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학기:PPT2] 슬라이드마스터 및 애니메이션 (20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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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서서식, 그림서식, 워드아트, 차트 등 파워포인트의 기본적인 워드 작업환경이 MS Word 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배웠던 것들이 많았다. 전 날 고민고민을 하다가 슬라이드 마스터와 슬라이드 노트 그리고 트랜지션과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준비를 해갔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파워포인트의 해당 기능을 수업시간에 다 해버리고 말았다.

    학생들이 눈치가 빠르기도 하고, 그다지 컴퓨터 미숙련자가 없는 터라 진행 중에 막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작업환경을 슬라이드 마스터뷰와 노말뷰로 왔다갔다 하는 것을 잠깐잠깐씩 헤깔리는 학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곧잘 만들어내는 편이었다.

    슬라드 마스터의 개념을 이해하시키기 위해 배경화면, 내용서식, 그림삽입, 페이지 넘버 삽입 등등의 과정을 노말뷰와 슬라이드 마스터뷰를 왔다갔다 하면서 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는 가 싶더니, 개체 별로 반복하니 이해를 한 것 같다.

    그리고 커스텀 애니메이션.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부분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여러가지로 알아서 바꿔가면서도 해보고, 실습예제도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시각적으로 뭔가 나타나는 게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듯 싶었다. 나중에 방과 후 수업으로 그래픽이나 영상편집 수업을 하면 좋겠구나 싶었다.

  • [첫학기:PPT1] 시험결과와 파워포인트 첫 수업 (2011.10.17)

    오늘 어떤 학생이 일찌감치 와서 저번 시험 성적에 대해 묻는다. 시험성적이 다들 좋지않아서 우선은 비밀이라고 대답했다.

    시험성적이 정말 나빴다. 필기시험의 경우 100점만점에 최고 점수를 맞은 학생이 70점이었고, 최저점수를 맞은 학생은 20점이었다. 실기시험의 경우 후하게 줘서 90점대까지는 있지만, 역시 최저점수는 20점대도 있었다. 필기의 평균점수는 50점 정도였고, 실기는 60-70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문제를 어렵게 내긴 했지만.

    학생들이 각 기능을 실습자를 따라서 구현하는 것은 곧잘 하지만, 종합적으로 응용해서 정확하게 구현하는 능력은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얼핏보면 흡사하게 문서를 만들어놓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꼼수를 쓰거나, 여기저기 뒤틀린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런 낮은 점수대를 그대로 학부에 올릴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시험 점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답을 서로 확인해보고, 최고점수만 공개했다. 그리고 시험시간에 오지 않은 학생의 처리문제가 골치아팠는데, 일단 뭐라뭐라 이유를 대긴 댔기 때문에 재시험을 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필기문제 몇 개만 고쳐서 수업시간에 풀어 내라고 했다. 급히 수정했기 때문에 몇몇 문제는 동일했고, 학생도 나름 고득점을 맞았다. 그러나 시험시간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학생은 점수를 그대로 제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맞은 점수에서 40% 정도를 마이너스 시킬 예정이다.
    학생들이 모두 와서 수업을 시작하려하니, 학생들이 성적을 알려달라고 항의와 애걸복걸을 한다. 나는 성적이 좋지 않다고, 가장 높은 점수만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필기시험 성적만 다 알려줬다. 필기시험은 답안을 오늘 알려줬기 때문에 어차피 다들 알 수 있기 때문. 20점 맞았다고 해도, 별 충격이 없나보다. 노력하라고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하면 알겠다고, 됐다고 하기 일쑤. 휴.
    그리고 파워포인트 수업을 진행했다. 파워포인트에서 시각화 기능 몇 가지만을 제외하고는MS Word 와 기능이 같기 때문에 그리 많은 수업 시수가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았다. 진도를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해서 오늘은 슬라이드 마스터나 슬라이드 노트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기본 인터페이스 몇 개와 MS Word에서 한번 배웠던 기본서식들을 파워포인트에서 한번씩 해보는 것으로 진행하려 했다.

    기본적인 것들이어서 딱히 예제만들 것도 없었는데, 그게 실수였는지 오늘 수업 진행은 그리 원활하지 않았다. 다들 한번씩 했던 내용이어서 이거 하라고 시키면, 다른 것을 만져보기 일쑤. 그래도 파워포인트는 상당히들 하나보다. 차트부터 애니메이션가지 곧잘 끼워넣어놨다. 대충 기본적인 기능들을 보여주고, 따라하게끔 해도 학생들이 너무 앞서나가서 시간이 남아버렸다. 나머지 십몇분동안은 연습시간을 갖게끔 했다. 하지만 순순히 파워포인트 연습을 할 학생들이 아니었다.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내게 한국말을 가르쳐달라고도 하고, 한국 노래를 들려달라고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해요” 같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수업을 10분 정도 일찍 끝냈다.
    오늘은 시험성적도 발표하고, 파워포인트도 너무 기본적인 내용을 해서 그런지 뺀질거리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수업진행이 조금 막힌다 싶을 때는 ‘뭐 하라는 거야?’, ‘우리가 한국어를 배워야겠군’ 하는 둥의 말들이 튀어나오곤 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약간의 단어와 늬양스 그리고 말한 다음 다른 학생들의 웃음소리 등으로 추측컨대… 그럴때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우즈벡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라고 마음을 부여잡기도 한다. 도대체 자유자재로 이해할 날이 오긴 올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조금 위안인 것은 오늘 첫번째 수업시간이 끝나고 어느 학생이 나에게 컴퓨터를 좀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추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프로그램에 대해서 배우고 싶냐니깐 그냥 워드도 좋고, 파워포인트도 좋고 연습해보고 싶단다. 달리 프로그램을 정하진 않아서 조금 막연한 감이 있지만, 거절하기도 그래서 우선 내일 낮에 보자고 했다.

