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열심히 놀고나니 수면시간은 엉망진창이 됐고, 기껏 9시까지 학교에 갔더니 10시 반 수업이었다. 기다리는 카페드라에서도, 수업중에서도 꾸벅꾸벅 졸기만 한 것 같다. 합숙이 끝나면 시간이 펑펑 남는다더니, 나는 아직까지도 일상적인 패턴을 찾진 못한 것 같다. 그건 하루하루 조금씩 할 일이 있었다는 것보단, 내 의지의 문제겠지. 그렇지만 이번 주도 일정이 빡빡하기는 마찬가지. 화요일엔 오전참관, 수업회의, 잠깐 유속소에 들려서 파일을 건네주고, 우즈벡어 과외를 하고, 저녁에는 홈스테이집을 방문. 수요일엔 무슨 국회의원 보좌관(어느 당일까..;;) 들의 학교 방문 가이드, 저녁에는 저녁식사. 목요일엔 우즈벡어 과외, 옥단이 집 방문. 그리고 금요일엔 또 다시 참관수업. 그런데 이번 일주일 남는 틈틈이 찍었던 영상을 편집도 해야한다. 벌써 밀려있던 것. 그런데 주말에도 백일장인가 한다는 것을 부탁하면 어쩌나. 그러면 또 편집할 것들이 밀리겠군.
인성교육이라고 뭉뚱그려 놓긴 했는데,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코이카 합숙 기간 중에 받았던 봉사란 무엇인가, 봉사자의 자세, 올바른 교수법, 한국 역사 강의 등등의 대학 일반교양 정도의 강의들 말이다. 이 부류의 강의는 강의주제 보다는 강의 형식과 강사에 따라 느끼는 바가 꽤 달랐던 것 같다. 좀 직접적으로 말해보자면 인성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2-3시간의 강의로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이미 봉사단원에 온 사람들이니 나름 각자의 가치관 정도는 가지고 있던 터라… 수업식 강의는 별 호응이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알던 내용이거나 모르더라도 뻔한 것이라거나 관심갖고 들으려고 해도 체력의 한계(?)로 인해 단잠을 청하게 된달까. 그래서 인성교육 부류의 강의 때 제일 조는 사람이 많기도 했더랬지. 그래도 모든 인성 교육 강의가 강독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채로운 경험담과 단원들의 참여 그리고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꽤 있었고, 그 수업의 경우는 반응도 좋았고 느끼는 바도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 봉사란 무엇인가
제목부터 딱 하니 지루하게 보여서 별 기대를 안했는데 토너먼트 토론과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서 좋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를테면 각자 봉사에 관한 정의를 5개 정도 쓰고, 10명 정도로 구성된 조 안에서 서로 토너먼트 토론을 해서 제일 공감했던 5개의 정의를 뽑아내는 것이다. 이건 무슨 멋진 단어를 뽑아내는 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가 ‘봉사’ 라는 보통명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 지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각자의 자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돼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최종 5개 정도를 뽑으면 그걸 전지에 나름의 의미부여를 하여 그림과 함께 장식을 한다. 그리고 조별로 발표를 하게되는 시간을 갖는다. 난 개인적으로 ‘봉사’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봉사’ 라는 단어를 보통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 올바른 교수법, 봉사자의 자세, 역사강의 등
이건 참여형 프로그램은 아니었고 해설식 강의였다. 그렇다고 모두 지루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모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고, 빼놓을 수도 없는 강의였지만 체력의 한계에 부딪혔던 경우도 있었다랄까. 기억에 남는 것은 역사강의에서 강사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과 역사관을 볼 수 있게 돼서였다. 그리고 내가 역사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던 것을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말이다.
