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지내왔던 훈련기간의 동영상이 먼저 상영됐다.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달 동안 의식주를 함께하던 합숙생활이었다. 짧은 기간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사람들 그것도 세계 각 국으로 퍼져나갈 사람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 하기 전에 걱정도 많이 하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다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래도 재밌었어. 라는 생각만 남았다. 좋은 추억이 되겠군.
짧은 상영이 끝나고, 각자에게 편지봉투와 편지지 그리고 촛불이 배분됐다. 교관의 짧은 경험담을 듣고, 각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설마 우려했던 촛불키고 눈물을 훌쩍꺼리는 고백의 시간 따위가 없어 참 다행이었다. 나도 펜을 들었다. 이 편지가 이미 파견되어 있는 1년 뒤의 나에게 가는 편지라니. 흠. 무엇을 쓸까 하다보니 갑자기 “우즈벡 어떤 곳에 파견될까, 우즈벡은 어떤 나라일까.” 라는 질문. 그리고 “내가 1년 뒤에도 과연 우즈벡에 있어서 이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뭘 써야 될지는 모르겠고,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에잇 모르겠다. 손이 가는데로 써보자. 하고 1년 뒤의 나에게 생각나는 데로 긁적였다.
만약 거기서 계획했던 데로 잘 활동하고 있지 못하다면 약간의 재촉을 만약 거기서 의도치 못한 문제 때문에 힘들거나 외로워하고 있다면 약간의 격려를 담아보았다.
모두들 어떤 글을 담아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 자기 자신에게 건투를 비는 진지한 시간이 되었다.
우리기수는 훈련 종료일 이 후 며칠 뒤 설날이 있었기 때문에 훈련일정이 평소보다 3-5일정 도 축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빡빡하기도 하고, 빠진 일정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인터넷에서 코이카 훈련 일지 같은 것을 찾아봤을 때는 “요리교실” 같은 것도 있었고, “소방교육”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기수는 해당 일정이 없었다. 교육 프로그램이 바뀐 건지, 아니면 짧은 일정 안에 소화하느라 축소된건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다른 블로그에서 컴퓨터 단원들에 한해서 전체 훈련 일정 종료 후 추가 컴퓨터 교육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의 경우엔 해당사항이 없었다. 훈련 장소도 매번 양재동에서 하는 것은 아닌 것만 같다. 우리 62기 바로 전 기수인 61기만 해도 양재동에서 하지 않고 성남인가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전체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면 좋을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이 시간표 이미지를 첨부해본다. 글씨가 보이게끔 조금 크게 했는데, 사진으로 찍어서 그런지 조금 흐리긴 흐리다.;;
후기를 쓰지 않은 일정 등으로는 소모임 활동 그리고 특별 일정으로 된 WFK FORUM 등이 있는 것 같다. 간소하게나마 후기를 써보면…
* 소모임
소모임은 자율적으로 개설해서 함께 배워보거나, 즐겨보거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때는 기독교 소모임, 핫요가, 사진 소모임, 컴퓨터 소모임, 호신술 등이 개설됐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딱히 참여했던 소모임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각기 소모임 구성원들의 성향(?)에 따라 각기다른 활동, 각기다른 분위기로 진행된 것 같다는 말 밖에는.
