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학기는 의지를 추스르고, 권태를 쫓으려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만 같다. 그 싸움의 시작에서 3차 반기를 정리하는 이 보고서가 뒤를 돌아보게끔 했고, 또 계획을 세우게끔 했다. 힘이 난다. 4차 마지막 반기동안 이 힘을 끌어당겨 무사히 그리고 훌륭하게 활동해 내겠다.”
라고 쓴 적 있다.
하지만… 현실은 힘이 잘 나질 않는다! ㅋㅋㅋ
수업은 이제껏 했던 것이기도 하고…1학년 애들은 워드 같은 것을 할 때면 왜 이리도 뺀질되는 지 말이다.
포토샵이나 엑셀이 차라리 애들이 뭐가 뭔지 모르니까 말 착착 잘 듣고 하는 데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래 잘하든 엉망이든
이게 마지막 학기가 되겠군.
큰 욕심 부리지 말자구.
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는 것 같다.
수업도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것들이라 굳이 새로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그냥, 무사히…. 버텨서 한국가야지- 라는 생각.
점점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참 한국 인터넷 웹사이트를 유영하다가 일어서서 바깥을 보면,
어? 한국이 아니네? 할 적이 있다.
곧 한국간다고 생각하니
향수병이라고 할 것은 없고
기왕 갈 것, 좀 얼른 가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새벽녘이 꽤 있다 ㅠ
그런데, 막상… 가면 당장 뭐부터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에는 막연해진다…
어… 있잖아… 글쎄…
라고… 답변할게 뻔하다!!!
그래, 무엇이라도 쥐고 가자고…. 하면서 몇달 전부터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잘 될려나 모르겠다.
*
뭐냐고? 그냥 글을 좀 써봤다.
장장 8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게임문학상아리는 것도 응모해보고 (결국 떨어짐ㅠ)
장장 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도 응모해보고 (결과 기다리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라 희망이 없음 ㅠ)
그리고 지금은 장편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다. 이것도 역시 공모전용.
사실, 영화를 지망한다고 해봤지만, 어디가서 부끄러워서 이야기못했던 것인데.
나는 장편영화 시나리오는 한번도 써본적이 없었다.
단편은 이리저리 써보고
TV 드라마 극본은 한번 도전해봤지만 (결국 마무리가 잘 안됐지만)
본격 장편 시나리오 경험은 전무했다.
그런데… 그 전에 80페이지짜리, 60페이지짜리를 써보면서…
뭐 그 정도 분량도 한번 써봤는데, 이제 진짜 시나리오를 써야하지 않겠어. 하면서 약간의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공모전 수상결과 그리고 작품의 질에 상관없이, 나도 그 정도 분량을 이제 쓸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 때문에 말이다.
맨날 쓰려고 할 때마다 앞 페이지 서너쪽 쓰다가 말았었는데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이런 계기를 마련해 준 공모전들에게 감사하다.
비록 나를 떨어트리긴 했지만 ㅋㅋ
암튼, 저런 분량의 글을 써본게 태어나서 처음인데
바로 상을 기대하는 게, 어찌보면 정말 오만한 것이지 말이야 ㅋ
보통 수십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래야…. 제대로된게 하나 나온다던데.
지금… 실제로 영화로 만든다면
좀 재미없고 흥행도 잘 못할만한 그런 장편 시나리오를 하나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는 예전부터 써봐야지, 써봐야지 하면서 붙들고 있던 거라
공모전 시기랑도 맞는 겸, 드디어 이것 좀 해결을 보고 끝내버려야지 하면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전에 80페이지, 60페이지짜리 들은 약간…. 소설 비슷한 형식으로 쓰는 트리트먼트라는 거였는데
이번에 정말 시나리오를 쓰게 되니 여러모로 느낌이 다르다.