  • 2011 DJ’s MUSIC

    2011년은 2월부터 쭈욱- 우즈벡에 있었지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DJ’s Music 은 계속된다!
    2011년은 올해 바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앨범들을 많이 들은 편이었는데, 이유는 정말 기대하던 앨범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루시드폴 2년만에 새 앨범, 검정치마 3년만에 새 앨범, 허클베리핀, 이승열 4년만에 새 앨범까지는 그래도 양반이다.
    델리스파이스가 5년만에 새 앨범을 냈고, 라이너스의 담요는 10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내지 않았던가. 덧붙여 10cm와 옥상달빛의 첫 정규앨범도 나를 얼마나 흐뭇하게 했던지 말이다.
    쏟아져나오는 새 앨범들 덕분에 원래 갖고 있던 못 들어본 앨범들을 들어볼 기회가 좀 적은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안 들은 것도 아니다. 음악이라는 게 유행이라는 게 있을리 있나. 그냥 나랑 맞으면, 좋으면 듣는거지. 암튼 2011년 DJ’s Music을 해보자! Ketdik!

    * 10cm – 1.0
    Ep 앨범 초창기부터 좋아했던 10cm. 정규앨범을 기다렸던 밴드중의 하나였다. 결국은 나와주었고, 들어주었지. Ep 앨범에서 “눈이오네” 와 “새벽 4시”와 같은 허스키하면서 내지르는 목소리로 쓸쓸한 노래를 하는 게 내 가슴에 콕콕 박혔었지. 정규앨범은 그런데 Ep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좀 더 밝아졌고, 어쩌면 조금은 더 대중적이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정규앨범보다는 Ep앨범의 느낌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음악, 즐거운 앨범이었다. 마치 멜로디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 나윤선 6 – Voyage

    우즈벡에 와서 현지합숙훈련을 하던 중 들었던 앨범이다. 그때는 웬일인지 새 앨범은 잘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예전에 들었던 것을 많이 들었다. 혹은 귀에 익은 목소리를 주로 들었다고나 할까. 이때 특히나 “가을방학”과 “생각의 여름”을 많이도 들었는데, 너무 반복해 들어서 지겨워질 때쯤 한번씩 뒤적거리다가 틀었던 나윤선 앨범이 갑자기 좋아졌다. 참 특이하다. 나윤선의 이 앨범을 처음 받아서 들을때는 노래는 좋은데, 듣기가 좀 힘겹고, 잘 들어지지가 않더니만, 이때 들을때는 우와- 우와- 하면서 가슴 졸일 정도로 좋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이때는 겨울이어서 그런지, 내 기분탓인지. 상황탓인지… 외국이어서 조금은 이국적인 나윤선이 잘 맞아 떨어졌던지, 어떤지. 어쨌든.

    * 이바디 1 – Story of Us

    동기들과 수다를 떨거나, 술을 먹거나 언제부턴가 배경음으로 깔리던 음악이 뭐지? 이바디가 뭐지?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데? 했는데. 클래지콰이로 활동했던 호란이 결성한 밴드인지는 나중에야 알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기타소리, 북소리(젬베인가?)… 참 편안히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 옥상달빛 1 – 28

    옥상달빛은 정규가 나온 지 모르고 있던지라, 2011년 초여름 쯤에 들었다. 우즈벡에 와서 이제 내가 거주할 집을 구하고 생활하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어찌보면 밴드의 성향 및 앨범의 분위기와 노래 들었던 시기들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자립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 우즈벡에 와서 움을 트려는 나. 어겨맞추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ㅎㅎ 어쨌든 옥상달빛은 내 세대의 이야기를 진실된 고민으로 해주어서, 들을때마다 위로도 되고, 힘도 나고 어찌보면 내 세대의 고민을 누군가 노래로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그런 밴드이다. 전체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앙증맞을 정도로 상큼발랄하고, 둘의 목소리 화음도 얼마나 잘 맞는지 말이다. 초여름에 주로 듣긴 했지만, 이후로도 구미가 당길 때마다 자주 들었던 것 같다.

    * 시와무지개 2 – 우리 모두는 혼자

    벌써 2집이라는데 시와의 팬을 자청하면서도 이런 프로젝트 밴드 혹은 앨범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와의 단독 앨범이 아닌지라, 시와의 앨범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Rainbow99 라는 밴드와 협연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일렉트로닉 계열이랄까 그 연주가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 계열 연주를 그리 즐겨듣는 타입이 아니었던 지라 몇 번을 듣다가 중단하고, 중단하고 그랬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시와의 보컬이 강조된 “고개를 들어봐” 라는 노래가 귀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앨범 전체가 다 좋아져버렸다. “고개를 들어봐” 라는 열쇠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이 앨범중에 그래도 역시 “고개를 들어봐”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밤에 누군가 홀로 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 그런 영상과 “고개를 들어봐”를 한번 매치시켜 보고만 싶다.

    * Jack Johnson – Sleep Through the Static

    더운 여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우즈벡의 여름은 꽤나 마르고, 길었다. 우선 해가 길었고, 거의 비 한방울 안 오는 타는 여름이었고, 햇빛은 정말 피부를 찌를듯이 쨍쨍하기만 했다. 처음맞는 날씨들이었고, 우즈벡엔 바다도 없고 말이다. 뭐 그냥 집에 있는 게 최고의 휴양이랄까. 그래도 가만 있을리 없으니 동기들과 여기저가 나다니기도 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고, 나다니고 그러는 사이사이에 들었던 편안한 음악이 Jack Johnson 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Jack Johnson은 하와이 출신의 음악가로 편안한 음악을 추구한다던가. 역시 뭔가 미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ㅎ

    * 허클베리핀 5 – 까만 타이거

    정말 날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던 앨범이었다. 출시설이 없었다면 모를까 거의 2010년 가을부터 새 앨범 출시설이 모락모락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어떤 가수의 팬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하는 밴드 중 하나였다. 지금껏 나온 그들의 모든 앨범을 사랑했다. 밴드의 모든 멤버들을 좋아했고, 공연을 수차례 따라나가 보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의 앨범이 나와주었다. 정말 수많은 기대와 함께 들었던 새 앨범. 그런데 어랏? 해진다. 분명 앨범은 훌륭한 것 같다. 흠잡을 곳이 별로 없고, 매력적인 곡도 몇몇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잘 안들어진다. 내 스스로 막 찾게되고 그렇지 않는다. 좋아하는 밴드의 새 앨범이니까 들어봐야지, 들어봐야지가 계속 간다. 한 앨범을 좋아하게 되면 내 몸이 그 앨범을 자동적으로 찾게 되던데… 이번 앨범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Rock을 즐기지 않는 나이가 된 건지. 허클베리핀의 이번 앨범이 나랑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었던지. 뭐 그런것까지 골치아프게 싸맬 필요는 없다. 음악은 즐기는 건데 뭐. 다른 맞는 음악 찾아나서면 되지 뭐.