전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성 강의 같은 경우는 강사 해설식 강의와 참여하는 형식이 겸해져야 효과적인 것 같다. 그냥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면 그래 좋은 이야기이구만. 맞는 얘기야 고개만 끄덕이다가 그냥 말고 마는 것도 같다. 그런데 수업을 듣고, 서로 생각을 교류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추상적으로만 공감하던 내용을 내가 직접 체득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해외에 나갔을 때 저련 경험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응할까 라는 것도 한번 생각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고 돌아보기도 하고 말이다. 각각 전국 곳곳에서 모여서 세계 각국에 가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얼마나 풍성하고 또 각양각색 이겠는가. 그런 생각의 마찰들이 서로의 인성을 함께 키워주지 않을까 싶다.
한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그 동안 참 많은 레크리에이션과 체육활동을 했던 것 같다. 우선 입소 첫날부터 서로 어색, 뻘쭘 하기만 한 마음을 녹이라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레크레이션으로 시작하고, 아침마다 새천년제조와 함께 가뿐(?)하게 시작해줘야 하고 또 체육활동 일정이 오면 무슨 시립체육관 같은 데를 가서 단체활동을 하고… 그리고 그 외에 소모임 활동 소모임을 들지 않았더라도 남는 시간 짬짬이 베드민턴 등을 하면서 여가시간을 채우기도 한다.
* 남는 시간 틈틈이
이건 관용여권을 만들러 갔을 때였는데 약 한 시간 가량이 남는데다가 눈이 바가지로 붓는 듯 쏟아지는 바람에 서로 눈싸움을 하고 놀았을 때다. 아직은 초반이라 서로 어색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한바탕 쏟아지는 눈에 신나서 인대 늘어날때까지 뛰어다녔다지?
* 아침운동
아침운동은 원래 스트레칭 – 새천년체조 – 등산(?) – 운동장 뜀박질 순으로 이어져야 하는 게 정상인데, 우리 때는 매일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한으로 인해 등산(?)과 뜀박질이 생략되고 말았다. 그래서 뜀박질은 한달 훈련 기간동안 딱 한번 진행했었다. 그래도 그 만큼(?) 스트레칭과 새천년체조를 열심히 했던 것도 같다. 새천년체조는 나도 본격적으로(?) 배워서 해 본 것은 국내훈련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ㅋㅋ)이었는데 ‘국민체조’ 와 달리 우리 나라 전통 몸 동작도 들어있고, 꽤나 운동이 되는 체조여서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 레크레이션 체육활동
체육활동으로 잡힌 날 성남인지, 시흥인지 하는 체육관에를 가서 놀았다. 원래 매번 실내체육관에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훈련기간이 워낙 혹한인지라 실내 체육관을 빌린 듯. 우선 초반에는 레크레이션으로 진행을 하는 데, 지난 번과 달리 훈련생중에서 레크레이션 진행이 가능한 사람들이 나와 직접 진행을 하게 하는 것 같다. 또 각양각생의 레크레이션을 하면서 하하호호 놀고…
100명이나 되는 단원들이 모두 함께할 수 있어야 하고, 여남이 함께 하기에도 부담이 없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축구, 농구 같은 것을 하진 못하고 닭싸움, 줄넘기, 장대 던지기 등등을 진행했다. 다들 연령대는 다르지만 운동회를 하는 기분으로 피 튀기는 체육활동을 했다지.
* 그 외 장기자랑과 체육활동
우리 때 갑자기 폭설로 인해 계룡산 등반이 취소되고 용인민속촌을 갔는데, 갔다와도 시간이 남는 바람에 국별로 장기자랑을 진행하고, 약간의 레크레이션 겸 체육활동을 하기도 했다. 여성 씨름대회를 국가별 토너먼트로 진행하기도 했는데 정말 피와 살을 바르는 혈전이 되기도 했다.
