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11.22.] 오늘은 2013년 달력을 받았다

    얼마전에 같은 기관에서 활동하던 ㅈㄴㅇ 이도 가고

    연장한 단원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우즈벡에서 가장 늙은 기수가 되었다.

    코이카 연령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새로 오는 봉사단원들도 대부분 나보다 어린 분들이 오고

    이번 주 금욜, 그러니깐 내일모레엔 내 활동을 이어서 하실 후임 단원도 올 예정이다.

    귀국까지 3개월 남았고

    오늘은 코이카 사무소를 갔다가 2013년 달력을 받아왔다.

    연을 지시하는 숫자가들이 이제 쉽게 익숙해지지가 않아 –

    예전에 1996년이란 숫자가 참 예쁘고, 안정감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997 이란 숫자가 되버리고… 1997은 내내 뭔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 내게 익숙치 못한 숫자라고 생각.

    그게 1999까지 가고…

    앞자리 두자리를 20으로 바꾸고 난 이후부터는…

    꼭 현재가 아닌 미래에 사는 것만 같은 두둥실 뜬 듯이 살아온 것만 같다.

    이천년대 이후 … 그게…  입에 붙기 시작한 것은 앞의 20을 빼버리고

    03 학번이라는

    학번을 지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학교에서 덜렁 뛰쳐나오고 –

    이것저것 숫자들을 보내긴 보냈는데 –

    내게 스물 세살때 뭐했더라?

    2007년에 뭐했더라?

    라고 불연듯 생각하려 들적에

    자꾸만 –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나의 나이, 이천 몇년도라는 시간을 지시하는 숫자들과

    나의 기억들은 퍼즐처럼 맞아들어가지가 않는다.

    언제부턴가 – 그냥 놓아버린 것 같아.

    붙잡으려 하지 않고

    그냥 생경하게 지나가는 숫자들을 너울너울 보내기만 한다.

    그 중간중간에

    꽤나 아린 기억들도 있고

    꽤나 아린 사람들도 있고

    그냥, 그렇겠지 – 하면서…

    어쨌든 –

    11월은 일주일을 남기고

    12월이 오고

    2013년이 오는 구나-

    그런데, 입맛이 이리도 쓴 것은

    지금까지 너울너울 보내왔건만은

    2013이란 생소한 숫자가 되었든

    서른이란 조금 섬뜩한 숫자가 되었든

    한국으로 귀향이되었든 간에

    그 전에…….

    뭔가라도 꽉 쥐어보고 싶은

    갈망들 때문이겠지 –

  • [2012.11.13.] 3가지 결론

    얼마전에 약 4일동안

    산업인력공단에서 하는 한국파견(?) 노동자 선발시험 비슷한 것에 참여하게 됐다.

    난 뭔지는 잘 모르고… 그냥 촬영 하는 거라고 하기에… 아, 그냥 또 카메라나 만지작 거리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시험이란 이미 일정의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획득했더라도 한국 고용주로부터 초청을 받아야만 한국에 가서 일을 할 수 있는데

    각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원정 면접을 볼 수는 없고… 어떤 데이터가 있어야 초청을 하든지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그 데이터 마련을 위해 산업인력공단이 면접과 체력시험을 치고, 그 데이터를 고용주들에게 배포하는 것.

    그래서 산업인력공단 측에서 출장자들이 왔고

    그들의 통역 및 보조업무 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맡앗던 것은 면접이었다.

    면접 전에, 면접 진행 일괄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면집 진행 과정을 일일이 동영상으로 찍고

    면집 진행 후반부에 경력사항이 진짜인지 확인을 해주는 일.

    동영상 촬영은 삼각대에 놓인 것을 누르고 줌만 당겨 주면 되는 것이었고

    그것보다 어려운 것은 면접 설명과 경력사항 진위확인을 우즈벡어로 하는 것.

    면접설명은 보여주면서 하면 되니까 어느 정도 그냥그냥 못하는 우즈벡어로다 그냥 하겠는데

    경력 진위확인은…. 질문은 우즈벡 학생에게 물어봐서 준비를 했지만…. 대답하는 것들을 못 알아먹는다는 게 문제.