    * Jason Mraz – Mr. A-Z

    Mraz의 몇몇 곡을 좋아하기도 했고, 앨범을 한 두번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한 앨범을 집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건 일부러 한번 들어보려고 mp3에 넣고 다녔다. 역시 시원시원 나불대는 느낌이 좋고, 신난다. 그런데 역시 외국곡은 가사가 뭔 말인지를 몰라서 그런지 한국노래보다 쉽게 가슴에 팍! 꽂히지는 않는 것 같다. 앨범과 가수의 느낌은 알겠는데, 뭔가 동질감을 느끼거나 그런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느낌은 그 가수와, 그 앨범과 동질감 비스무레한 것을 느끼면서 함께 노래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때이기 때문. 노래도 좋고, 신나긴 한데… 말이지. 영어공부라도 열심히 해보면 나아질까? ㅋㅋㅋ

    * 검정치마 2 – Don’t You Warry Baby (I’m Only Swimming)

    솔직히 아무리 좋아하는 밴드의 앨범이어도 나는! 한번만 듣고 우와, 좋다 이러기는 쉽지 않은데, 검정치마의 새 앨범은 달랐다. 오랜만에 듣는 이 뺀질뺀질한 목소리가 얼마나 달작지근한지 말이다. 검정치마의 노래는 뭔가 우수꽝스럽게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같이 무언가 딱딱한 것들을 비웃어 제끼면서 함께 키득키득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음악이 쏘-쿨! 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고, 마치 블랙코메디 같다. 파고 들어가다보면 여기랑도 끼워맞춰지고, 저기랑도 끼워맞춰지고… 의미의 다층적인 것 같다. 그것은 이리 비벼꼬고, 저리 비벼꼬느라 머리를 굴린 것 보다는 원래 갖고 있는 센쓰로 잔머리를 굴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앨범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젊은 우리 사랑” 에서는 꽤나 애틋하단 말이지. 암튼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다. 우선 앨범이 훌륭했던 것 같다!

    * 라이너스의 담요 1 – Show Me Love

    꽤나 익숙한 이름인데 이제 첫 정규앨범이 나왔다. 그것도 10년만에. 그렇다고 내가 10년동안 기다려왔던 것은 아니다. 그냥 싸이월드 무슨무슨 클럽 같은데서 BGM으로 되있는 것을 가끔 우연히 들었을 뿐이고, 하드디스크 있는 몇몇 싱글앨범도 가끔 우연히 들었던 것 같다. 암튼 10년만에 정규를 냈다던데 한번! 하면서 들었고, 상큼하고 발랄하고 시원시원했다. 마치 한 잔의 시원한 아이스티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너무 스위티한걸 들으면 금방 질리는 타입인데 라이너스의 담요는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달콤하게 굴러오는 멜로디가 편안하게 했다.

    * 델리 스파이스 7 –  Open Your Eys

    하이에나처럼 음원 사이트들을 뒤지고 있던 사이에 우연히 발견한 신보소식이었다. 나는 거의 얘네 해체했나? 라고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특히나 델리스파이스 아닌가? 내가 정말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완전 빠돌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근접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있는 델리스파이스. 그것도 이게 몇 년만인지 말이다. 5년만, 5년만이었다. 암튼 수 많은 기대를 품고 들어보았다. 보컬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얹히는 그런 아련한 매력. 여전하다. 아, 오랜만에 접신(?)하는 구나…. 아아~ 그런데 몇몇 좋은 곡들이 있긴 했지만, 5년만의 결과물 치고는 조금 섭섭한 것들이 있었다. 앨범이 물이 졸졸졸 흐르듯 흘러가지가 않고, 좀 끊긴다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앨범 전체가 주는 느낌이랄지 냄새(?)랄지 이런게 별로 없다. 특히 타이틀곡은 그냥 너무 평범했고, 약간은 유치하기까지 했다. 전의 델리스파이스이기보다 마치 TOY의 앨범에 있있어 어울릴 것 같은 타이틀곡이었다. 분명 좋은 곡. 몇 개가 있었지만은 앨범 자체가 나를 끌어당기는 맛이 별로 없었다. 보통 다른 가수의 앨범이었더라면 이런 느낌 안가졌었을텐데 기대하고 기대하던 델리스파이스의 새 앨범인지라 기대도 컸었나 보다. 그런가보다.
    * 이승열 3 – Why we fail

    허클베리핀과 델리스파이스의 아쉬운 귀환 후, 찾아오신 이승열 아저씨. 이승열은 정말 새 앨범 안낼 줄 알았다. 전 앨범을 낸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뭔가 잠잠히 계셔서 그냥 거의 반은퇴하신 줄 알았다. (죄송 ㅠ)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승열 아저씨의 새 앨범이 나와있었고, 가을녘에 주로 들었다. 근데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한 길을 걸어가는 꿋꿋함이 이런 데서 역량으로 발휘되는 구나. 음악을 그냥그냥 즐기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잘하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라는 것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노래부르는 것 같은 느낌. 연륜이라는 것에서 오는 성과물의 차이는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정말 오랫동안 음악하시는 분들이 다 이의 경우과 비슷하진 않아 이승열 아저씨의 이번 앨범은 더욱 값진 것 같다. 때로 관록있다는 가수들도 관성화된 노래를 부르고, 조금 먹힐 것 같은 곡을 보란듯이 내놓고, 아니면 그것을 우회하려고 새로운 시도라고 이것저것 조합해보려는 등 꼼수를 쓰곤 하는데 이승열은 그대로 정면돌파하면서 보란듯이 너무도 명반을 만들어 낸 듯. 그 꿋꿋한 매력. 내 중년의 아이돌이랄까. ㅋㅋ