* WFK FORUM
WFK 포럼은 갑자기 바뀐 일정이었는데, 코이카 자체 훈련일정이기보다 코이카 혹은 World Freinds Korea에서 주관하는 외부일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형태였다. 그럼 WFK는 무엇인가. 나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지 자신은 없지만은 주절거려본다면, 코이카는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으로 해외원조 및 봉사단원을 파견하는 기관인데, 이렇게 원조 및 봉사단체를 파견하는 곳은 코이카 뿐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도 IT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학기술부도 대학생 봉사단으로 해외 봉사단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산하기관마다 다른 이름으로 파견하다 보니 뭔가 한국 통합 브랜드의 필요성이 증대된 것 같고, 그렇게 해서 설립된 것이 WFK 이다. 외교통상부의 코이카이든, 교과부의 대학생 봉사단이든, IT 봉사단이든 모두 WFK 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그 WFK의 설립을 기념(?)하여 향 후 비전과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WFK의 비전에 관한 문제는 차치하고, 우리 훈련생들은 WFK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일정이 바뀌고, 해당 포럼에 대한 사전 설명도 없었던 지라 우리들 중 대부분은 행사장 자리 채우기로 동원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을 수밖에 없었다. 코이카 및 코이카 일반봉사단원 또한 WFK의 일원이므로 당연히 그 곳에서 의사표시를 할 권리와 의무가 있겠지만, 우린 아직 파견되지도 않은 훈련생인지라, 할 수 있는 이야기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해당 포럼장에서 여러 토론, 참여자들의 열띤 질의응답이 이러져서 WFK의 비전과 과제에 대한 여러 주워들은 이야기들은 있어서 그게 도움되긴 했다. 내가 조금이나마 느끼기기로는 ‘국가 브랜드 설립‘ 이라는 기치 아래 ’WFK’ 라는 브랜드를 설립하긴 했는데 통합된 향 후 비전 설립까지는 의견충돌이 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지 비전 자체를 조금 큰 덩어리로 뭉뚱그려 놓았다는 느낌이었다. WFK가 향 후에는 그 이름에서 Korea를 지울 수 있도록 한국 내에만 머무르는 조직이 아닌, 봉사단체로 거듭나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긴 한데…원조도 하나의 외교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어느 정도 홍보해야 한다는 약간의 욕심도 밑에 깔려있던 것 같다. 코이카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지원동기 및 활동계획이 각양각색인 것처럼, 실무진들도 추상적인 비전 (‘나눔’ 등과 같은) 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이지만 향 후 이걸 어떤 방향으로 물줄기를 틀고, 확장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고민들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WFK 포럼 주최측에서 의도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해외파견이 종료되고 돌아 온 단원들의 지원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건 놀랍게도 실제로 파견이 끝나고 국내에 돌아온 단원들에 의해 문제제기가 됐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2년간의 정보격차로 인해 국내에 정착하기 힘들어하는 단원들이 너무 많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코이카 측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2년 갔다 끝이 아니라, 한번 다녀왔던 단원들도 국내든 해외든 계속적으로 활동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 실무진 및 우리 훈련생들의 의견도 엇갈리곤 했는데, 의견 하나는 위의 문제에 동감하며 코이카가 적극적으로 봉사 후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봉사하러 갔다 온 것인데 지원을 요구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 조금 고민이 되긴 하고,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 바는 있지만 여기에 어울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다른 글에서 썰을 풀기로 하고… 우선 문제의 WFK 포럼에서 이런 논의 등이 있었다는 것으로 접어두자.
야외활동으로 크게 무엇무엇이 있을까. 우선 우리 기수는 “사랑의 연탄나눔” 이 있었고, 원래는 계룡산행으로 예정되어 있던 게 폭설로 인해 갑자기 변경돼서 용인 민속촌 소풍이 있었다. 정말 추울 때 진행됐던 야외활동 들이라 기억에도 많이 남는 것 같다.
* 사랑의 연탄나눔
“사랑의 연탄나눔”은 연탄이 필요한 곳에 연탄을 나눠주는 자원단체 활동의 고유명사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속도가 원활하면 자료를 충분히 찾아서 글을 쓸텐데, 아쉽군요. 코이카 훈련생들은 훈련기간동안 “1달러 식사” 라는 하루를 갖게 되는 데, 해당 날은 한끼에 1달러 정도로 이뤄진 식사를 하게되고, 남은 식사비용으로 연탄을 구입해서 “사랑의 연탄나눔”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저도 정말 어렸을 때는 집에서 연탄을 때웠던 기억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연탄을 때우는 집이 그리 많을까 싶었는데 우리가 갔던 “구룡마을”은 거의 대부분이 아직 연탄을 때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살피면 세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겉포장된 인테리어가 아닌, 진짜 사람사는 세상의 모습을요.