    특히나 제조업 관련이라 일상회화보다… 어떤 제품을 만들었다, 무엇을 절단했다 뭐 이런 늬앙스인 것 같은데… 말이지 ㅋ

    산업인력공단은 코이카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우리가 현지어를 매우 잘하는 줄을 알고 있어서..

    대충 못알아 먹는 것도 알아듣는 척 했다 ;;

    (아마 그래도 눈치는 좀 챘을듯 ㅋㅋ)

    면접 진행하면서 놀랬던 점은

    1차로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모르는 지원자가 너무 많았다는 것.

    그건….소문으로만 들었지만…. 한국으로 가는 한국어 시험은… 정말 정말 컨닝과 부정행위와 대리시험, 돈을 주고 감독관과 짜기도 하고…

    등등이 만연하다는 증거였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잘 못한다 정도가 아니라

    한글을 전혀 읽을 줄 몰랐으며,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정도인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기 때문.

    그리고 조금 씁쓸했던 것은

    면접을 볼때 …. 그들의 눈빛, 그걸 계속 보고 있어야하는데,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마치 죄를 지은 죄인처럼 면접관앞에 서있으면서…

    반성하겠다, 그래도 한국만은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서 게셨다.

    심지어 잘 하지도 못하는 내 우즈벡어 질문에도

    긴장들을 하셔가지고 더듬더듬 잘 대답들을 못하곤 했다.

    그것은, 내가 평소에 우즈벡에서 잘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보통 우즈벡 사람들은 자기 프라이드가 강하기도 하고

    내가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적이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나 할까.

    중간/기말고사를 칠 때도 엄청 떳떳하게 부정행위들을 했으며

    내게 답 말하기를 요구했으며, 안 알려주면 화를 내는 등 ㅋㅋㅋ

    그리고 거리에서도… 우수꽝스럽게 우즈벡어를 나불대는 나를

    놀리듯 신나하는 그들이었다.

    그러다가

    약간은 비굴하고 남루한 그 표정들을 보니…

    마음이 좋진 않더라.

    단지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 때문에

    저런 표정과 모습을 보여야 한다니.

    나로서는

    한국은 참……… 살기 징글징글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아 내가…. 어떤 기준이든지… 한국보다 못 사는 공간에 있는 구나..

    라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잘 산다, 못 산다… 이건 어떤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겠으나….

    그냥,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한국인 면접관의 꼰대같은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려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더라….

    그리고 옛날에 어느 기업의 수시채용 업무 보조를 한달반정도 알바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그때… 우연히… 대기업 인사팀 수시채용 업무 전반을 보조했었는데…

    그때… 아… 참 인사팀 업무란 것을 오래하면 성격 버리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건 거기서 일하는 인사팀 사원들의 어떤 경향 때문이었는데-

    그들은 마치 습관처럼 사람을 계량화/수치화 시키고 그 수치화에 대해서

    합격과 불합격을 자기 스스로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었다.

    그냥…. 면접업무라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면서

    그런저런 것들이 떠올랐다.

    결론은 3가지.

    내가 활동하는 대학이란 공간은 우즈벡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미 꼰대가 되버린 어른들하고는 참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것.

    하루일당 100달러씩. 400달러 수입을 올렸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

  • [2012.11.10.] Dung rope

    20121110

    11월 9일, 오늘은

    내가 또 준비하던 시나리오 공모전의 마감이다.

    공모전의 크기도 작기도 해서(상금이 ㅋㅋ) … 예전에 트리트먼트(시놉시스 다음단계이면서 시나리오 바로 전단계) 까지 써둔 것도 있고 해서

    조금 여유롭게… 슬릉슬릉 해서- 지원하지 뭐 – 했는데

    내가 잠시 동부캠프를 전후로 해서 흐름이 끊겨버렸지.

