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거제-부산] 남해안을 타다

두녀석이나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저기 썸네일 이미지에서 날뛰고(?) 있는 나와 선배. 이런 시기에 함께 떠나지 못한다면 영영 기회가 없을것만 같았다. 동해안도 한번 탓고, 제주도도 한바퀴 돌았으니… 남은 건 서해안하고, 남해안인데… 서해안은 너무 흔했다. 우리가 맨날 있는 데가 서해안인데 구미가 당길리가 없었지. 일정을 맞추고 맞춰보았지만 한녀석은 불참. 뭐 어차피 텐트도 조그만 했으니… 아쉬운데로 출발! 남해안으로!

가볼만한 곳을 무작정 지도에서 찾아보는데 좋다던 여수는 한 녀석이 가봤다고 하고, 거제가 왠지 구미가 당기는데… 소록도도 한번 가보고 싶고… 해서 소록도를 끼고 있는 고흥, 거제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 할 부산 이렇게 되었다. 역시나 구체적 계획없이, 어디 한 군데 관광지 검색도 안해보고 출발.

고흥에 도착하였는데, 그래서 거금도라는 꽤 큰 섬을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비가 무척이나 왔다. 그래도 걸어야 해! 하다가 갯벌에서 꽃게좀 잡고 또 걷고, 또 걷고 하는데… 분명 얼마 안 있음 나온다고 하던 해수욕장이 걷고, 또 걸어도 나오지 않고… 비바람은 거세어만 지고… 어행 첫날부터 너무 험란하였다. 결국 친절한 트럭 아저씨가 태워주셔서 해수욕장까지 도착. 트럭으로도 한참 가야 나오던 곳이었다. 걷다가 저녁쯤이나 도착할 그런 거리? 암튼 그때 새삼 느낀 거시만 섬에서는 웬만하면 태워주는 것 같다. 옛날 강화도 여행때도 모든 교통수단이 히치하이킹일 정도였고, 또한 해수욕장에서 나올 때도 히치하이킹으로 술술술 나올 수 있었다. 거금도란 섬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도 컸으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섬만의 정취같은 것은 잘 느끼지 못했는데, 항구 쪽에 있던 드넓은 갯벌은 참 오래 가익에 남았다.

그리고 갔던 것이 소록도. 소록도는 거금도 갈 수 있는… 아마도 녹동항(?) 에서 배로 약 10분정도면 갈 수 있다. 수영 잘하면 헤엄쳐서도 갈 수 있겠다 정도의 거리였는데… 소록도는 관광지이기보다 공원같은 분위기이다. 관광지가 아닌, 병원과 요양원을 품고 있는 곳이기에… 음 우리는 비젖은 거리르 산책하듯 걸어다녔는데, 뭔가 착-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박물관과 역사관 같은 것도 가보고 그러하였는데 우리의 오해와는 달리 한센병은 전염되는 시기가 따로 있어서 일정정도만 치료하면 전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에 한센병 환자들을 여기 소록도에 강제수용하고 여차 할 때마다 집단학살을 하고, 거기에 맞서 투쟁하고 그런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기 그 뿐이랴,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우리의 날카로운 시각들… 소록도는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집단학살에 맞서 격렬하게 싸워왔다면, 지금은 사람들과 어우러지지 위해 조금 천천히…
우리도 소록도에선 반나절 천천히 걷다 나왔는데, 참 여러가지 감흥이 교차하였던 것같다.

소록도에서 나오자 고흥에서 더이상 갈만한 곳이 없었다. 아니, 걸어다닐만한 곳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으리라. 우리는 우선 도보를 기본교통수단으로 하고 싶었는데, 다른 관광/여락지는 너무 멀었고, 그렇게 걸어다닌다면 고흥에서만 일주일 정도 소요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틀만에 거제로 향하였는데… 버스를 두번인가 갈아타서 밤에야 도착한 거제.
거제에서 처음 맞닥드렸던 것은 대우조선소였다. 거제는 그야말로 조선소의 도시였다. 대우조선소 동문, 서문, 남문, 북문이 있는데마다 도심이 형성되어 있고, 조선소가 얼마나 크던지 우리는 그것을 신기하다고 걸어갔는데 아마 각 문들 사이가 걸어서 거의 한시간 가량일거다. 그리고 우리는 비도 안 오고, 밤에 걷는 것도 재미있고 그래서 밤까지 계속 걸었는데… 그 후로 약 이틀정도 더 걸었는데… 날씨는 쨍쨍 맑았으되.. 우리를 반기는 것은 매우! 더러운 해수욕장들이었다. 남해 깨끗하다고 소문나는 데가 왜그러냐고… 하면서 거제에 사는 후배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뭐 볼 것 있다고 북쪽으로 올라갔느냐고 그랬다…. 남쪽으로 가야지, 북쪽으로 왜 가냐고… 그리하여 우린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 몽돌해수욕장 시리즈를 조금 나다녀봤는데… 남쪽은 역시(?) 깨끗했다… 그 맑고 찬 물. 그물잡이 아저씨를 꼬셔서 회도 얻어먹고 그랬는데, 역시 바로 잡은 게 맛있어서… 그 날은 소주가 물처럼 들어가더라. 그렇게 거제의 남쪽 해안, 북쪽 해안을 다 돌아다녀보니 또 막상 갈 곳이 없었다. 계곡으로 가자 하는 마음에 문동계곡 이라는 데를 갔는데… 의외로 굉장히 멋진 곳이었다. 계속 바다만 보다가 산과 냇물을 본 반가움 때문이었는지… 사가지고 갔던 낚시줄로 고기 한 마리 못낚았어도… 재미있는 코스였다.

그리고 마지막. 부산.
다대포에서 자고, 부산대앞에서 뒷풀이를 하는데…

이번 여행에는 뻘짓도 많이하고, 많이 헤매기만 하고…
별로 본 것도 없더라 하는 듯 했으나…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안았던 것 같다.
3명이서 와서 조금… 허전한 마음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얼마나 아쉽던지.

그리고 한 순간, 순간들의 소박한 재미들을 잃고….
돌아가야 할 일상이 얼마나 무겁게만 느껴지던지….

여행은 이런 재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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