    * 타바코 쥬스 1 –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봤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원래 잘 알고 있던 밴드였고, 조금 생소한 타바코 쥬스가 아니 궁금해질 수 없었다. 컴퓨터에 있는 줄 알았는데, “타카피”와 헤깔렸던 것이다. 한국의 아는 누님께 구걸해서 받아냈다. 다큐의 권기욱 보컬이 얘기하던 “내가 어제 나루토를 봤는데, 정말 열심히 안 하면 안될 것 같더라구. 그런데 우린 열심히 안하잖아. 그래서 우린 안될꺼야.” 라는 자학 3단 논법은 이미 인터넷에서 봤던 것이었다. 열심히 해도 안 될판에 한량 찌질이짓을 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하면서 호기심에 틀어보았던 음악이었다. 사실 다큐에서 워낙 찌질하게 나왔기에 조금 깔보면서 들어봤는데, 어랏? 좋네, 그것도 상당히 좋네! 싶었다. 맨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술병으로 앓아눕던 보컬 권기욱의 내지름도 시원시원하면서 뭔가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비릿함도 있고 말이다. 멜로디는 신나고 신나면서, 뭔가 애틋하게 구는 구석이 있다. 서글픈 현실에서 나 자신이 찌질해서 더 슬프고, 그렇다고 간지 안나게 징징 울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이래저래 막 노래하는 애들 같았다. 역설적으로 굉장히 한국적인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도 순하게도 이것저것 아프게 하는 것들에게 적의를 드러내지를 않고, 나 아퍼서 노래한다, 저기 나 처럼 아픈 사람도 징징짜더라 이렇게 군다. 꼭 순한 강아지들(?) 같기도 하다. 주인이 괴롭히는데 주인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귀여움 못 떠는 내 탓이지 뭐. 어익후 신나게 한번 짖어보자 하는 것 같다. 암튼 말이 길어졌는데 암튼 이래저래 의외로 너무 좋은 노래들로 꽉꽉 차 있어서, 꽤나 오랫동안 들은 앨범이기도 하다. 아직 2집을 안 들어봤는데 시일내에 구해서 들어보리라.

    * 시와 2 – Down To Earth

    내 또 다른 기대주였던 시와다. 첫 노래에 별 다른 전주없이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지는데, 아~~~ 이거야~~~. 시와의 이 울리는 목소리. 가끔씩 침 섞인 목소리. 하악하악~ 정규 2집. 1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데 어찌보면 조금 세련되진 것도 같고, 그래서 더 좋은면도,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1집과는 다른 특색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2집이었는데….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고 하면… 앞에 이야기와는 별개로… 곡 수가 너무 적어요!! 정규라고 해서 꽉꽉 들어차 있는 앨범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곡 수가 적으니 이제 배부르려던 참이었는데, 쩝 하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 암튼 이것은 내 팬심 때문에 비롯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노래들은 좋았다.

    * Lucid Fall 5 – 아름다운 날들

    2011년은 시와의 앨범이 마지막일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갑자기 혜성처럼(?: 나에겐 혜성처럼이었음) 새 정규앨범을 발표한 루시드 폴. 루시드 폴은 어찌된게 매년 DJ’s Music의 한 자리를 꿰 차는군.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난 이미 루시드 폴 팬이 됐나보다. 처음에 다른 작업들을 하면서 BGM 으로 한답시고 틀었을때는, 곡들이 다 똑 같은 것만 같더니만 주의깊게 들어보니 곡 마다 특색이 다 있고, 또 다른 느낌의 루시드 폴 앨범이었다. 전의 앨범보다 한결 성숙했다는 느낌이었다. 전 앨범들이 뭔가 다들 나름의 컨셉을 쥐어잡고 있으면서 그 분위기에 맞춰 아슬아슬 흘러갔다 치면, 이 앨범에는 앨범의 컨셉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전의 것들이 고국에 대한 향수, 사랑 감정 그리고 외로움, 감정이입해보기 등등의 컨셉으로 단색이 칠해져 있었다라면 이번 앨범의 색이 더 다채로운 것 같다는 이야기. 뭔가 소년스러움을 벗고, 푸근한 아저씨가 되어서 돌아온 것 같았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눈이 내린다” 에서 혼자 흥얼거리고 있는 루시드 폴을 상상하면 마음이 다 푸근해진다.

    전 연도에 비해 들은 앨범의 수가 그리 많지만은 않다. 외국에 있는 탓도 있는 것 같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고, 산책을 오랫동안 다니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고, 혼자 다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것도 같다. 앨범의 수가 많든 적든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아, 지난 2011년도 음악과 함께 지내왔구나 싶어진다. 2012년은 또 어떤 음악과 함께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기대하다 보니 앞으로 올 2012년도 그리 두렵지만은 않구나!

    마지막으로 약간의 보너스로, 다른 음악 전문 웹진 같은 데서 하듯이 올해 들었던 앨범 중에 베스트 앨범을 하나 뽑으라면…. 사실 말하기 전에 너무 부담스럽긴 한 것이 내 주제에, 뭐 그런 것도 있고, 나는 뭐 귀에 들어오면 듣는거고 딱히 음악을 분석하고, 비평하면서 듣는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그냥 장난 반으로 하나 뽑으라면… 이 글을 쭉 읽으신 분들이라면 예상할 수 있듯이 이승열의 – Why we fail 을 뽑겠다.

    그럼 2011 진짜로 안녕 !

  • [첫학기:MS Word 시험] 처음 치룬 시험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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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학생들에게 예고했던 데로 시험날이었다. 이 곳은 한 학기동안 총 다섯번의 시험을 보는 게 원칙이었다. 중간, 기말 정도의 큰 시험이 2번. 그리고 각 프로그램마다 확인시험이 3번이었다. 오늘은 MS Word에 관한 작은 시험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원래는 차트 관련 수업도 해야하고, 그래서 조금 간단하게 볼까 생각했었는데, 첫 시험이고 그러니 차라리 어렵게 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 진행할 수업에서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조금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약 20분 정도 차트 만들기 수업을 하고, 20분 정도 필기 시험, 나머지 시간동안 실기 시험을 보기로 했다.

    필기 시험은 해당 기능이 워드의 어떤 메뉴에 있는 지 찾는 객관식, 아이콘을 보고 어떤 기능인지 이름을 쓰는 주관식 그리고 단축키를 쓰는 문제 등으로 구성했다.

