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9.16.] 꿈, 페루, 우즈벡 그리고 정전

    꿈을 꿨다.

    사마르칸트 였다. 밤이 되었고 나는 카메라를 챙겨 나갔다. 찍으려는 대상이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산책 겸 사마르칸트 밤 풍경을 찍으려 했던 것 같다. 가로등이 많은 사마르칸트지만 그래도 어둡기 때문에 단렌즈를 챙겼다. 조금 걷다보니 레기스탄 근처 대로였다. 지난번 동기들과 함께 걸었을 때처럼, 그 깨끗하고 넓은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우선 좀 걸었다. 저 앞에서 누군가 한 패거리가 나타났다. 조금 겁이 났지만 무시하고 걸었다. 그들과 내가 가까워질때쯤 그들이 내 어깨에 맨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다. 저항했지만 그들이 완강한 힘으로 카메라를 빼앗었다.

    그리고 꿈이 깼다.

    오늘 사무실에서 얼핏 들은 바가 있었는데 페루에서는 거의 평상복 차림으로도 잘 못다닌다고 한다. 거의 거지꼴을 하고 다녀야만 절도 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페루에 한 번 다녀왔다는 단원에게서 들은 얘기라니깐 믿을만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코이카 파견 국가들을 전부 훑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나라가 바로 페루였다. 멀고 먼 남미에 있고, 스페인어를 쓰고, 나라 크기도 그리 작지 않은데다가 바다를 끼고 있고, 가볼만한 곳도 많을 것 같고… 왠지 이름이 멋있고. 그래서.

    그리고 오늘 밤 여기 집에 온 이후 처음으로 정전이 됐다. 우즈벡에선 종종 있는 일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선 좀처럼 정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정전이 풀리지 않았다. 창 밖을 봐도 모두 새까만 것을 보니 이 쪽 지역에 전부 정전된 듯 하다. 저 멀리 마가진 젬축이 있는 꼭대기 층에 불이 켜진 것을 보아 광범위한 정전은 아닌 듯하다. 뭐 무섭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잠 안오는 밤에 정전이 되버리니깐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노트북 배터리도 약 2시간밖에 안되니깐.

    아무튼 내가 우즈벡의 수도 타쉬켄트에 있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밤에도 여기저기 나다닐 수 있고, 나름 문화생활이라고 하는 것들도 찾아 다녀볼 수 있는 환경이니깐.

    그 가능성들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성장할지가
    바로 관건이라는 것이지!

  • [2011.9.14.] 나, 영어도 시작하려구

    우즈벡 현지어라고 말할 수 있는 언어는 두가지이다.

    우즈벡어 그리고 러시아어.

    여기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두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러시아어는 어렵고

    학교 기관에서 우즈벡어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나는 우즈벡어를 배웠고

    우즈벡에 온 지 약 6개월이 됐다.

    이제

    현지어가 어느 정도 됐냐고?

    어느 정도 됐겠어?!

    꼴랑 6개월로 내 짱똘이 때굴때굴 굴러갈 것 같아!!!!!!!!!!

    사실, 열심히 현지어를 공부한다면…. 6개월만에 진짜 잘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한국어도 제대로 못듣는 놈이어서 그런지

    제대로 현지어 공부에 집중하지 않아서 그런지

    (난 독문학과였는데도 독일어 안 하던 그런 놈이였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더듬더듬 아는 어휘 몇 가지로 사고, 먹고, 택시타고만 겨우겨우 산다.14

    그 정도 어휘로 계속 살려면 답답하지 않겠냐고?

    그냥 못 알아듣는 것도 익숙해지고, 못 말하고 대충 바디 랭귀지로 하는 것도 익숙해진다고나 할까…. ㅠㅠㅠㅠㅠ

    그리고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은 모조리 한국사람이고 ㅠㅠㅠㅠ

    암튼… 그런데도… 영어를 시작하려는 이유는

    수업은 막상 시작했는데… 어휘가 너무 후달려서 설명이 거의 되지 안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래도 영어를 매우 잘해서 (나보다 다들 잘하는 듯)

    영어로 설명하려는데…. 영어도 너무너무 안된다.

    여기와서 더 파괴되었는데… 그래도 꼴랑 아는 몇가지 우즈벡어라고

    자꾸 영어가 아닌 우즈벡어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우즈벡어 어순이 한국어 어순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영어 문장 구사가 더 어려워져버리고 말았다는 것.

    영어 어휘도 조금씩 파괴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

    수업을 위해서도 그렇고, 뭐 나중에 쓸모도 있을 것도 같고 그래서 영어도 같이 공부해보려고 한다.

