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리오 수정중

    시나리오 쓰는 것보다 고치는 게 어렵다는 말을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흥, 칫, 거짓말~

    이라고 생각했건만…

    시나리오 초고때는 자기만족을 향하긴 하지만 보람과 설레임이 나름 있었구나, 라고 알게 되는 시기

    고치려고 나서보니 자기 회의와 의심 그리고 후회와도 싸워나가야 하는데….

    초고때 추진력이 되었던 보람과 설레임이 없어버리니… 이거 원….

  • 월요일 저녁-밤

    매주 월요일 저녁-밤은 한숨과 함께 한다.

    매주 혹은 격주로 화요일마다 각자의 실습촬영을 해야하니

    짧은 실습 시나리오와, 콘티 계획 구상은 해야하고

    몸은 피곤하고

    나는 연출력이 있긴 있는 걸까, 라고 회의하고

    실습촬영도 힘들어하는데 작품이란 걸 찍을 능력은 있는 걸까, 라고 또 회의하고

    그런 저녁, 밤.

    백수 한량 시절엔 누가 뭐 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구나…

    하며 영화학교 다니는 사람들에게 열등감만 느껴댔는데

    어쩌면 지금이 좋은 시절.

    영화지망생 시기니깐.

    사진은 날 찍으려 한 게 아니라, 내일 촬영할 장소 사진콘티 남긴다고 엘리베이터 반사를 찍었는데

    내가 나왔네~ ㅎㅎ

  • 찌뿌등해서

    개강하자마자 실습촬영이 다시 시작되어

    아침 8시반에 모여 새벽 2시까지 촬영을 하니, 그 다음날 그야말로 뻗어버렸다.

    잠을 3번 끊어서 자면서까지 12시간을 꼭꼭 채워버리고 난 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뭔가 몸이 찌뿌등하기만 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별 일정이 없어 움직일 게 없어서

    집에서 지금까지 미뤄왔던 것 좀 처리해볼까, 하고 집 밖에 안 나가고 컴퓨터만 들여다보는데

    또 오른손목이 아프기 시작하고

    허리는 찌뿌둥하고, 어깨는 뻐근하고… 몸이 안좋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대로 작업하는 게 더 효율이 떨어지겠다 싶어

    미리 사뒀던 수영용품을 싸들고 용인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를 갔다.

    자유수영 시간대가 평일에 몇 타임 있던 것을 맞춰서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단 사람도 붐비지 않고 적당했다.

    문제는, 내 수영실력과 체력.

    수영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던데다가… 가장 최근에 한 수영이라곤… 우즈벡에 있었던 약 5년 전쯤이었다.

    그래도 사람들 다, 계속 왔다갔다 하는데 눈치껏 가만있지 않고 한번씩 왔다갔다 한 20분 했나…

    아, 이제 한계야… 하고 헥헥 대면서 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던 게 좀 실수였던 것 같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샤워실 뜨거운 증기만 가득한 데로 바로 가버리니… 갑자기 산소가 좀 부족했던지…

    지친 게 풀어지지가 않아가지곤… 그대로 헥헥헥- 대면서 샤워실이랑 탈의실에 거의 30분은 그냥 앉아있어야만 했다.

    도저히 몸이 일어나지지가 않는 것.

    몸에 뭔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 것은 아닌데… 헥헥헥… 하는 기진맥진의 상태가 풀어지지가 않아….

    아… 이 상태로 어떻게 광주까지 가지…  그 이후에 수영장 로비에서도 한참을 앉아있다보니…

    그때서야- 몸이 괜찮아졌다.

    그리고 바로 옆 이마트에 가서 30% 할인 스티커가 붙은 김밥과 딸기까지 품에 안고 집에 오니

    참으로 오랜만에 건강한 하루다, 라며 뭔가 뿌듯하기까지 했다.

    수영은 종종 다니다보면 체력은 자연스레 늘겠지…

    게다가 집에 오니, 몸 찌뿌등했던 게 싹 풀렸다!

    물론, 내일이면 도루묵이겠지만

  • 봄이다!

    차 안에 탔는데

    익숙한 먼지냄새와 뭔가 나른해지는 햇빛.

    작년 이보다 조금 더 따듯했던 날들에 차 타고 선감도를 열심히 왔다갔다 하곤 했다.

    낮에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밀면서도 이게 제대로 나올까? 한숨쉬고 불안해하고

    전전긍긍 카메라 LCD를 쳐다보기 바쁘다고 생각했건만

    그 기억은 또 차곡차곡 봄 그리고 이른 여름철의 어떤 덩어리로 남았나보다.

    새로 맞은 봄 기운에

    그 때, 선감도 차 안에서 먹던 보름달빵도 생각나고 그러는 것 보니.

    가을은 지금 즐거우면서도 곧 다가 와 버릴 겨울 때문에

    꽤나 우울해지기 쉽상이건만

    여름을 다음 차례에 두고 오는 봄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봄이다!

