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반짝이는 10명의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왔다. 우선 단편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역시… 없었다. 한국도 단편영화를 본 사람들이 적은데 적절한 예술영화 상영관도 온라인 동영상 배급도 어려운 우즈벡에서 그럴 수 있을리 만무했다. 단편영화가 무엇인지를 느끼게끔 해줘야 했다.
사실 단편영화는 말 그대로 30분 이내의 짧은 영화라는 개념정의로 간단하게 끝날 수가 있지만 또 직접 만들어보려고 치면 그것 가지고는 잘 안되는 게 사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재미요소가 다르듯, 단편영화도 거기에 걸맞는 장르적 규범이 있다. 장편영화든 장편소설이든 기본적으로 기승전결의 골격 안에서 한 주인공의 역경(?)을 다루는 것인데, 단편영화에서는 기승전결의 골격을 다 수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고 꼭 안된다는 것은 아니고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서 기승전결을 완전하게 수용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단편은 일반적인 기승전결 골격을 지키는 것보다는, 어떤 강한 임팩트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 왜냐하면 제작비도 없이 제작해야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스케일이 큰 것은 좀 무리가 있을 수 있어서… 그래서 그 비슷한 단편들을 찾아보았다. 대사는 없는 걸로…
김종관 감독의 “누구나 외로운 계절”, “드라이버”
독일 단편영화 “정거장에서”
이렇게 세편을 보여주었다. 각자 특징이 있는 단편영화였다.
“누구나 외로운 계절”은 정말 짧은 시간에서 1씬으로 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드라이버”는 단편 중 스릴러의 느낌을 낼 수도 있으며, 약간의 메시지를 연구하게끔 하기 위해
“정거장에서” 같은 단편이 학생들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단편이었다.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캐릭터 특성 묘사가 탁월하고, 긴장감에 재미까지 있으니깐.
▲ 단편영화를 보고 그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거장에서” 의 반응이 제일 좋았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했다.
장편영화 “아바타”나 “타이타닉” 등을 예로 들면서 영화의 주제를 찾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 또 그것만으로는 안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고난요소들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로 호감이 있는데 겁쟁이여서 말을 못한다거나(단편 “누구나 외로운 계절”, “정거장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는데 개발에 대한 인간욕망이 있다거나(영화 “아바타”) 등등.
부족한 현지어로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대략 절반 정도는 이해하는 것 같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단편영화에 대한 호감으로 바꿔내고자 했는데 잘 됐으려나 모르겠다 싶다. 첫 수업을 마치고 나서 예상하는 가장 큰 난관은… 학생들이 꾸준히 나와줄것인가 하는 것. 그리고 숙제를 제대로 해가지고 올 것인가 하는 것.
바로 첫 수업 끝나고 다음 시간까지 “시놉시스”를 써오라는 숙제를 냈기 때문.
아무도 안 써오면… 그것으로 망하는 것.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