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컨퍼런스는 연례행사의 성격은 아니고, 이번에 코이카 파견국가 중에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만 치루었다고 하내요. 자세한 내부사정은 모르지만 코이카 파견국가 중 우즈벡과 베트남에 한국어 봉사단원 파견자가 제일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 만큼 우즈벡과 베트남 지역의 한국어 교육 수요가 높다는 이야기겠지요? 베트남은 안 가봐서 잘 모르지만, 우즈벡만 해도 꽤 떨어져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교류가 꽤 활발하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가 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등 모든 분야에서요. 그래서 특별히(?) 우즈벡에서도 한국어 컨퍼런스가 기획된 것 같습니다. 코이카 단독 주최의 성격은 아니었고, 고려대학교와 협력해서 진행됐습니다.
총 이틀간의 일정으로 한국어 교육 그리고 한국어 교육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한류 등에 관한 거의 모든 테마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 지는 자리였습니다. 사실 너무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사실 모든 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들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죄송ㅠ) 다 기억이 나지가 않네요. 지금이 4월이니 벌써 두달 넘게 지나버렸기도 하구요. 기억에 남은 것들(?)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것들만 조금 쓰도록 하겠습니다.
컨퍼런스를 여는 주요 관계자의 축사들이 이어진 다음에는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시상식이라 함은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한국어 에세이 작문 및 3행시 짓기 등의 대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그 대회의 영광의 수상자들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어 분야가 아니어서 학생들이 작문한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만은 않았는데, 학생들의 작문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군요. 쉬운 단어를 쓰면서도 의미를 폭 넓게 담아내기도 하고, 보통 일상회화에서 자주 쓰지 않는 문어체 문장도 적확하게 담아내더군요. 그렇게 수상자들에게는 갤럭시 탭, 디지털 카메라 등이 돌아갔습니다. 상을 받은 학생들이 함께 한국어를 배운 코이카 한국어 선생님과 제일 먼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한국어 코이카 단원이 또 새삼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ㅋ
그리고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중에는 고급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학생도 있지만, 관심은 있지만 배운 지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초급 수준인 학생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을 배려하여 모든 행사 진행에는 한국어-러시아어, 러시아어-한국어 동시통역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제 기억에 많이 남은 부분은 한류, 한국어 교육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위한 전망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한류 부분은…. 다른 부분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즈벡 및 카자흐스탄에선 그야말로 한류의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우즈벡에서 제일 유명한 드라마라는 대장금, 주몽, 겨울연가 등등의 시청률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시청률이 무려 80% 정도 였습니다. 물론 우즈벡의 시청률 조사 표본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니,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이야기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수치이죠? 그리고 이런 한류를 어떻게 계속 이어갈 것인가 등등에 관한 논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교육입니다. 고려대학교 한국어 센터쪽에서 오고, 한국어 교육 무슨무슨 협회장님도 오신 만큼 각 현장에서 한국어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고,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현재 한국어 교육의 경향과 비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 주는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장에서 어떻게 교육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들. 직접 말로는 그 분위기를 다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에, 각각 실제 수업 현장을 촬영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바로 아래 영상처럼요. 아래는 니자미 사범대학교에서 한국어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의 수업 영상입니다. (여기 올리는 게 선생님께 조금 부담갈 수도 있겠지만, 수업도 잘하셨고, 이걸 촬영할 당시에 기나긴 사연이 있었기에 저라면 가능할거에요 ㅋㅋ)
암튼 우즈벡 코이카 단원의 대표격(?)으로 니자미 사범대 영상을 보고, 다른 기관은 우크라이나쪽인가 한 현지 교사 선생님의 수업 모습 그리고 고려대학교의 수업 모습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들 열의 넘치는 수업 모습이었고, 또 거기에 적절한 조언이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학생이 수업 시간 중에 문법이 잘못된 한국어를 구사했을 때, 한국어 선생님이 그걸 바로 시정해주는 것보다는, 학생에게 문법이 잘못 되었다고 말해주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지요. 작은 것이지만 그것 또한 매우 중요하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가장 관심있어 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의 전망에 관한 이야기들. 먼저 장학프로그램 등이 설명되기도 했고, 현재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 나와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말 없이 컨퍼런스 때 얌전히 계셔서, 누굴까 했었는데 무대에 나오시니기 쾌활하게 웃으시면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시더군요. 그리고 실제 실무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많아서 꽤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어 통번역 능력이 뛰어나고 빨라도, 한국어 컴퓨터 오피스 작업이 안되면 실제 현장에선 다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는 얘기. 그리고 한국적인 기업문화에 적응하는 이야기 등등이요. 정말 한국 기업 쪽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한국어 키보드도 사용할 줄 알아야겠다 싶더라구요.
다분히 제가 주의깊게 들었던 내용 위주로 써내렸는데요.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논의 및 토의들이 진행이 됐습니다. 제가 느낀 현장 분위기는… 뭐랄까.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있거나, 가르치고 있는 당사자들이 많이 참여를 했기 떄문에 학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실제 현장의 이야기들, 경험에 관한 이야기들에 다들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토론 시간에 토론이 그리 활발하게 이뤄진 것 같지 않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토론 시간에 조금만 더 당사자들에게 밀접하게 다가가서 실제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나눠보면 좋을텐데… 싶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각자 해야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토론에 한국어를 배우는 일반 우즈벡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컸던 것도 아니었구요… 컨퍼런스의 가장 주된 참가자들이 한국어를 현재 배우고 있는 우즈벡 학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구요…
뭐 암튼.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제 개인적인 사견이라는 점을 밝혀요. ^^
그래도 큰 탈 없이,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을 주기도 했고
저를 포함한 코이카 단원들에게도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컨퍼런스였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런 컨퍼런스가 이번 처럼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정기적으로 치뤄진다면 점점 더 논의 폭이 깊어질 것 같다는 욕심도 조금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