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산제이 릴라 반살리] 평점이 너무 높지 않던가요?

친구들하고 새벽에 영화 한편 때리자고 했는데, 각자 한편씩을 고르고 무비스트 평점이 제일 높은 것으로 보자구 했죠. 각자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들이 너무 달라서요. 제 친구들과 저는 자주 이런 유치뽕짝한 게임을 하면서 놀아요.

제 친구 하나는 “동사서독”을 딜을 했고
제 친구 또 하나는 “7인의 사무라이”로 딜을 했고
저는 평점 높은 걸로 한다는 말에 승부욕이 생겨 잘 알지도 못하는 영화 “블랙”으로 딜을 했죠.
요즘 개봉하고 있던 “블랙”의 평점이 꽤 높았던 것 같았거든요.
결과는? 명작들과의 대결에서…. 결과는 제 압승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동사서독”은 7점대, “7인의 사무라이”는 8점대였는데… “블랙”의 평점은 9점대였죠. ㅎㅎ

그래서 친구들과 알콩달콩 “블랙”을 보면서 새벽을 보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봤는데, 거의 이야기는 완전히 “헬렌켈러”입니다.
시각, 청각, 언어 구사 장애까지 함께 있는 아이와 그의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이죠.
영화를 보면서 왜 평점이 높은 줄을 알겠더군요.
대단할 것 없는 영화라도, 장애인에 관한 영화는 유독 평점이 높아요. 왜 하필 장애인일까요? 이주노동자에 관한 영화는 민족주의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하고, 여성에 관한 영화는 페미니즘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겠죠? 노동자에 관한 영화는 좌빨이라는 빨간딱지를 넘어서야만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은 그런 장벽이 없겠지요.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무조건 뭔가 ‘봉사’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주목해보아야 합니다. 제가 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어떤 영화 평론가가 한 이야기인데요. 대강 요지는, 영화 “말아톤”이 흥행과 영화제 상들을 쓸고 다닐 때, 영화 “말아톤”의 현상은 영화 자체가 훌륭한 면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평소에 장애인과 장애인 문제를 회피하였던 자신들의 죄의식 때문에 마치 수혜를 베풀듯이 영화 “말아톤”에 무엇이든 주려고 한다… 라고 했어요.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요. 제 주위의 누군가가 자기 생애 최고의 감동적인 작품이 “말아톤”이라고 했을 때, 다른 이가 자신은 “파이란”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말아톤”을 언급했던 그 친구가 겨우 사랑 이야기의 감동과 “말아톤”이 일으키는 감동의 수위는 급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의 그런 심리 기저 속에도 비평가가 언급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ㅋㅋㅋ (제가 뭐 그렇죠)
암튼 영화 “블랙”의 평점이 고전 명작들과 붙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별로 였다고 한다면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릴 것 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뻔하고, 한국적 정서에 그리 잘 맞지 않을 듯한 신파였거든요.
인도 영화를 이걸 처음봐서 그런지, 인도 영화풍이라 확신할 순 없는데요. 뭔가 연출이나 음악 사용이나 이런게 너무나 과장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추측이지만 뮤지컬 위주의 영화가 많이 발달한 인도영화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별 다른 일이 아닌데도, 엄청나게 웅장하고 스펙타클한 효과음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끊이질 않습니다.
또한 영상도 거의 초광각렌즈를 주로 사용하여서, 뭔가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인물을 잡을 때도, 조명을 확실하게 때려서 차분한 맛이 없죠.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런 분위기로, 과장되어 있습니다.
금방 흥분학고, 너무 처참하게 묘사하고… 너무들 환히하고… 감정들이 좀 격정적입니다.

그래도, 영화가 그리 심각하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의도로 만든 작품이고,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어려운 문제를 접근할 수 있게 된니깐요.
그런데 이 두 점을 쏘옥 빼고 생각한다면, 그리 잘난 것이 없는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스토리가 좀 신파적으로 흘러가구요, 감동을 주자라는 감독의 집념이 좀 집요하다고 까지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영화가 대단히 종교적입니다. 인도에서 만들어졌는데, 대단히… 기독교적이에요. 제가 종교를 갖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기독교적인 감성들이 곳곳에서 발견될 때마다 그리 달갑지는 않더군요.
좀 절제의 미덕이 여러모로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이 드는구요.
9점대의 높은 평점은, 제가 함부로 뭐래 저래 할 처지는 아니지만…. 쵸큼 많이… 높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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