국별 장기자랑은 남는 시간 틈틈이 준비했던지 다들 맞춤 의상에 노래와 춤까지 끼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즈벡팀은 차력쇼를 진행해서 많은 이들의 호응과 동정을 함께 사기도 했다는…
우리 문화 익히기는 개인적으로 제일 유익하면서도 보람찼던 시간이었다. 왜냐면 우리 악기를 생애 처음 배어보는 것이기 때문. 약 4번의 시간이 배정되어 있었는데,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나름 무대 위에도 올라가보고 하니깐 보람까지 밀려왔다지?! ㅎㅎ
우리 문화 익히기가 사물놀이 배우는 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물놀이, 탈춤, 민요, 대동놀이
이렇게 4가지 분류가 있는데 난 그 중 사물놀이를 택해서 악기를 배우게 된 것.
사물놀이는 장구, 북, 꽹가리, 징 중에서 택 1해서 배우는 것이고 탈춤은 그야말로 탈춤 민요도 그야말로 진도 아리랑 같은 우리 가락을 배워보는 시간 그런데 대동놀이는 ?
뭔지 다들 감이 팍! 오진 않을 것이다.
대동놀이 연습시간을 구경해보질 못 해서 잘은 모르겠으나, 대동놀이 했던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최종 공연을 본 결과… 종합 퍼포먼스(?) 랄까. 하는 인상이었다. 다 같이 민요도 부르고, 춤도 추고, 더러는 악기도 치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대동놀이 담당 선생님이 정말 유쾌(?)한 분 이라서 2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은 채 땀을 흘리는 시간이 된다지? ㅎㅎ
그리고 민요를 배운 팀은 끝나고 나니 진도 아리랑을 끝까지(4절? 5절?) 부를 줄 알아서 오더군. 그리고 탈춤도 우리 몸짓을 맛보기로나마 배워서 오고…
내가 속했던 사물놀이.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지라 많은 장단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난 장구를 택했는데, 장구가 개인적으로 양손으로 치는 거라 좀 어렵기도 했다. 손이 엉키기도 하고 그래도 사람들이랑 같이 하다보니깐 어느 정도 따라갈 수는 있었다, 그래도 빠른 박자를 연달아서 치다보면 나름 스트레스 해소가 됐었다. 장구를 힘껏 치면서 현지어와 규정시험의 압박! 같은 것을 훠이훠이 잊어냈다고나 할까. ㅋㅋ
탈춤, 민요, 사물놀이, 대동놀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들도 거의 무형문화제로 실력이 쟁쟁하신 분들인데 정말 정겹게 잘 가르쳐주셨다. 다른 팀은 잘 모르겠고, 사물놀이는 우리가 금방금방 따라오지를 못하는데도 웃으면서 잘해보자고~ 계속 파이팅 시키셨던 선생님 ㅎㅎ
마지막 시간에는 우리 문화 익히기의 공연을 한다. 각자 지금껏 배웠던 것을 뽐내는 시간인데 단기간에 배웠던 만큼 모두 완전한 공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체로 몸을 맞추고, 가락을 만들어 내는 데 은근한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 문화 익히기 공연이 끝나자 마자 단체사진을 얼마나 찍어대던지 ㅎㅎ
그리고 부록인지, 메인인지… 공연날 선생님들의 정예공연을 볼 수가 있는데 우와 ~ 하고 입이 떡하니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
글로벌 이슈는 약 3-4번 정도의 시간만 할당돼있지만, 나의 여가시간을 제일 많이 빼앗아 간 활동이었다. 우선 개인별로 A4 5장 이상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조별로 최종 발표까지 해야하기 때문. 훈련기간 수업 중에 즉석 발표를 하는 순간은 종종 있더라도 사람들끼리 같이 준비해서 발표하는 것은 글로벌 이슈가 유일하기 때문에 은근 한 번하는 발표 보여줄 것 다 보여줘야지 하는 욕심을 내기도 하는 것. 그리고 은근히 조별로 경쟁도 하고 말이다.