    실기 시험은 가로 용지에 다단, 워드아트, 글씨서식 그리고 표로 만들어진 스위스 깃발을 만드는 문제였다. 출력파일(mdi, xps)로 제출하게끔 해서 구사한 기능만큼 점수를 매길 작정이었다.

    학생들이 오자마자 시험에 대해 묻는다. 그래도 조금 준비는 했나 보군, 하면서 먼저 차트 수업을 진행했다. 늘 그랬던 데로 학생들 서로서로 물어가면서 웬만큼은 잘 따라온다. 차트수업은 파워포인트와 엑셀에서도 자세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끝냈다.

    자, 이제 시험 시작!

    * 쪽 번호를 삽입하는 기능은 워드의 어떤 메뉴에 있는가?

    * 시그마, 루트 등 수학 기호 등을 입력하는 워드의 기능은 무엇인가?

    * 하이퍼링크를 만드는 워드 단축키는 무엇인가?

    * 현재 날짜를 입력하는 워드 단축키는 무엇인가?

    ▲ 주요 필기시험 내용

    모니터를 모두 끄게끔 하고 시험지를 나누어줬다. 받아들고 답안을 바로 쓸 수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다들 머리를 긁적이지만 다들 답안은 나오질 않고… 약 3분이 자니고부터 학생들은 서로 상의를 하고, 더러는 몰래 모니터를 켜려고를 하질 않나 난리법석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현지 컴퓨터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시간에도 그랬던 광경을 보기도 했고, 이야기 들은 바도 많아서 어느 정도는 예견했던 바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제지를 하면서 진행을 하려 하는데 정말 10명중에 착실하게 푸는 학생이 한 명이 없었다. 사실 학생들 성적에 장학금이 달려 있기 때문에 성적을 나쁘게 주진 않을 생각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만드는 필기시험이었다.

    그리고 실기시험.

     ▲ 실기시험. 문구는 우즈벡 영문 뉴스를 바탕으로 했다.
    ▲ 실기시험. 문구는 우즈벡 영문 뉴스를 바탕으로 했다.

    어차피 필기시험에서 분별력이 없더라도 실기시험이 있으니깐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학생들 역시나 서로 해당 기능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어떤 학생은 자리를 바꿔서 만들어 줄려고 까지 했다. 먼저 다 한 학생은 가라고 해도 잘 가려고 하질 않고. 그래도 이것은 아무리 말로 가르쳐주더라도 못하는 학생들은 못하고, 잘 하는 학생은 잘 하고 조금 분별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잘 하는 학생은 거의 흡사하게 만들었고, 못하는 학생은 나중에 표로 스위스 국기 만들기가 안되니깐 윈도우 그림판을 동원하는 등 별 수를 다 쓰다가 초라한 결과물을 내기도 했다.

    여기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라는 개념이 좀 약한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모르는 기능이 있으면 바로바로 옆 친구한테 부탁하고, 옆 친구도 알려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내게 이거 하나만 좀 알려달라고 애걸복걸이었고, 초라하디 초라한 결과물을 낸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내게 ‘그래도 3점을 주는 건 안된다’ 는 식의 부탁을 하고 갔다. 난 그의 결과물이 너무 초라해서 이건 ‘2점을 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 [2012.1.7.] 신년트립, 서부트립

    20120107

    집에 있는 지도를 한 번 살피니

    내가 참 먼 곳에 갔다왔구나 싶었다

    정복욕심 같은 것, 참 유치한건데

    그 비슷한 감정으로 인해 왠지 뿌듯했다.

    “음… 이제 얼마 안남았어. 남부 쪽만 갔다오면 우즈벡 갈만한 곳은 다 한번씩 훑은 셈이군”

    이라고 말이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빡빡한 일정이었고

    의외의 즐거움들이 도사리고 있던 여행이지 않았나 싶다.

    수도 타쉬켄트가 국토의 중심에서 약간 동쪽에 치우쳐 있는 편이어서

    서부쪽이 내가 사는 타쉬켄트에서 제일 먼 곳이었다.

    특히 서부 쪽 도시들은 인구도 많지 않고, 여러 기반 인프라(물, 전기, 가스 등등) 가 잘 되지 않은 편이라

    코이카 단원들 사이에서 거기가면 고생한다 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암튼

    나로서도 벼루고 벼루어왔던 서부투어였다.

    새해 기념 여행이기도 했고

    우리 동기들 만난 지 일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이기도 했다.

    우르겐치, 히바, 누쿠스, 무이낙까지

    거의 서부의 끝까지 갔다 온 셈이었다.

    일정이 넉넉한 편은 이니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산책하듯 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날씨가 꽤 추워서 일정이 넉넉했다 할지라도

    아마, 빨리 숙소로 이동하자 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풍경들은 너무 멋졌다.

    말로만 듣던 히바는 부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아기자기함이 있었다.

    부하라는 우선 성이 크기도 하고 그랬는데

    히바는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밀도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유적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놀라웠던 것은, 그 유적지 안에 사람들이 진짜로 살고 있다는 것.

    성 하나 보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동네 아이들이 공을 차지 않나, 양이 맹하고 서 있질 않나 그렇더라.

    그리고 누쿠스는

    같은 우즈벡 국토인데도 카라칼팍 공화국으로 엄연히 다른 나라인지라

    우즈벡어가 정말 특이했다. 그래서 거의 소통이 잘 안됐다.

    그 자체가 이색적이기도 하고… 이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이 먼 곳에 한국인이 까페를 운영한다는게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칼라투어와 무이낙도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한 구경거리들이었다.

    이 여행 관련 디테일은 나중에 다른 글에서 정리를 하도록 하고….

    중요한 것은,

    내가 꽤나 재밌었다는 것이다!

    추위를 싫어하는 지라, 여기를 여름에 왔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같이 갈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으니깐.

    여러모로 기념이 됐고

    여러모로 신나게들 놀았던 5박 6일이었다.

  • [첫학기:MS Word4] 단축키 수업 (20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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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밤, 안디잔에서 타쉬켄트로 오는 도중 교통사고가 났다. 한국어 어울림 캠프가 끝나고 참여했던 단원들이 사무소 차량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인사고이기 때문에 차량 안에 탄 단원들이 다치진 않았지만, 다들 당황한 상태였고 절차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새벽 4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수업준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나마 안디잔으로 떠나기 전에 단축키에 관련한 수업을 진행하기로 계획해뒀던 게 다행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자고 학교에 갔다.