구룡마을이 놀라웠던 것은, 서울 도곡동. 이른바 노른자위 땅 위에 그것도 타워팰리스가 후경으로 펼쳐진 풍경위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을은 생각보다 크기가 컸습니다. 골목골목 판자 및 광고판 같은 것들을 덧대서 집들이 이뤄져 있어서 세대수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골목골목 돌다 보면 미용실, 슈퍼, 철물점 같은 상점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어리스트 마냥 마을 곳곳을 쑤셔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사진 등은 찍지 않았습니다. 행사 사진용으로 사진사가 찍은 것만 가지고 있을 뿐.
암튼 하늘을 찌를 듯 우쭐하게 솟아있는 타위팰리스와 함께하는 구룡마을은 뭐랄까, 정말이지 그로테스크 했습니다. 번지르르한 서울의 이면이자, ‘괴물같은 도시로부터 쫓겨 올 수밖에 없는 우리 신세’라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기도 하는 그런 동네인 것 같습니다.
훈련생이 100명이나 되니 조금만 나르다보면 끝날 줄 알았건만, 연탄은 생각보다 많고 무거웠고, 골목은 좁았고, 연탄을 쌓아야 할 창고도 비좁았습니다. 정말 땀 흘릴 정도로 다들 열심히 해서 거의 한 나절 해서 겨우 일을 마쳤습니다.
스쳐 지나친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뭔가 우쭐대듯 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함께 연탄을 나누는 훈련생들끼리 오순도순 담소를 나누면서, 그리고 더러는 검정을 얼굴에 묻히는 장난도 치면서 연탄나눔을 하고 왔습니다. * 용인민속촌
원래 계획됐던 곳이 아니었고, 정말(!) 폭설로 인해 계룡산행이 하루 전에 취소되서 가게 된 곳이었다.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여기도 눈이 많이 쌓여 있었는데 시간 여유가 많지만은 않아서 민속촌보다는 놀이동산 쪽에 더 시간을 쓴 것 같다. 시간여유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어쨌든 빡빡한 일정 속에 자리잡은 소풍(?) 일정이라 다들 아이같은 마음으로 눈썰매와 놀이기구도 타고, 술술~ 산책도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고 했다. 놀던 것을 동영상으로 많이 찍어둬서 동영상으로 편집하기도 했다지 ?! 아래가 해당 동영상.
7 Afosiab st. Tashkent Uzbekistan 700029 Korean Embassy (KOICA OFFICE)
:: 주의사항 주소는 대사관 주소이므로 KOICA라고 반드시 표시를 해야하며, 송장뿐만 아니라 박스에도 주소를 써야만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 박스를 보낼 경우에는 안을 볼 수 없도록 종이로 틈새를 매꾸고 테이프를 붙여야만 우편 배달 중 도난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 주로 한국-우즈벡 우편은 EMS 를 이용하면 됨.
* 집주소
Dukjoong Kim Ташкент, Мирабадский район, ул. Якка Чинор, дом № 3 , кв. 41
:: 대사관을 거치지 않고 우편을 보낼 경우엔 우편사고가 꽤 있다고 하므로 주의해야 함. 현지에서 사용하는 러시아어로 된 주소인데 영어로는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음.
* 전화번호
+ 99897 486 1326
:: 스카이프로 실험했을 때는 됐는데, 전화가 될 지 안될지는 확실치 않음. 전에 폰은 영어로 보낼 경우 문자전송도 됐는데, 지금은 될지 안될지 확실치 않음.
짜여진 교육 일정표를 보고 ‘건강교육’ 등이라고 되어 있는 걸 보고, 그냥 안전사고 유의하라 정도의 알 만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내 계산 착오였다. 세계 각국으로 그것도 적도 부근으로 특히나 코이카가 파견지가 밀집되어 잇어서 한국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질병이,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의료시설이 되어 있는 경우가 즐비한 것이다. 그래서 코이카 의료 담당 의사 선생님들의 관련 지침과 경험담 들은 다소 충격(?)적인 것도 있었고, 아무튼 귀에 새겨듣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많았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기 건강이 제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심폐소생술 등 간단한 실습과 함께 한 응급처치도 유용했다.
