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29.] 지하철에서

지하철 한쪽 구석에서 눈으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책에 집중하느라

고개를 한참 앞으로 내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바로 앞에 있던 엉덩이씨가

미풍과 함께 뿌웅하고 방구를 날렸다!

상황이 좀 당황스러웠던 것은

그 엉덩이씨와 내 간격은 거의 30쎈티정도에 불과하였다는것이며

내 착시였겠지만(그러길 바래)

머리칼이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었으며

코에 엉덩이씨의 방구분자가 수억개나 들어간 걸 예상할 만큼 냄새도 상당했다는 것이며

방구소리가 뽀옹~ 하는 귀여움이 전혀 섞이지 않은, 완벽한 뿡! 이었다는 것이며

그 소리가 너무도 커서, 대략 주변 10명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엉덩이씨에게 바로 얼굴을 박고 있었던 내게, 사람들이 동정심을 날려줄까봐

차마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그 엉덩이씨를 보니

아저씨와 할아버님의 경계에 있던 그 분은 너무도 태연하셨다….

하필 그때 내가 집중하려던 책이 <비폭력 대화> 였으니…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비폭력 대화에 대해선 좀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상태의 나를 , 나름… NVC 식으로 표현해보자면

“나는 당신이 지하철 안에서, 그것도 바로 내 코 앞에 대고 방구를, 그것도 뽀옹~하는 방구도 아닌, 매우 강력히 힘을 집중해서 뀐 듯한 뿌웅! 하는 방구를 뀌고, 냄새를 풍겨 저를 당황하게 만들고는 그것도 어떻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한 태도를 취해주어서, 오히려 저를 무안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저는 당신이 방구를 최대한 참다가, 지하철 문이 열릴 때쯤 문쪽을 향해 살며시 배출해주길 바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좀 불쾌감을 느꼈음을 인정해야겠어요. 이런 저에게 공감하여 주실래요?”

아………………… 이건 NVC 식이 아닌데………

난 좀 폭력적인 사람인가보다~ ㅋㅋ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