    MS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기능설명을 지운 단축키 리스트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줬다. 직접 해당 단축키를 워드에서 해보고, 그 기능을 빈 칸에 직접 적어보게끔 했다. 학생들이 단축키를 보자마자 적을 수 었었던 것은 Ctrl + B / I / C 정도 밖에 없어서, 찾아 적는데 약 40-50분 정도는 걸리는 듯했다. 찾아 둔 단축키를 함께 검사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으니 수업이 꽉 찼다. 몸도 마음도 피곤한 하루였는데 단축키 수업을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중요 단축키 몇 개를 시험에 내야겠다는 심산도 있었다.

  • [첫학기:MS Word2] 표와 도형에 관한 수업 (20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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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표와 도형에 관한 수업이었다. 저번 수업시간에서는 메뉴 이름을 말해주거나 메뉴 위치를 빔 프로젝터를 보여주고 나서 따라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그렇게 하니깐 학생들 실습시간이 너무 적은 것 같았다. 표와 도형은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한 것만 같아서 실습예제를 2개 정도 준비해갔다. 표 실습예제는 노르웨이 국기 그리기. 도형 실습예제는 문서 만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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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드의 셀병합, 분할 그리고 색 넣기를 이용해 노르웨이 국기 그리기가 이번 수업의 실습예제

    하나하나 보여주고 따라할때는 다들 곧잘 하더니 실습시간을 주니 잘하는 학생과 잘 못하는 학생의 차이가 눈에 확연히 보였다. 그래도 여기 학생들 특성상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다들 어느 정도는 만들어냈다.

    내가 조금 놀랬던 부분은 자~ 시작! 했더니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서로 먼저 잘 하려고 열심히였다는 것. 물론 뺀질거리는 학생도 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 신이 나서 먼저 해보이겠다고 난리다. 노르웨이 국기는 나름 귀찮은 문제였는데, 그래도 몇몇 학생은 훌륭하게 만들어냈고, 대부분 유사하게는 만들어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왜 우즈벡 국기를 두고, 노르웨이 국기를 만드냐고 묻는다. 이유는 노르웨이 국기가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냥 한 번 물어본건지, 아니면 애국심 때문에 물어본 건지는 잘 모르겠다.

  • [첫학기] 첫 수업 (201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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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 거의 밤을 샜다. 9시 수업이고 여러가지 셋팅문제 때문에 조금 일찍 간다 하면 8시에는 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런데 내가 잠을 자기 시작한 시각은 약 5시. 수업 준비를 한다고 그렇게 늦게 잔 것은 아니었다. 우선 근래에 밤낮이 바뀐 탓에 쉽게 새벽을 지낼 수 있었고, 첫 수업 관련 준비는 도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 지를 몰라 이것저것 헤맸다고나 할 까. 이것도 좀 적어보고, 인터넷도 좀 찾아보고, 프로그램 영문판도 좀 살펴보고 한다고 시간이 금방갔다. 사실 준비했던 시간보다 이거 내일 어떻게 될까 멍하니 걱정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어쨌든 백팩에 노트북, 케이블, 마우스, 책 등을 꽉꽉 채워놓고 학교에 갔다. 먼저 빔프로젝터를 설치하려는데 이상하게 1미터 짜리 D-SUB 라인은 이상이 없는데, 이번에 전자상가에서 새로 사가지고 온 5미터짜리 D-SUB 라인은 인식이 전혀 되질 않았다. 중간에 단선 됐나 싶어서 선을 이리저리 꼬아보아도 도무지 되질 않았다. 이런! 1미터짜리 D-SUB 라인은 도저히 책상이랑 빔프로젝터가 놓일 공간이랑 닿질 않는데. 뭐 어찌 방도가 없었다. 빔프로젝터를 노트북 쪽에 당겨 가져와서 비추니 거의 사각형이 아닌 마름모꼴로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알아볼 수는 있으니, 없는 것 보다 낫지 하면서 IT 학부 카페드라 쪽으로 향했다. Dilfuja 와 10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Dilfuja는 새 교실에 준비가 다 됐나고 묻는다. 마름모형 화면을 띄우는 빔프로젝터가 걸리긴 했지만,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고 대답했다. Dilfuja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해당 교실로 향했다.

    Dilfuja 는 오늘은 MS Windows에 대해서 수업을 해야한다고 한다. MS Windows 는 저번 시간에 이미 했지 않는가. 또? Dilfuja는 MS Windows의 수업시수가 2빠라여서 그런다고 했다. MS Windows에 관한 수업 준비는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뭘 하지? 하다가 아! 저번에 수업계획서와 함께 준비해놨던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떠올랐다. 이 그룹 수업에는 참관만 하느라 해당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간단하게 MS Windows의 역사와 Hardware 요약정보를 영어로 했다.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하긴 하지만, 억양이 영국식에 가까운 우즈벡식이라서 거의 내가 말하는 영어 발음은 못알아 듣는 듯하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면서 혼자 지껄여댔다. 해당 프레젠테이션은 내 소개까지 포함해서 약 20분만에 끝났다. Dilfuja가 Windows에 관한 다른 것은 없었느냐고 묻는다. 사실 보여주면서 제어판 설정 같은 것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내 노트북은 한글 Windows 7 인 바람에 학생들이 쓰는 영문 Windows XP와 너무 달라서 같이 따라하면서 할 수 있을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Dilfuja가 나서서 학생들에게 그림판을 열라고 했다. 그리고 우즈벡의 국기를 그리는 수업을 했다. 열심히 이제부터 나와 함께 한 학기 수업을 같이 하자고 해놓고 Dilfuja가 수업을 진행해버리니 내가 뭐가 되나 싶기도 하고, 암튼 엉거주춤한 약 1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수업이 끝나고 Dilfuja에게 다음 시간부터는 MS Word로 진행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좋다고 했다.