    우즈벡어도 꾸준히는 하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나…. 영어 못하더군 ㅠㅠㅠ

    뭐 영어도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 마스터플랜으로 잡고 하면

    뭐 조금이라도 성과가 있겠지.

    그래서 텀블러에 쓰던 일기도 다시 쓰려한다.

    월수금일은 우즈벡어

    화목토는 영어로

    쓰려고 하는데!

    물론 매일은 못쓰고… 그냥 내킬때마다 한번씩 써보도록 하지.

    두가지 언어를 같이 배운다는 것은…

    모험이 될지, 기회가 될지

    지켜보자구!

    PS: 근데 영어 일기 무료로 첨삭지도 해주는 그런 사이트 없나?

  • [2011.9.13.] 하하하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쉬워진다니

    오늘 첫수업을 하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 수업은 현지 선생님이 내가 도와주겠다고 하며 같이 들어갔는데

    내가 준비해 온 수업은 MS Word였는데 현지 선생님은 MS Windows를 하기를 원했다.

    솔직히 MS Windows 로 무슨 수업을 할 게 있기도 하고… 실습없이 설명만으로 수업을 이끌어가기에 언어가 지극히도 부족하기에

    전에 준비했던 하드웨어와 MS 윈도우의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때웠더니… 무려 한시간이나 남았다.

    나머지는 현지 선생님이 윈도우 그림판으로 우즈벡 국기를 그리는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그 와중에 그냥 멀뚱멀뚱 있어야만 하는 게 참 무안하면서도 엉거주춤하기 짝이 없었다지.

    그래도 3번째 수업시간에는 현지선생님의 관리감독 따위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MS Word를 진행했다.

    저번 시간에 간단한 수업계획 이야기하면서 한없이 모자라는 현지어 실력의 미천을 드러냈던 지라

    학생들도 어느 정두 감수(?) 하고 따라하는 모양.

    그나마 빔 프로젝터로 쏘아 주니깐, 말이 그리 많이 필요가 없더라

    그냥 따라 하세요, 됐나요? 뭐 이 정도 두가지 문장이면 되는 듯 싶더라…

    그래도 학생들이 1학년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나름 밝고 어느 정도는 따라해줘서 다행.

    물론 까불까불하게 구는 애들도 있는 것 같은데… 뭐 큰 고민이 들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좀 가볍게 보이면 안되려나 싶긴 했는데

    내가 여기서 뭐 목 뻣뻣이 세우고서 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내가 완전히 현지 선생미들과 똑같이 수업을 하려는 건 내 욕심이겠거니 했다. 물론 능력도 안되고 말이다.

    그냥 되는 언어, 안되는 언어 동원해서 미소로 때우고

    친근하게 가까워지려고 해야겠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알려주는 건 비슷하잖아 ?!

    학생들과 직접 면대면을 할 때는 큰 어려움이 없는데

    항상 어려움이 있는 건

    현지 선생님 그리고 기관 자체와 뭔가 일정을 맞추고 조율을 하는 것.

    뭔가 뒤꽁무니가 있어서 나에게 이렇게 구는 것 같은데

    그걸 파악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도 못하겠고 저렇게도 못하겠고 그렇게 되면서 힘이 빠지게 되는 가 싶다

    그래도 이젠 수업이 어느 정도 시작을 했으니

    기관과 크게 협상할 문제의 여지가 사라졌다.

    침착히 침착히 하다보면

    아, 이거구나 이거였구나 할 때가 있을테지.

    하하하

    아, 오늘 추석인데… 어제 잠을 너무 늦게 자서

    마냥 피곤하기만 하고

    그렇네/

  • [2011.9.12.] 우즈벡 레저

    오전에 인터콘티넨탈에서 한다던 헨드메이드 엑스포에를 갔다.

    한두달에 한번정도 한다는 것 같던데… 생각보다 풍성하고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있었다.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았고…

    우즈벡을 떠나기 전에 한번 쯤 들르면 꽤 유니크한 기념품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잘 찾아 온 듯.

    인터콘티넨탈에 온 김에 말로만 들어왔던 TV타워 옆 쁠롭센터를 갔다.

    굉장히 큰 쁠롭센터라고만 들어서… 나는 시장통처럼 북적북적 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쁠롭을 먹을 줄 알았는데…

    무슨 예식장 식당같이 생긴 깔끔한 건물이었다.

    아우라가 없단 말이야, 아우라가, 흠흠.

    그리고 사무실을 들렀다가

    오후에는 아이스링크 장인가를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사진이랑 장소 안내만 되어 있던 곳이라 도전하는 셈이었는데

    오오~ 아이스 링크장에 얼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특수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었는데… 얼음이 아니어서 그런지 쭉쭉 미끄러지지도 않고, 재미도 별로 없고, 발목이 쉽게 꺾기기 일수였다.

