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10.2.] …

    그도 그저 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렸고,
    P도 그러했다.

    며칠전에 만난 K도 그랬고
    매일같이 스치는 J도 그랬다, 그러고 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차가운 손으로 배알을 쥐는 느낌이 나는 그였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아무것도 아닌 일이건만
    서로에게 굉장한 잔인한 일일수도 있는 것
    적어도 그에게 잔인한 일인 걸 알면서

    그는 중단하지 않는다
    그는 마치 자기 자신이 파괴되길 원하는 것만 같다.

  • [2008.9.22.] 만났던 사람

    디자인 된 인테리어와

    찰나의 감정의 흔들림을

    예술이라고 말하는 사람.

    상품이든, 상품아니든 중요하지 아니하고

    아늑한 색의 조명이면 충분한 삶.

    혀 감각의 미묘함을 구별할 순 있어도

    눈 앞에 놓인 것들에 대한 성찰할 수 없는 사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

    낸시 랭 같은…

    충실한 단순 소비자

  • [즐거운 인생-이준익] 인생? 단순하게 뒤엎어도 보는거야!

    꿈과 인생이란 소재는 영화 속에, 아니 영화 뿐이 아닌 모든 예술 속에서 지리멸렬하게도 나오는 단골메뉴일 것이다.

    꿈 vs 현실과의 장벽
    거의 같은 레파토리 속에서도 어떤 영화는 명작이 되고, 어떤 영화는 trash 가 되는데

    그것은 그게 얼마나 현실성을 담보하면서, 진지하게 다가가 주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뭐 모든 영화의 소재가 그렇지 않을려고…

    밴드 영화이기에 예전에 본 강렬했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생각나는데
    와이키키가 비참한 현실 속에서 걸어가는 기타리스트의 인생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지독하게 그려냈다면…

    <즐거운 인생>은 그래도 좀 상큼했다.
    40대 아저씨들의 밴드 결성기라는 아주아주 비현실적이고, 아주아주 처절한 현실에 부닥칠것만 같은 내용을 조금은 낙관적으로, 조금은 순진하게 그려내었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이 주는 판타지가
    그리 허구맹맹하지는 않은 것이, 이 영화가 최소한의 현실감각만은 놓치고 있지는 않고 있기 때문.

    아저씨 3명이 부닥치는 현실과의 긴장관계는 끝까지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들의 밴드 이야기가 그리 어둡지 않았던 것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하는 마음.
    그러면 되지 않아?
    라면서 담담하게 밴드를 하니깐.

    밴드해서 그네들이 돈도 많이 벌고, 성공도 하고 그럴 가능성은 아주 묘연하지만
    그네들은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알아주지 아니하여도 밴드 하는 게 좋아서 그냥 한 귀퉁이서 딴따라질을 하고 있겠지.
    그리고 감독은 그런 그들에게 마지막 열광의 무대를 선물한다.

    그네들만의 즐거운 인생에 박수를 쳐준다.

    그리고 추가로, 3명의 연기 그냥 죽여준다!
    영화를 절대적으로 살렸던 것은 그들 중견연기자들 연기! ㅋㅋ

  • [2008.9.8.] 졸업하기 전에

    이제 1년이 조금 못된 시간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초조해져버렸다.

    삶의 파란만장함을 경험하자는 마음이지만

    대학생이라는 시기를 벗어났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수가 없어서

    우선 학생으로의 종결부까지를 “끝”으로 보기로 했다.

    이 “끝”에 다다르기 전에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해봐야 겠다고…

  • [2008.9.8.] 프랑스 초등학교에선

    프랑스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의 문학수업은 이런 식으로도 진행이 된다고 한다.
    선생님이 랭보의 시를 읽어주고, 적혀있는 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그 시에 어울릴만한 그림을 그려본다고 한다.

    라는 말을 듣는데, 그만 전율이 흘러버렸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김수영의 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민중” 이라는 답밖에 내릴 줄 모르는데 말이다.
    사지선다형 혹은 오지선다형 중에 ‘정답’을 가리키고 있는 번호를 싸인펜으로 칠하기 바쁘고

    더러는 이 문제를 자신이 재빠르게 풀었는가 촛침을 확인할 수도 있고
    더러는 이 문제들의 이합집산으로 자신이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도표를 그려보기도 할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느 비평가가 김수영의 풀을 “여성의 욕망” 으로 해석하였을 때,
    3류 비평가로밖에 욕할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배워먹었으니깐…

    랭보의 시를 오독하는 낙서와 그림을 그리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정말 훌륭한 독자이다.
    그는 자신이 향유하였고, 해석하였고, 자신이 재창조시켰다.

    하지만
    우리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독자들은
    이미 굳어버렸거나, 응고하고 잇는 중이다.
    김수영의 풀을 민중으로 빨리 선택하게끔

    우리는 문학이 아닌 수리영역을 배우고 있다.

