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씨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제 ‘인생의 한 구절’이랍시고 외우고 다니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이라는 구절이 바로 김선우 시인의 <목포항>이란 시에서 왔죠.
김선우 시인의 시집은 몇 권 읽었지만, 그녀가 쓴 산문, 소설 등은 읽지를 못했어요.
<캔들 플라워>가 제가 읽은 그녀의 첫 산문인 것 같네요.
기억이 맞다면요.
<캔들 플라워>는 문화웹진 나비라는 곳에 연재된 소설이구요.
바로 며칠전에 마지막회가 나왔습니다.
저는 새로 옮긴 곳에 업무가 그리 많지않아
시간 때울 겸(ㅈㅅ)
봤어요.
소설의 1,2 회를 보고 조금 뜨아함과 약간의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어요.
소설 제목 ‘캔들 플라워’가 좀 스위트한 감이 있었는데
열자마자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큐트하고,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나열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빨간머리 아이는 캐나다의 레인보우라는 마을에 살고
그 아이의 보호자(?)는 레즈비언 커플이고
계속해서 파티를 외쳐대는 그런 상황에
주인공 아이는 무슨 초능력 비스무레 한 것까지 지니고 있었거든요.
(초능력까지는 아니죠. 언어습득능력이 빠르고 동물과도 어느 정도 교감할 수 있는?!)
아니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시인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더랬죠.
근데…
그 스위트하기만 한 가상의 상황이 갑자기 돌변합니다.
갑자기 르포 소설이 된 듯
지난 6월 촛불 정국의 이야기가 툭! 튀어 나옵니다.
에이, 에피소드 이야기 하나로 나온 거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전 그때야 알았죠.
아 제목 ‘캔들 플라워’는 ‘촛불 꽃’ 이구나!
라구요. ㅋ
결코 영어사전을 뒤지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ㅋㅋ
암튼, 소설은 지난 여름에 관한 이야기에요.
지난 여름을 아주 이상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거에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체제 내의 규칙들에 너무 익숙해져 마치 당연한 듯, 그랬으니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외국인의 눈에 보기에는 왜 그런 라이프 스타일과 규칙들이 통용되는 거지? 라고 물을을 묻는 경우.
그런 식으로
레인보우 세상의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주인공이
촛불정국에 참여하고, 이것저것 바라보고, 느끼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지난 여름에 촛불정국에 참여했던, 참여하지 않았던
그 정국에 한국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보는 내내 오버랩되는 내내 지난 여름을 돌아보게 될 겁니다.
그리고 중앙 보도만 믿어왔던 사람들은 또한 그 현장에 있었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게 될 거에요.
지난 여름의 이야기들이, 현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그야말로 또박또박 쓰여져 있거든요.
이 작품은
지난 6월 거리에 있었던 사람들과, 거리에 있진 못했지만 함께 하고자 마음 먹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작가의 헌사와 같은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면
주인공은 통! 하고 빠져버리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조금 말도 안되기 돌아가는 부분도 적지 않지요.
조금 만화적이고, 유치한 상황도 있는 편이구요.
그래도 저는 이 헌사를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난 6월이 겨우 작년밖에 안되었었나
라고 까마득해지고, 무덤덤해졌다가
이 헌사를 보고 선
다시 되돌아보고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해주길 기다려왔었구나
했거든요.
어쩌면 작가가 약간은 만화적인 상황처럼 글을 쓴 것은
지난 6월 정국을 이끌었던 세대개 초중고등학생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주인공들인 그들에게 바치는 어른의 고개숙인 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여름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대다련
시인 김선우의 이 헌사를 한번 받아보시면 어떨까요?
PS: <캔들 플라워>는 다음의 ‘문학속세상’이나 문화웹진 나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나비 사이트는 “http://nabeeya.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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