  • 애틋

    20대 기억에 관한 옛노래를 우연히 듣는데

    이리도 애틋할수가

    작은 선택 하나 때문에 삶이 완전히 뒤엉켜버리는 거는 아닐까

    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주저주저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또 에라모르겠다, 하고 그냥 질렀다가 나름 괜찮았어 아님 후회하기도 하던

    갈팡질팡 하는 작은 마음의 20대 시절

    돌이켜보기엔

    세상 전체가 설레임 한 가득이었노라, 라고 채색해버리는

    30대 중반의 나

    30대는 존버다

  • 35

    35란 숫자

    입 밖으로 꺼내면서 덜컥 겁나는 숫자다.

    2017년 작년 한해 부지런했으니 됐어, 라고 넘어갈수만은 없는

  • 일본 다녀오니 2018년이 코앞이네

    드디어 2학기가 끝났다

    2학기 마무리로 동경예대 연수가 있었는데

    출국 바로 전날에 운 좋게 들어 온 촬영알바를 놓칠 수 없다며- 체력 빼내고 일본 갔더니

    일본에서도 빡빡한 스케쥴 덕분에… 마지막날 도쿄를 갈까 하던 것도 그냥 취소하고

    요코하마나 조금 거니는 조금 느슨한 일정으로 다녀왔다.

    통역을 끼고 하는 수업이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한국과 일본, 비슷하면서도 다른 제작환경으로 여러모로 돌아 볼 지점도 있고

    연출수업 같은 경우는 특히, 영화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할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한국에도 실력있는 연출가들은 많지만

    자기 색이 강한 연출가는… 홍상수를 제외하곤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없는데

    일본의 박스오피스 시장이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자기 색 강한 연출가들의 고민의 지점들이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방학.

    중요한 방학인지라, 이것저것 우선순위대로 해내야하는데

    1월 중순까지는 또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

  • 인물 에세이 편집 끝

    숨가빴던 2학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2학기 이것저것 워크숍 실습도 있고 많았지만

    가장 숨막히게 했던 것은 장편 인물에세이와 장편 졸업영화 심사 일정이었는데

    장편 졸업영화 심사는 지난주 학기 중 마지막 피칭을 마쳤고 그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이고

    장편 인물 에세이는 방금 편집을 마쳤다.

    언제나 편집하다보면 객관적 거리감을 놓쳐버리기에 괜찮은지 안괜찮은지 잘 모르겠고

    막, 지루하진 않은 것도 같은데?! 정도니깐- 우선 지금 나로서는 어느 정도 된 게 아닐까

    이걸 가지고 어디 써먹을 데도 없을 것이지만

    우선 피드백이라도 좀 들어봐야 결점들이 눈에 보일 것 같다.

    큰 두개의 산을 이제 막 넘은지라

    갑자기 마음의 여유를 찾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해볼까?!

    했는데….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없다…

  • 11월

    11월 곧 12월.

    한해가 또 흘러버린다.

    나이 한살 더하는 무게감이 점점 늘어난다

    20대때 30대였던 누군가는

    30대 되면 나이 먹는 거, 이제 그러려니 해져요.

    라고 했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차라리 우즈벡에 있을 때,  20대후반과 30초반에

    해외여서 나이 먹는 걸 체감하지 못했지

    한국에서는 생각할 때마다

    예전이 후회되고 내일이 부담스럽다

  • 감기

    가을바람 차구나, 하자마자 감기에 걸려버렸다.

    주중에 잠을 끊어자고- 이것저것에 치었다면서

    주말까지 너무 활동적으로 다녔나보다

    이번 감기는 초반에 기세가 얼마나 쎄던지

    내 맘대로 안되는 몸상태 기세에 놀라

    다음날, 아침부터 감기약을 탈탈 털어 먹어버렸다.

    예전엔 감기약 같은 거 먹으면 내성 생기니깐, 차라리 안 먹어버리는데 몸을 맞춸꺼야- 이런 허세 부릴

    그런 여유도 없었다.

    약발은 제법 잘 들어… 어?! 좀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딱 약발 떨어질 타이밍에 다시 찾아오는 그 주기에 지쳐

    별 일 없을 때마다 약먹고 자고 해야할 것들, 하고

    그렇게 며칠을 지낸 후, 지금에서야… 어라? 이제 좀 괜찮네?! 싶어졌다.

    이것도 또 모르지, 내일 아침 어떤 상태로 일어날지

    감기와는 별개로

    오늘 하루, 갑자기 이런 거 다 부질없지 않나?

    이런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나, 하나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아득바득 거렸던 것들이 또 시간이 지난 후에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얼마나 지금 또 무능할런지

    얼마나 지금 또 부족할런지

    그러면서도 쫓겨서 해치워야 하는 것들을 놓친 못하고

    요새 그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