글로벌 이슈는 처음에 ‘여성, 환경, 빈곤’ 등 글로벌한 주제를 개인별로 배정해주고, 조를 묶는다. 그런데 바로 조별로 모임을 갖는 것은 아니고 우선 각자의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5장 이상의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한다. 주제가 광범위해서 인용자료가 많이 필요한데 시간이 넉넉하지만은 않아서 보고서를 쓸 때쯤 우리 기수는 다들 PC실에서 살았던 것 같다. 물론 학술논문 같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베낀 티(?)가 나면 안되기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면서 다들 작성하곤 한다. 이 보고서는 작성하고 나서는 특이하게 내 보고서에 대한 점수를 직접 주게 된다. 이른 바 염치 불구한 ‘자가평가’ 시간인데, 나는 규정시험 많이 틀릴 것을 대비해서 다들 후한 점수를 준다고…
그리고 개인 보고서를 다 작성했으면 조별 모임이 시작된다. 약 10명 내외 사람들로 한 조가 형성되는데 정말 100분 토론 같은 모임을 하는 데도 있고, 서로 생각하고 고민했던 바를 화기애애하게 주고받는 모임도 있고 다들 제각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속한 조는 ‘환경’ 이었는데 환경 같은 경우는 다들 환경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달리 의견 충돌을 할 만한 게 없어서 서로 자료조사한 사례들을 나눠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 다음에 바로 발표준비! 다들 알려지면 김 새니깐 발표할 때까지 어떻게 진행할거라고 나름의 극비(?)로 부치곤 해서 발표준비를 한다. 조의 분위기마다 발표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데 정말 내용에 집중하는 조도 있고, 내용은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는 내용이니깐 다른 스펙타클(?) 한 것을 보여주자는 조도 있고 그런 듯. 우리 조는 다른 스펙타클한 것을 보여주자고 해서, 스톱모션도 만들고, 시크릿 가든을 패러디한 변사극 같은 것도 하고 그랬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조는 동영상을 만들어 왔던 조도 있고, 우리 같이 연극 비스무레한 것을 준비한 조도 있었는데 다들 개성과 재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좀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각 조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조사하고, 준비해서 발표를 하고 나서 전체 토론 시간 같은 것을 갖고 그러면 조금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을 수 있었을 텐데, 각자 조별 발표만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우리 때는 조가 10개나 돼서 발표만 해도 100분정도가 소요되어서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지만, 다른 때는 전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발표가 글로벌 이슈 외에 각자 파견국가나 파견분야에 대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때는 폭설로 산행이 취소되서 국가별 장기자랑 하는 시간을 급조했는데 그때 각자 국가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한 국가도 있었다. 그나마 그 짧은 시간이 나라마 이름만 알던 각 국에 대해서 알게되는 조금 유익한 시간이 됐다랄까.
국내합숙훈련 중 가장 많은 일정이 배분된 것이 “현지어” 수업이다. 언어교육은 대게 같은 언어권이라도 국가별로 달리 배정되며, 국가별 인원이 너무 많은 경우 분반을 하기도 한다. 우리 기수의 경우 파라과이 파견예정자가 많아서 분반을 해 한 반에 13명 정도로 사람을 맞춰주었다. 현지어 교육은 현지인이 직접 교육을 하는데, 한국어를 잘 쓰시는 분도 있고, 전혀 못하시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를 잘 쓰지 못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조금은 답답하지만 현지어를 집중강화 하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잘 쓰시는 선생님을 만나면 수업할 땐 편히 배우지만 이것저것 현지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보니 한국어로 수다를 떠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내 훈련 중 현지어 교육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을 것 같다. 국내훈련이 끝나고 출국일까지의 기간이 좀 있어서, 까먹는 부분도 많고, 어차피 현지에 가면 집중 언어 교육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출국일까지 남는 시간 틈틈이 현지어 공부를 해서 국내훈련 중 배웠던 것을 계속 이어나가면 좋겠지만, 출국 준비하는 게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은 일이라서, 시간이 별로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내훈련 중에는 큰 욕심없이 맛보기 본다라고 생각하고, 공부해두면 좋을 것 같다.그렇다고, 너무 놀면 안되고.