    그리고 3번째 빠라. 이 시간에는 같이 들어오는 현지 선생님이 없기 때문에 계획대로 MS Word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빔프로젝터를 제대로 보여줘야만 한다. 혹시나 해서 데스크탑과 빔프로젝터를 해당 5미터짜리 D-SUB라인으로 연결하니, 된다! D-SUB라인의 단선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명. 여러 연구의 결과. 결국은 성공했다. 원인은 1미터짜리 D-SUB라인은 노트북이 자동인식해서 해상도를 조정해주지만 5미터짜리는 무슨 이유인지 노트북이 자동인식을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동으로 해상도와 다중 모니터로 디스플레이 설정을 바꿔야만 했던 것. 어쨌든 해결은 됐고 3빠라 수업 학생들이 오기만 기다리면 되는 것.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 둘… 한 명만 조금 늦고 다 왔다. 수업은 우즈벡어로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수업주제는 MS Word의 기본 사용법. 텍스트를 치고, 밑줄, 기울임, 크기, 행간, 다간, 주석 달기 등등의 서식들이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하게끔 하고 못 따라한 학생이 있으면 알려주고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MS Word가 그리 고난이도 프로그램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도 웬만한 것은 다 잘 따라했다. 간혹 메뉴 위치 같은 것을 몰라 조금 뒤쳐지는 학생도 있긴 하였지만, 전체적인 프로세서 자체를 모른다거나 타자도 잘 못친다거나 하는 학생들은 없었다. 수업을 실제 진행 해보니 언어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빔프로젝터 등의 시각화 보조장비가 있기 때문에 예시를 보여주면 되고, 하세요, 됐나요? 정도의 말만 필요했다. 물론 추가적인 설명을 하자면 한도끝도 없이 할 수 있겠지만 우선 내 현지어 실력으론 어림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계획했던 데로 수업이 잘 진행이 됐고, 수업시간이 거의 지났다. 약 10분 정도가 남았던 터라 배웠던 것을 연습하라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MS PowerPoint를 켜면서 PowerPoint는 언제부터 배우냐고 묻는다. PowerPoint는 커리큘럼상 3주 후부터 배울 예정이라고 하자, MS Word는 재미없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다. 뭐, 그 심정 십분 이해하나 PowerPoint를 당겨서 일찍부터 수업해버리면 커리큘럼이 너무 흐트러져 버린다. 이미 1빠라 수업반보다 진도도 빠르단 말이다!

    수업 종이 치고, 학생들을 모두 보냈다. 휴, 그래도 첫 수업을 어떻게 끝내긴 끝냈구나.  잠이 부족했던터라 피곤이 급밀려왔다. 짐을 챙기고 교실을 나왔다. 나오는 걸음이 그래도 전과는 달랐다. 다를수밖에 이제는 나도 수업을 시작했다고!

  • [첫학기] 교실준비 (20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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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2002년으로 예정되는 시점에 코이카의 투자로 마련한 컴퓨터실. 그런데 이용자가 없어 마냥 동양어학부 주관 공간으로만 남아있으면서 현재는 컴퓨터 사양도 노후되는 바람에 먼지만 쌓여있던 공간이었다. 기껏 코이카의 투자로 마련한 공간인데 썩혀두기도 아깝고, 나 스스로도 컴퓨터 수업을 위한 전용공간이 필요하기도 하여 해당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워낙 안 쓰던 컴퓨터들이어서 조금의 준비가 필요했던 것. 마침 사마르칸트에 있던 성현군도 타쉬켄트에 올라와 있고, 경제대의 태윤군도 수업을 위해서 컴퓨터 세팅을 다시 해야한다고 하니 같은 날에 셋이서 함께 하면 좋겠다 싶었다.

    오전에는 경제대학교부터. 경제대학교에 있는 5대 컴퓨터가 있는데 전부 리눅스가 깔려있는 바람에 오피스 수업이 어려웠던 것. 전부다 포맷 그리고 MS Windows 영문판을 깔으려고 한 것. 한 대가 말썽이었지만 이 후 태윤군이 CD-ROM 문제로 밝혀내고 해결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에는 외교대로 향했다. 한 그룹에 학생 10명이 있는데 10대가 안 켜지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총 12대 중에 딱 10대가 켜지긴 켜졌다. 이젠 포맷과 MS Windows 설치를 하려는데 경제대와 달리 USB 부팅이 되질 않는다. 외교대 컴퓨터는 너무 오래되서 그런지 USB 부팅을 지원하지 않았던 것. 10대의 컴퓨터를 2-3장의 CD로 하기엔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아 급히 태윤군이 MS Windows CD를 추가로 더 구웠다. 이후론 척척! 영문 MS Windows를 깔고 영문 MS OFFICE를 깔았다. 최후의 2대가 CD-ROM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오래걸린 했으나 아예 안켜지는 컴퓨터의 CD-ROM으로 교체하는 등의 노력으로 결국 해결했다.

    20110907
    ▲ 컴퓨터 수업을 위해 새로 세팅한 컴퓨터실

    커리큘럼상 이번 학기에는 MS-OFFICE와 Adobe Photoshop을 함께 다루지만 Adobe Photoshop은 현장사업 이 후 정도의 일정이기 때문에 우선은 큰 문제는 없을 듯했다. 빔프로젝터를 위한 D-SUB 라인은 며칠 후에  전자상가에서 개인적으로 구비를 했고 교사용 컴퓨터가 없는 것은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야지 했다. 노트북이 15인치라 매번 백팩에 짊어지고 가야했지만 그 정도야 뭐. 전용수업 공간 세팅에 무사히 끝난것만 해도 내겐 감지덕지였다 !

  • [첫학기] 첫 만남 (201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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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빔프로젝터는 있지만 컴퓨터는 없는 교실에서 첫 컴퓨터 수업을 진행하라고 했다. 거기다가 커리큘럼상 첫 수업 주제는 MS Windows. 그렇다면 무조건 말로 다 설명을 해야했다. 실습도 못해보니 한시간 이십분이면 굉장히 방대한 양을 해야만 하리라. 도대체 무얼 보여주고, 무얼 설명한단 말인가. 그것도 MS Windows에 대해서. 딱히 기발한 게 떠오르지도 않고, 현지어 및 영어로 설명하기에는 실력이 너무 모자란지라 MS Windows에 하드웨어 요약정보를 추가했다. CPU, RAM, HDD 등등의 것. 그리고 윈도우는 윈도우 역사를 간단하게 말하고, 디스크 조각모음 같은 기능을 추가적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배치했다. 우즈벡어로 대본을 준비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첫 수업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하라고 한 걸로 보아 현지 선생님들이 함께 참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맞지도 않는 문법으로 우즈벡어를 더듬더듬 하는 것보단 조금은 나은 영어로 진행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현지 선생님들이 영어를 그리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들에게 시범을 보이자고 약속을 한 적은 없으니깐, 학생들에게만 유용한 정보면 된다는 나름의 계산이었고, 조금 남은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다.