* 응급처치
주로 응급사항 때 환자를 어떻게 조치하느냐, 심폐소생술 등을 관련 교육과 실습을 함께 진행했다. 이건 딱히 코이카로 파견될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번 쯤 알아두면 유용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각 현지는 의료시설과 관련 교육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 응급환자가 생겨도 잘못된 방법으로 조치하거나, 그냥 내버려두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래서 딱히 의료 관련 단원이 아니더라도 현지에 가서 응급처리라도 제대로 하면 한 생명을 구할수도 있으니. 응급처치는 더욱 유심하게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인터내셔널 SOS 와 보험
인터내셔널 SOS 는 파견되는 2년동안 적용되는 것으로 의료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창구다. 의료 관련 상담부터 긴급한 사항이 발생했을 때는 전용기까지 동원되어 구조를 받을 수 있다. 파견국가 중 일부 국가는 다닐만한 병원이 한 군데도 없는 곳도 있고, 병원이 있어도 말이 안 통해서 못가고, 약국이 많아도 무슨 약을 달라고 할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내셔널 SOS는 단원들에게 있어서 막강한 보험같은 역할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보험 역시 파견된 기간동안 들어있는 보험으로 관련 진료를 받았을 경우, 보험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을 경우 비용을 부담해준다. 규정은 관련 서류 완비, 원래 그 지병이 아닐 경우 등등, 인 것으로 안다.
* 건강교육
이 때 온갖 질병부터 각 국의 유의할 점, 출국전에 챙겨 맞아야 할 예방주사, 챙겨가야 할 의료약품 등등에 관한 안내사항을 상세한 경험담과 함께 들을 수 있다. 주로 의사 선생님들이 진행해왔던 상담사례와 함께 안내해주는 데, 사례는 정말 위험한 고비를 겨우 넘겼던 일, 잘못된 의약품으로 사고 날 뻔 한 일, 더러는 안타까운 사례들까지 들을 수 있다. 이때 이러한 각종 질병과 낙후된 의료시설을 감수할 수 있는 단원들만 출국을 하라고 약간은 단오하게 말씀하시기도 한다. 근데 충분히 잏가 되는 것이 기껏 큰 포부를 갖고 떠난 단원들이 현지 의료사고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는다면 이 얼마나 가족이나, 친구나, 본인에게 있어서 안타까운 일인가. 그래서 건강교육 때만큼 관련 질문이 많이 나오던 때가 없었던 것도 같다. 건강이 제일이니깐. 충분히 잘 알아가고, 충분히 잘 준비해가야 하는 것 !
* 에방주사
파상풍, 간염예방주사, 장티푸스, 독감 예방 주사 등등 정말 많은 주사를 맞게 된다. 그리고 파견 국가에 따라서 황열병 예방 주사 (주로 적도 부근)를 맞기도 하며, 직종에 따라서 광견병 주사 (수의학에 해당) 등을 맞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 교육 때 더 챙겨 맞으면 좋을 예방주사 등을 안내받을 수 있으니 건강교육 때는 메모를 잘 해두면 좋을 듯.
지금 내가 있는 우즈벡은 적도 부근이 아니라 황열병, 뎅기열 같은 질병도 없고, 의료시설도 웬만큼은 구비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도 우즈벡 단원들을 보면 이것 저것 간단한 것부터, 조금은 심각한 것 까지 의료문제에 부닥치고는 하는 것 같다. 얼마나 멋진 활동을 하는 것에 앞서 건강이 제일이나 건강교육 열심히 받고,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를 좀 마어서 열심히 준비해서 오고… 하는 것은 절대 손해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코이카를 지원했을 때 정말 여러 수기들을 읽어봤는 데 상당히 의외였던 것은 단원들끼리의 관계문제로 힘든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리 오랜 기간을 지내보지 않아서 뭐라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런 문제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타국에서 코이카 단원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살다보니, 서로 너무 가까워져서 그런 것도 있고, 연령도 문화도 모두 다른 사람들끼리 거의 2년을 밀접하게 살려고 하니 서로간의 생활리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도 같다. 그리고 현지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관 그리고 현지 사람들과의 관계일 것이다. 코이카 단원들끼리 어느 정도 밀어주고, 끌어 당겨주고 산다고 하더라도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현지 사람들이다. 대학 수업을 한다고 하면 학생들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하고 관계를 잘 맺어야 무엇보다 양질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서로에 대한 이해, 소통을 주제로 한 국내훈련 교육과정도 마련돼있었다.