  • [2008.9.5.] 그 만 해

    그에게 문뜩 떠오른 한 마디

    이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심정

    모든 흘러가는 것들이

    그를, 목죄고 있는 듯

    정말 빠르게 스쳐지나칠 수 있는 방법을

    그는 놓쳐버렸다

    그래서 외치고 싶었다.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모든 것들이 정적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내일이면 아마도 잊혀져있을…

  • [2008.9.4.] 가을이 온다

    어쩔 수 없이 하늘을 보게되었다.

    구름이 진눈깨비처럼 흩어져있었다.

    쫓기는 듯 흘러가는 그 무리의 낌새가

    추적추적 비를 내려주고, 시퍼런 하늘을 보여줄려고 할 양이었다.

    시퍼런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멀고 먼 천장이 드리우고

    바닥에 바스락 거리는 낙엽이 밟히기 시작하면

    어쩌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가을이 고달퍼지는 것만 같았다.

    아직 그리 많은 세월을 지내온 것도 아니면서

    그도 벌써 ‘상투적인 인생의 궤도’ 에 진입해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처럼’ 슬퍼지고

    ‘사람들처럼’ 기뻐지고

    ‘사람들처럼’ 외로워지기도 한다…

    가을이 벌써 와버리면 어쩌나…

    가슴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데…

    어쩌나…

  • [군산-선유도] Wild West

    비가 온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그 짧은 2박 3일 내내 말이다.
    그렇다고 미룰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그냥 뭐 질러보는 것이 아닌가!

    출발하는 시각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좀 의기소침한 출발이 되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부안-김제-군산 코스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나 있거나 그렇지도 않고,
    거의 1차선으로 되어 있지만
    차가 많이 다니질 않아서
    거의 도로 전체를 자전거 도로처럼 쓰면서 달릴 수 있다.
    게다가 거의 큰 언덕 같은 게 없이 평야라서 제격이었다.

    그렇지만, 비는 푸지게도 쏟아졌다.

    뭐 달릴 때야 그냥 그냥 이를 악물고 가면 되는 것이지만…
    금강하구둑을 거쳐서 군산항 근처에서 텐트를 쳐야 할 때가 좀… 그랬다.
    군산항 근처는 그리 시가지가 왕성하게 발달해 있지는 않아서

    무슨 쓰다 만 폐가 같은 곳이 많았지만
    막상 텐트를 칠 수는 없었다.
    겨우 겨우 찾아 헤맨 곳이 월명공원 이라는 곳 이었는데..
    아파트 주민들의 아침운동 코스로 활용될 듯한 곳 그저 평평한 곳만 잡아 우린 텐트를 쳤다. 그런데 비가 이제 오다말다 오다말다 한 그 때쯤에 얼마나 모기가 많던지…

    모두 텐트치는 대략 30분의 시간동안 10방정도 물린 듯, 했다.

    첫날에 금각하구둑을 찍고 군산항을 진입하긴 하였지만
    그리 감흥을 주는 여정은 아니었다.
    비 바람 속에 열나게 달렸다는 것 정도였고,
    우리의 진짜 목적지는 선유도 였으니깐.

    다음 날, 배를 탈려고 보니깐.
    선유도 행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은 월명공원 근처의 군산항이 아니라
    군산 시내가 뭐 커봐야 얼마나 클려고 하면서 군산항에서 선착장으로 가는데… 자전거로 열나게 2시간을 밟았던 듯하다. 군산은 정말 컸다..

    선착장에서 선유도 행 배를 타고, 가는데..
    비 구름이 아직 잔잔하지 못해서, 배는 돌아가 대략 1시간 정도를 가게되었다.
    극도로(우리의 관점으로) 휘청휘청하던 뱃속에서 우리 4명 쭝 배멀미를 안 한이가 없었다…;;

    배멀미의 신음속에 선유도에 도착하여 지도를 보니,
    선유도 혼자 달랑 있는 게 아니라, 선유도-무녀도-장자도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또한, 선유도도 그렇지만 지도속에 무녀도는 크기도 클 뿔, 무슨 갖은 관광지와 캠프장부터 호텔 등등이 놓여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무녀도를 한바퀴 찍고, 선유도에서 자기로 하고… 곧장 무녀도로 가 봤는데…
    갖은 관광지, 캠프장, 호텔은 커녕 제대로 된 슈퍼하나 찾기가 힘들었다…
    알고보니, 섬 선착장 바로 앞에 놓인 그 관광지도는 계획도 였던 것이다!!

    완전 낚인 것.
    그런데 이건 정말 항의받을만 하게 생긴 계획도였댜.
    설립 준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그런 것을 가지고, 지도인양 제일 앞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혼동하기 ㄸㅑㄱ 좋게 생긴 것… 자연 관광지에 그런 거대한 시설이 놓이는 것을 그리 찬성하지는 않지만, 보고 찾아갔다가 우린 얼마나 낭패를 보았는가 말이다…..
    그 계획도 아닌 “희망도”는 빨리 철거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남겼고…

    뭐 그렇게 낚이긴 낚였지만… 선유도와 무녀도의 풍경들까지 우리를 낚은 것은 아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골프차(섬 안에 정말 많다)들이 섬을 종횡무진하고 다녀서 좀 성가시긴 했지만…

    비 개인 하늘 아래
    펼쳐진 바다와 무녀도의 정취는 뭐라할까….