우즈벡의 경우 국내훈련 중 러시아어를 교육받았다. 우즈벡은 각기 지역마다 쓰이는 언어가 조금 다른 편인데, 지방의 경우 우즈벡어를 우선 기본으로 쓰고 사마르칸트 부근의 경우 타직어를 쓰기도 하며, 우르겐치 쪽은 호라즌어라는 것을 쓴다고 한다. 그리고 타쉬켄트의 경우 우즈벡어와 러시아어가 비등비등하게 쓰이는 편이다. 타쉬켄트에서 주로 외국인이 가는 식당이나 까페등은 아예 우즈벡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고려인들은 주로 러시아어만 구사하여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우즈벡어이며, 국가정책적으로 우즈벡어를 밀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에, 우즈벡어가 대세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현지에서 가서 어떤 언어를 교육받을지는 파견기관에 따라 갈리게 되는데, 아마 우즈벡어를 배우는 단원이 더 많을 듯하다. 그러면 러시아어는 배워봤자 필요가 없느냐.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타쉬켄트에서 러시아어를 많이 쓰고, 지방단원들도 타쉬켄트를 자주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으니, 웬만큼 생활 러시아어는 필요하다. 대부분 와서는 우즈벡어를 열심히 해야 할테니, 국내훈련때는 생활용 러시아어를 살짝 맛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국내훈련 중에 언어교육은 각기 국별룸에서 진행되는데, 코이카에서 발간한 교재를 갖고 주로 진행하니 따로 교재를 준비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른 언어는 잘 모르겠지만, 러시아어의 경우는 공부를 하면서 사전을 따로 찾아가면서 할 필요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알려준 어휘, 교재에 나온 어휘 따라가기도 벅차기 때문. 그래서 정말 이 악물고 현지어에 매진해보겠다면 사전이나 추가 교재 등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따로 추가 교재를 구비하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다. 정 급하면 도서관에 각 언어별 추가교재와 사전을 구할수도 있기 때문.
언어는 어쨌든 2년 동안 계속 익히게 될 테니, 그리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국내훈련때보다 현지에 있는 동안 얼마나 꾸준하게 하느냐가 더 관건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얼마 안되서 잘 모르겠지만, 선배단원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어보니 말이다.
철수와 영희는 연인이다. 연인이라는 말은 참 이상한 게 관계를 지칭하는 것도 같고, 상대방을 지칭하기도 한다. 철수는 연인이기 때문에 영희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고, 사실은 그게 아니고 철수는 단지 영희와 ‘연인관계’ 만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다. 대게 철수는 영희 전체가 아닌 ‘연인관계’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철수는 그렇게 두고 싶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철수는 끊임없이 영희를 소유하려 하고,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를 영원히 진행시키고자 한다. 무서운 진실은 ‘변치 않는 진실 하나는 변치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듯, 철수는 영희가 될 수 없고, 철수는 영희를 알 수 없고, 철수는 영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영희는 떠난다. 영희가 떠날수록 철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가 단지 ‘철수와 영희의 관계’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철수는 끊어진 ‘관계의 실’만을 손에 쥔 채 끊어진 이야기의 단힌 골목, 미로를 헤매인다. 골목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욕망을 버리는 것 뿐. 그러나 뻘건 벽돌 담장에 빽빽하게 솟아나는 나무들처럼 욕망은 쉽사리 빠져나오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각기 다른 모퉁이에 서있다. 욕망들에게 둘러쌓인 영희는 어떻게 할 지 모르겠고… 이 이상한 구도를 푸른 하늘이 깔깔대면서 웃어댄다.
** 중요한 이미지들 ** 관계의 이미지들 : 단추, 골목골목 그리고 모퉁이, 빽빽하게 자란 나무 그리고 식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