    영작 대본으르 준비하는데, 오랜만에 영작을 하려니깐 왜 이렇게 어순이 해깔리고 어휘가 생각이 안나던지. 자꾸 영작을 써보려고 하면 우즈벡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영단어는 저 뒤에 숨어있다가 겨우 기어나오기 일쑤였다. 구글 번역기의 힘도 빌리고, 컴퓨터 사전의 힘을 빌려서 겨우 영작을 했다. 그래도 우작은 작문을 해놓고 나서 문장이 맞는지 틀린지 확신이 없어서 항상 답답했는데 영작은 문법이 맞는지 여부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수능영어, 내신문법이 이럴 때는 유용한가보다 했다.

    처음에는 영작을 해놓고 다 외워버릴까 싶었는데, 써놓고 보니 분량이 너무 많았고 시간은 적었다. 거기다가 위의 프레젠테이션을 나에게 순순히 맡겨줄 지 확신이 없었다. 기관에서 말을 계속 바꿔왔던 것이다. 바로 전에도 수업계획에 관한 프레젠티이션을 준비하라고 하여 약 열흘간 40장에 이르는 프레젠티이션을 준비해갔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나를 똥개훈련 시키는 것인가 싶었지만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 순순히 정규수업만 내게 주어진다면 뭐 큰 문제는 아니니깐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순순히 내게 시간을 할당해줄지, 아닐지 의심과 함께 학교로 출발했다.

    다른 수업들도 오늘이 첫날이어서 그런지 카페드라 쪽이 북적거렸다. 학생들은 반이 배정되길 기다리고 있었고, 컴퓨터 선생님들도 반편성에 관련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우선 뭔가 정해지면 말해주겠지 해서 기다리고 있어봤다. 선생님들이 학생들 몇몇을 부르고 컴퓨터실로 데려갔다. 다른 선생님도 그랬고, 또 다른 선생님도…. 어? 그렇게 하고 나니깐 복도에 있던 학생들이 다들 각각 교실에 들어가버렸다. 그러면 내가 맡을 학생들은 다 어디간거지? Abduqodir한테 물으니 Abduqodir는 확실하게 대답은 해주지 않고 나보고 따라오라한다. 갔더니 Dilfuja의 컴퓨터 수업. Abduqodir는 Dilfuja에게 오늘 이 수업에 나를 참관시키는 게 어떻냐고 물었고 Dilfuja는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나보고 Dilfuja의 컴퓨터 수업을 참관하라고 하고 Abduqodir 는 가버렸다.

    힘이 쭈욱- 빠지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3일전에는 월요일 첫 번째 시간과 세 번째 시간에 수업이 있으니 컴퓨터 수업을 준비하라고 했건만 또 참관이었다. 저번 학기가 한달 남았을 때 참관은 충분히 했다. 그때 참관 경험이 그리 좋은 경험만은 아니었던 것이, 갑자기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이 아무말도 없이 나가버리면(한번 나가서 30분동안 안돌아오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학생들한테 뭘 하지도 못하고 그냥 투명인간처럼 앉아있곤 하기 일쑤였고, 딱히 현지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걸 경청하려 하려고 해도 러시아어로 Delphi 수업을 해버리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맡기로 했다던 학생들은 어디에 있는건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하나. 하면서 1빠라 수업시간이 지났다.

    수업이 끝나고 Dilfuja에게 내가 맡기로 했다던 수업에 대해 물으니 그녀는 방금 그 반이 다음주부터 내가 맡을 그룹이라고 이야기했다. 큰 믿음은 가지 않지만 그럼 알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3번째 빠라는 1시부터 시작이니 약 2시간이 좀 넘게 시간이 남아있었다. 밖에나가 좀 걷다 와야겠다 싶었다. 자주가던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근처 거리를 좀 걸었다. 그래도 갑갑한 마음은 쉽게 풀리질 않았다. 도대체 언제 수업이 안정될 건가, 뭘 어떻게 해야 최선인건가. 차라리 정규수업 따위는 다 포기하고 방과 후 수업만 진행하는 게 어떤가 뭐 이런저런 잡생각만 왔다리 갔다리 했다. 그래도 3번째 빠라 수업이 있다고 했으니… 하면서 학교로 향했다.
    Shoira 가 복도에 있는 이 9명의 학생들이 내 학생들이라 한다. 그런데 남는 컴퓨터실이 없다고 한다. 내가 수업하기로 했다던 한국어 센터에 있는 공간은 준비가 됐냐고 묻는다. 그 곳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나는 Abduqodir 가 말했던 빔프로젝터가 있는 강의실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Shoira가 좋다고 했다. 학생들이 조금은 내게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면서 자리에 앉는다. 나는 간단한 내 소개를 하고, 준비했던 영어 대본을 읽었다.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하긴 하지만, 발음이 미국식 발음이 아닌 영국식에 가까운 우즈벡식 발음인지라 잘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MS Windows와 Hard Ware에 관한 정보전달을 포기하고, 수업계획과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조금 갖았다. 뭐 늘 질문받던 것, 한국은 어떠냐, 나이는 몇 살이냐, 우즈벡이 좋냐 등등의 것. 나는 학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재밌냐, 어디 출신이냐, 기숙사에 사냐 등등의 것을 물었다. 그리고 약 한 시간쯤 흘렀을 때 수업 끝냈다.

    기뻤다.

    제대로 된 수업을 시작하진 못했지만 나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만나본 것이다.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첫 만남을 가졌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겐 기뻤다. 기관 파견 4개월만에 갖은 첫 만남이었으니 내겐 더 없이 소중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