한 수업은 단원들의 서로 성격의 타입을 간단한 심리학 검사로 알아보고, 이 성격타입의 특성 그리고 그 성격타입들이 주로 꺼려하는 사람 타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것은 다 생각이 안나고 난 NP 형이었는데, NP형이 62기 중에서 제일 많지 않았나 싶다. 주로 감성적이고, 배려가 깊은(?) 타입이었고 권위적인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간단한 심리학 검사였지만 내 성격타입도 알아보고, 단원들 서로서로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서로 마찰없이 지낼 수 있는 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또 한 수업에서는 소통에 관한 수업이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냐 하면 책상위에 장남감 퍼즐들을 잔뜩 깔아놓고 한 사람은 상대의 행동을 보지 않은 채, 한 사람에게 퍼즐을 어떻게 쌓으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지시를 받는 사람도 지시를 내리는 사람을 보지 않고 듣는 지시와 묘사만으로 퍼즐을 쌓아간다. 그렇게 하고 나서 지시를 했던 사람이 의도했던 퍼즐의 조합과 얼마나 다른지 서로 살펴보는 것이다. 이 경우 정말 자세하게 자세하게 묘사했을 경우 어느 정도 비슷했지만, 거의 다 우수꽝스럽게 되어 있다는 게 대부분. 간단한 놀이이지만 이걸 통해 상호간 완전한 소통을 하기 위해선 서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렇게 노력해도 완전한 소통은 어렵다는 약간의 교훈을 얻었다.
그 외에 종종 교관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이 것은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고해서 별 다른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제일 마음에 와닿곤 했다. 현지 선생님은 악의 없이 한 이야기였는데 현지 언어의 이해 불가에서 비롯된 오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여러 사고들 등등의 이야기였다.
사실 단원들끼리의 관계에 대한 교육은 현지에 가서도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국내합숙이야 빡빡한 일정으로 딱 한달 지내고 말지만, 현지에서 합숙은 두달이며, 두달을 지내고 나면 각 도시, 그리고 같은 국가에서 2년을 함께 지내곤 하지 않는가. 모두가 서로 노력해서 잘 지내곤 하지만, 그래도 그런 프로그램있어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 나면, 더 친밀한 관계 더 끈끈한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딱 33시간 동안 출력했던 영상의 화질이 심하게 뭉개져 있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시험출력도 해본 결과 화질문제는 단순히 비트레이트 때문임을 알았다. 그런데 비트레이트를 조정하였지만 이제 프리미어의 자체 문제인지 출력물이 중간에 끊어지는 에러가 발생한다. 지금도 출력중. 벌써 4번째인 듯 싶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번처럼 33시간이 아닌 4-5시간이면 출력이 된다는 것.
오늘 컴퓨터는 출력을 걸어놨겟다. 달리 할 일도 없어서 그냥 산책삼아 길을 나섰다.
집 근처 철봉에 가서 꼬부라진 척추를 펴주고 한 동안 나뭇잎들과 나무들을 찍어댔다.
이런 여유.
귀에는 요새 자주 듣는 “옥상달빛” 앨범을 꽂아놨는데 뭔가 묘하게 잘 맞는다.
“하드코어 인생아” 노래와 “가장 쉬운 이야기” 노래에 인생과 행복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매번 듣는 상투적인 어술이지만 노래로 듣게 될 때면
뭔가 새삼 느끼게 되는 게 있다. 인생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직접 들어서 그건건지.
그래서 그냥 노래를 듣는 동안 “어떻게?” 라는 골치아픈 질문을 팽개치고 고양이를 찍다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