    사람들도 아무도 없고 ㅠㅠㅠㅠㅠ

    그냥 한번 경험삼아 온 셈

    우즈벡 문화 체험한 셈

    치기로 했다.

    아이스를 느껴보지 못한 지라 팥빙수를 먹으로 그 다음 브로드 웨이로 갔다지 – .

    어쨌든 타쉬켄트 및 우즈벡 문화체험은 계속된다 – 쭈 욱 ~ ㅋㅋ

    다음에는 IOSIS ROCK FEST 그리고 나보이 발레 그리고 일콤인지 뭔지 하는 공연장을 좀 알아봐서 찾아가봐야 겠다!

    아직까진 가볼 만한 데가 꽤 많군 ! ㅎㅎ

  • [2011.9.8.] 가을

    9월이 되자 컴퓨터에 저장하는 사진 폴더 이름을 “가을” 이라고 했다.

    왠지 “가을”폴더에 사진을 넣어 둘 대마다 기분이 좋다… 좋은 사진을 많이 모아뒀으면 한다.

    가을의 초… 방학에 비해서는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찌보면 다사다난했다.

    내 최고의 이슈였던 수업 문제는 …

    여러가지 힘 빠지게 하는 과정들을 거쳐서

    시작은 하게 됐다.

    교실은 언어학부에 있는 공간에 새로이 세팅을 다 해뒀다.

    컴퓨터가 너무 낡아 어차피 고치긴 해야 하지만, 간단한 오피스 수업을 위해서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빔 프로젝터와 연결하는 D-SUB 라인이 너무 짧은 것이 문제지만…

    그건 현장사업 이후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정 안되면 전자상가에서 하나 사도 될 것 같고… 물론 그게 있을런지 확신은 없지만.

    암튼 수업문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짬짬이 공연을 찾아보려 했다.

    그래서 칠란조르에 있는 오페라때 떼아뜨르에서 20주년 기념 공연도 보고

    일본 애들이 하는 “숨겨진 용의 소리” 라는 공연도 봤다.

    그리고…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

    어제 보드카를 퍼먹어서, 오늘 정말 죽을뻔 봤다.

    현장사업 물품 구매하는 걸 따라다니는 데

    아부사히며, 말리까며, 나보이며… 다니면서…

    화장실에서 위액을 쥐어 짰다. ㅠㅠㅠㅠ

    지금은 이베이에서 카메라를 하나 질러 우즈벡으로 직배송 시켜보려고 도전중이다.

    우리카드가 해외 이용 등록 절차때문에 막혀있나 보다…

    한 내일 쯤. 페이팔 결제해버려야짓.

    디지털도 좋긴 좋지만

    내게 있어서 사진은… 필름인 것 같다.

    필름 맛이 그립다 ! 가을이니깐 !

  • [2011.8.27.] 빨리 지나라

    오늘 날씨는 거의 가을이 왔구나 했다 싶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는데…  뭔가라도 지린 듯. 맘이 편하지만은 않다.

    현장사업 관련해서는 계속 오락가락 하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가닥을 잡아서, 다시 첨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고

    수업 관련해서는 오늘까지도 학교측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음 주 월요일이 29일이니 그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난처해 질 경우다.

    정규수업 관련한 준비 혹은 대응때문에 밀린 일도 퍽 많다.

    반기 보고서도 써야 되는데 아직 시작조차 못했고

    현지어 공부도 잘 못했고

    개인적인 내 취미생활 등등 도…

    사람들 만나는 일도… ? (아 이건 너무 많이 만나고들 다녀서 그다지 지장을 줬다고 할 수 없군)

    이제 막 일주일 정도 지나면 죽이 되든, 떡이 되든 어찌 결론이 나겠지.

    그냥 빨리 지나라.

  • [2011.8.25.] 3일

    MB 방우로 인해 거의 모든 코이카 인원들이 각종 잡일에 투입됐다

    MB랑 악수하는 일 같은 것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본 적 조차 없었음)

    꽤나 많은 시간 준비를 필요로 하는 팀에 배정되서… 조금 체력이 후달렸던 것은 사실.

    대사관 쪽이나, 선발된 여타 사람들이 코이카 사람들에게 달갑지 않게 굴어서 ‘뭐지?’ 이런 때가 많기도 했지만

    평소에 자주 보지 못했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서… 그래도 다행.

    그래도 이것저것 새로운 것도 경험해보고 그래서 나름 보람찼다고 생각 중.