전에 것은 쓰면서… 어떻게든 공모전에 제출은 해야해. 하는 초조한 마음이 우선이었고
어떻게든 가작이라도 하나 타서 썩게 하면 안돼 하는 절규가 있었는데 (정말 절규가 되어 버렸지만 ㅠ)
이번 시나리오는… 기간 내에 공모전 제출 보다는
드디오, 내 손에 의해 장편 시나리오라는 게 하나 탄생하긴 하겠구나. 하는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이번 시나리오 공모전 상금이 작은 영향도 있는 듯 ㅋㅋㅋ )
상을 못타더라도 뭐 어쨌든 완성된 시나리오니
이것 가지고, 내가 직접 만들던 (ㅋㅋㅋ) 뭐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즈막히 얹어놓은 지붕들이 말한, “나는 마을입니다 참 아늑해보이지 않나요?”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문을 열어 줄 리는 만무합니다.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양으로 올라 서봤지만 막다른 교훈들이 치솟고 감추어 두었던 자장가를 불러야만 내려앉습니다 사실 여 긴 마을 이 아닙니다 그 어느 곳에도 살지 마십시오 불안해 하십 시오 비명을 지르던 찬양을 하던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소재들로 매우고 있었다. 재벌가의 비인간성, 엄청난 돈거래, 연예인 및 여자관계, 그들이 한국의 보통 서민들을 대하는 경멸 같은 것들. 사실 어떤 재벌을 인터뷰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될 것 아닌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고 싶으면 “삼성을 생각한다” 책만 봐도 될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 곁가지 친 서비스들. 영화 “하녀”와 연장선에 있다고 한다던지, 쌍용차 진압문제를 들이댄다던지, 삼성가를 연상시키도록 한다던지, 등등.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서비스일 뿐인 것이 이것 또한 소재에 불과하지 않던가.
대놓고 말하든, 한 층 덮어서 말하든 간에 이 소재들을 어떻게 엮는가가 중요하지, 이것 자체를 말했다는 것 자체는 무슨 숨겨진 고발이 아닌 이상에야, 그리 대단할게 있겠는가. 다큐가 아닌 영화인걸.
소재들을 걷어치우고 나서 재벌가 속으로 들어가보면, 전체 줄기는 돈의 맛에 길들여진 재벌가는 돈 때문에 자기를 소외시키는 역설에 위치하게 된다는 어느덧 조금 평범한 결론. 그리고 이렇게 모욕적으로 살면 안된다며 조금 상투적인 결론.
현실적인 전제들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냉철해야 하는데 언뜻언뜻 순진한 모습을 하고 관객을 바라보는 바람에 조금 당황스러워 질 때도 있다. 김효진이나 백윤식에게 이중성이 별로 없이 너무 순진한 모습을 보여서 그렇고, 계속 관찰자 모습으로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던 이강우가 막판에선 에바에게 뭔가라도 하는 듯한 모습. 조금 작위적이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재벌가 악마 캐릭터 대 모욕에 꿈틀대는 다른 편들. 이렇게 양분할 게 아니라 그 중간지점에 이중적인 사람들을 꽤 배치하고 그 관계를 더 미묘하게 얽어놓았다면 이렇게 허한 느낌은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들이 연출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진함과 교차되어 버리니 그것 자체의 진정성이 휘발되는 듯.
블랙코미디, B급 유머를 지향하는 감독 스타일을 알겠으나-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단순했고,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나니 그냥 얼렁뚱땅 결말로 뭉개버리는 느낌.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전제였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놀랍지 않냐고 해버리니, 놀랍지가 않다.
영화가 말하자면 끝이 없을 테지만, 나는 그 끝없는 설을 풀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뭉텅이 중 일부분만 쏘옥 꼬집어 내기에는 뭔가 비위가 상한다. 에라, 그냥 이것저것 갈겨보자. 영화가 어떻다고 이야기할 때 어느 정도 좋은 영화가 갖추고 있는 표준규격 상자 안에 넣어보고 우와, 거기에 한번 넣어봤는데 정말- 군더더기 없이 잘 맞더라, 하는 완성도부터 이야기해야하는데- 이 영화를 일정의 표준규격에 넣기는 영화가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그 표준규격이 아닌 다른… 이 영화에 적당히 빗댈만한 상자를 찾지 못하겠다. 그냥 완성도에 대해선 연기, 장면구성, 스토리, 음악 그 모든 것이 완전했다고만 하고 접어두자. 사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는 종일 싸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전개는 꽤 길기까지 하다. 영화가 두시간 반 정도 되는데, 곁가지 치는 재미요소들도 별로 없다. 땅은 계속 파이고, 그 남자 앞에 누군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죽는다. 때떄로 죽이기도 하고 말이다. 홀로 땅을 파던 집념은, 영화의 최후까지 끊임없이 몰아쳐간다. 나는 그의 집념이 언젠가는 한 풀 꺾이고 자기 반성을 하겠지 싶었는데, 이 주인공에게 그 따위 것은 없었다. 그의 집념, 타오르는 의지 그러면서도 속 안에 타오르고 있던 사랑(가족애?)에의 갈구. 주인공에게 변한 것이라곤 거의 없다. 왜 이렇게 굴곡이 없어? 보통 다른 영화 답지 않게?! 하다가 결말을 맞이하고 “I finished.” 라는 그의 말을 들으면, 헛! 하고 웃음부터 나온다. “참 대단한 양반이구만!” 그건 주인공에게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 감독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영화를 보면, 기부터 죽는다. 세상에 넘사벽이란 이런 거군. 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