    정말 드넓으면서 평온했다고 해야 할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이 섬을 한바퀴 휘 돌게 놓인 것이 아니라, 끊어져 있어서 이쪽 저쪽으로 들어들어 가야한다는 것이 있겠지만… 뭐 그것은 인간들의 욕망이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보단, 인간들이 돌아다니는 게 나으니깐 말이다.

    암튼, 이러 저리 찾아 들어간 풍경들이
    대단히 판타스틱한 것은 아니지만
    여유를 갖고 노닐기에, 꽤 장엄한 풍경들이 많았던 듯하다.

    그렇게 선유도-무녀도의 볼 거리들을 보고..
    우린 선유도 어느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이제 고기나 푸지게 먹자 하는데…
    미리 조사한 인터넷 정보들과는 달리…

    선유도에 슈퍼는 그럭저럭 있지만, 쓸만한 슈퍼는 없다느 것을 절감했다.
    가격을 거의 1.5배로 받을 뿐만 아니라, 파는 고기는 얼마나 시들시들한 냉동고기던지..

    농협 하나로 마트 하나만 믿고 갔다가
    해수욕장 슈퍼만 배부르게 했다…
    횟집은 많더만…;;

    암튼 그렇게 우리의 짧은 여행은 끝났다….

  • [2008.8.18.] 무슨, 어떤 …

    그는 허리를 꺾으면서 지나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본 그 성문의 뒷편에 있어야 할 개들이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그것은

    폐허였다.

    폐허였고, 쓰레기더미였고, 철거의 현장이었다.

    며칠 전부터 항시 집 앞에 지루한 듯 앉아 있던 개들이 보이지 않긴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달 전 찾아가 본 그 산동네가 너무 흉몰스럽다고는 생각하긴 했다.
    그리고 그 흉몰의 몇몇 집들 대문에 붙어있는 철거 통지문을 보긴 했다.
    그리고 집들을 허물고 낙산공원을 확장한다는 안내문을 보았던 기억도 났다.

    그는 성문 뒷편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온갖 조각의 벽돌, 시멘트부터 해서
    생활집기들, 쓰레기들….

    더이상 쓸모 없을 3.5인치 컴퓨터 디스켓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편에선 어느 아주머니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가게 된걸까?

    그리고 그 개들은?

    라는 궁금증과

    “도대체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거지?

    무슨 생각을, 어떤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거지?”

    라는 궁금증

    그는 언제나 비켜서만 있어서……

    난해한 것들을 곧잘 피해만 가지만

    너무 쉬운 것들을 곧잘 난해하게 받아들이곤 하는 듯하다

  • [2008.8.7.] 2년 전에

    다른 계절은 모르겠지만, 여름은, 여름만은
    그 만의 냄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풀벌레들 때문인지
    더위 앞에서 진액을 흘리는 나무들 때문인지

    그 특유의 식물성 냄새

    그것이 처음 맡아져 올 때
    이젠 반팔을 입어도 되겠구나 하고
    그것이 절정에 달하였을 때
    한껏 기승을 부리던 모기는 그 기세를 조금 굽힌다.

    실뭉치처럼 엉키고 있던 그의 생각들이
    나무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그 도중에
    어느 한 줄기 가닥만 빼꼼 나와 하늘거렸다.

    그것이 오늘의 냄새는
    그때의 여름냄새를 정말 닮았어!

    라고 외치는 듯했다.

    그것은 딱 2년전 쯤이었다.
    중복과 말복 사이의 제주도.

    그는 3박 4일의 외박을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했었다.
    제주도에서 별다른 관광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다지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우선은 홀로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대산대학문학상과 중앙 신인 문학상이던가..

    시 부분 응모는 이미 몇개 추려놓았던 상태였는데
    단편소설 부분이 문제였었다.

    도저히 마무리가 되지 않고 답보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래 3일동안 누구 눈치 안보고 한번 써보자. 그러면 뭔가 되겠지.

    라고 하며, 핸드PC 하나만 가방에 넣어 가지고 떠돌아 다녔다.

    그 무더움이 거의 그를 탈진하게끔 만들었지만

    그는 그래도 그때 “남겨진 사람들” 과 “섬 위에서” 라는 단편소설을 마무리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문장들의 조합에 불과하였지만

    그에게 있어서 생애 처음으로 쓴 소설이란 글이었다.

    그것이 2년 전이었고

    그 기억들을 끄집어 추억하는

    현재의 그는

    그때의 여름에 마음은 참 충만했었더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