    어제 끝난 김에 술을 퍼먹어서, 조금 실수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뭐 종종 있는 일이니깐.

  • [2011.8.13.] 나원참

    나는 웬만큼 속내를 터놓지 않는 편인데

    그건 내 속내를 터놓는다고 해도 더 나아질 것은 없다고

    어짜피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욕망은 솓구치지만, 그치게 하는 동력은 그것.

    하지만 가끔은

    농염한 분위기 속에

    내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을 때가 있어.

    남김없이 내 모든 것을 터 놓고서

    그냥 내가 이렇든 저렇든, 어떻게 생각하든 말이야

    그냥 내가 그래왔다는 것을…

    뭐가 어떠든 간에

    그냥 모조리 다 토해놓고 싶을 때가 있어.

    나는 그 때를 기다리는 건 가.

    아니면 내가 만들어야 하나.

    그냥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에는

    참을 수 없을만큼 못 견디겠다 싶은,

    그런 것이 있곤 해.

    그런 호기심들과 긴장감 때문에

    인생은 살아갈만 할,

    한 그런 것인지도.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군.

    나원참

  • [황해-나홍진] 뒤죽박죽거리네 !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늘어진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하정우의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혹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못잡고 계속 쫓기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대결해야 하는 대상도 계속 바뀌는 것만 같았다. 이건 영화가 단선적으로만 가면 너무 싱거우니까, 이리저리 꼬기도 하고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이 뭉쳤다가 풀어졌다가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려고 한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전 영화 “추격자”에서 경찰, 하정우, 김윤석 그리고 희생자. 이런 다양한 각도에서 쫓고 쫓기듯 하면서 몰입도가 상당했는데… 이번엔 짜임새 자체도 엉성했고, 불필요한 것도 많았고 거기다가 모호하기 까지 했다. 그리고 영화의 컨셉 자체도 확실하지가 않은 것 같다. 서로 캐먹으려고 하는 악의 구렁텅이에 놓인 한 남자의 수난사인지, 애틋한 목표 하나를 가지고 돌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지… 말이다. 휴먼스토리인지, 액션인지… 흠.

    첫 출발, 중국에서는 뭐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정우는 어디까지나 파괴된 자신의 가정을 되살리고자 빗도 갚고, 아내도 함 찾아서 어떻게든 해보자 하는 강력한 목표 하나로 들끓고 있었으니깐. 죽여야 할 대상을 다른 사람이 해치우면서부터 이야기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새로운 주변인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김윤석은 거기다가 하정우를 배신하고… 하정우는 결국 목표를 잃는다.

    아내는 만나보지도 못하고, 찾을 길도 묘연하고, 누군가 아내를 위협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지명수배자가 되서 쫓기기 시작한다. 하정우는 배신이고 뭐고 이제 그냥 여기서 탈출해서 중국으로 돌아가야겠구나 싶은 마음 뿐이다. 그래서 하정우는 경찰의 눈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 그런데 김윤석이랑 한국 조폭들이랑 갑자기 힘을 합치기도 하고, 서로 뒤퉁수를 때리기도 하고… 하정우는 그냥 도망가기만 하고… 주인공의 목표와는 빗겨 간 것들이 서로 뒤엉키고…

    액션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대결구도가 어떻게 되는 지를 몰라 긴장감을 놓쳐버린다. 그냥 모든 게 언젠가 한번에 풀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면, 조폭두목 죽고, 김윤석도 그냥 죽고, 하정우는 배 위에서 자살한다.

    제일 뜬금없었던 것은 경찰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경찰들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가 하정우의 최고의 강적으로 부상하지만 결말부분으로 치닫으면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경찰의 몇몇 인물을 그래도 중견배우도 쓰고, 약간의 추리도 하고 그러길래 사건의 말미에 뒤치닥거리 하는 역할로 쓰겠구나 싶었는데, 클라이막스 이후부터는 종적없이 사라져버렸던 것.

    흠… 느와르와 액션 그리고 약간은 애틋함 그리고 콧등 시린 인생의 애환까지 담아보려 하기에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했던 듯 싶다.

    PS :  갑자기 이렇게 리뷰를 쓰는 것은… 너무 안 써서, 이제부터 좀 써야겠구나 하고 반성하는 의미임. 근데 잘 안 써지는 군 ㅠ 그래도 하정우는 연기 참 잘하더라 !

  • [2011.8.10.] 가만히

    가만히 보고 있으면

    천천히 내려지는

    민들레 홀씨 하나 볼 수 있지

    후다닥 다이빙하는

    잎사귀 하나도 볼 수 있지
    내 속에도

    똑- 똑- 하는 소리

    운이 좋으면

    들을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