘 살아볼라고 친다면

누군가에게 죄를 지었다면 그에게 사과를 하고, 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정말 당연한 커뮤니케이션 아니겠는가.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 나올 법한 얘기군.

* 또 다른 경우

용서라는 대답을 들을 수 없어 계속 사과해야만 케이스와
선물을 받아놓고 이것을 갚을 경우가 없어 계속 부탁을 들어줘야만 케이스는

놀랍도록 흡사하지 않은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선물을 받았는데, 그 선물의 가치는 물질적 가치로 측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은혜로운 마음으로 계속 부탁을 들어줘야만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국가’ 로 부터 ‘국민이라는 지위’를 ‘선물’ 받았는데 그 가치를 물질적 가치로는 측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은혜로운 마음가짐으로 계속 국가에 헌신하고 충성하고 봉사해야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위대한 영웅’ 이라는 칭호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때로 국가의 요구에 목숨까지 내놓아야한다. 이걸 거절할 경우의 수는 별로 없게끔 돼있다.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 ‘국민이라는 지위’ 란 선물을 거절할 수 없게끔 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책은 ?

이제보니 책 이야기를 한 것은 별로 없군.
다음 “문학 속 세상” 에서 연재됐는데, 그때 재밌게 보기도 했지만… 출판된 것은 또 내용이 많이 달라지는 바람에, 온라인판하고 책판하고 너무 지금 헤깔리고 있다.
그리고 재밌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생각하다보면 끝이 없는지라, 그냥 돌망치 모임 때 이야기 했던 것, 그리고 적으면서 정리한답시고 막 갈겼다.

이런 책 별로 없으니
일독을 강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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