    한씬도 못 쓰는 나나날들이 이어지고

    막판에는 갑자기 “화이트 칼라” 라는 미드가 내 앞에 등장하기 까지 ㅋㅋ

    뭐 그리 추천할만한 완성도 높은 미드는 아닌데… 우즈벡에 있다보니깐, 그런 것도 참 중독적(?) 이더군.

    마구 갈겨쓴 초고도 아닌 덩어리를 겨우 마감 이틀전에 마무리는 했는데..

    그러면 남은 이틀동안, 하루 종일 투입하믄 되겠구나- 할 수 있겠지만

    이 몸이 돈에 눈이 멀어 –

    하루에 100달러씩 준다는 일종의 전일알바를 뛰는 바람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것.

    그래서 그야말로 어제는 똥줄 초절정이었다.

    마감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초고도 아닌 덩어리만 내 앞에 놓여있고

    이리저리 오타투성이에, 앞뒤 안맞고….

    시놉시스, 인물소개는 하나도 쓰지 않았던 것.

    그걸 어제 마무리를 다 지어야 했는데…

    몸이 안따라주기 시작.

    왜냐면 이미 생활패턴이 새벽형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그 알바를 뛰느라 새벽 6시에 일어나는 바람에 그 전날에 1시간 밖에 못잤던 것.

    초고도 아닌 덩어리를 고치고 고치다가…

    아 도저히 체력이 후달려 안되겠다면서…

    알바 끝나는 시간이 6시 쯤이고…

    제출기한이 12시겠으니 시차 생각하면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으니

    내일, 마감시각 전 2시간 동안 승부를 봐야 할 것……………. 같, 아….

    하려고 했는데

    어제 모집 공고를 다시 보니깐…. 마감기한이 마지막날 밤 12시까지가 아니라, 저녁 6시까지였다!

    이런 샵스테이크!

    알바가 6시에 끝나니깐…….. 나에게 그 다음날이란 존재치도 않았던 것

    그래서 급 똥줄타서.정말 미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 와중에 교정만 본 게 아니라… 스토리가 보니깐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줄기를 틀기까지 하고

    시놉시스에서 정말정말…. 어거지로 뭉개쓰고 해서

    결국 새벽 4시에 마쳤다.

    오늘도 알바를 갔으니깐 2시간 잔 것.

    그저께는 한시간 잤고, 어제는 두시간 잤고…

    지금에 이르르고 있다.

    아 이제…… 한계야 ㅋㅋㅋ

    그래도…………… 몸은 힘들지만

    마감안에 제출은 했다는 것.

    이미 마감시간도 지나버린 지금… 제출했던 것을 보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보면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ㅋㅋㅋ

    아직 본문은 제출한 이 후, 한번도 안봐서 모르겠지만

    벌써 제목을 바꿨어야는데, 왜 그대로 놔뒀을 까 하는 후회막급을 하고 있다.

    멋있다, 안 멋있다를 떠나서 내용이랑 안 맞는 제목인지라…………… ㅠ

    그래서 이미 제출한, 수정도 못할 시나리오는

    가까운 시일안에는 들여다 안 볼 것 같다 ㅋㅋ

    암튼…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내 생에 첫 장편 장편영화 시나리오가 드디어 나왔다는 것.

    중생들에게- 내 기념비적 시나리오의 제목이라도 알려주리라.

    제목은 “멋진 한 세상”  ( 공선옥 단편 제목에서 훔쳐왔다 ㅋㅋ)

    자,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첫걸음을 떼었으니… 다음 걸음을 딛어야 한다는 것, 바로 그 것.

    아,,, 우선 좀 자고 ㅋㅋㅋㅋ

  • [더 리더-스티븐 달드리] 딜레마

    전체적으로 영화가 매우 깔끔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다 덜어내고 남은 핵심만 모아 둔 것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 쉽게 빠질 수 있는 ‘감정의 도취’ 로 나가아지 않고 꽤 영리하게 영화의 줄기를 타고 흘러갑니다. 뭐 그런 것 있잖아요. 멜로의 상실에 있어서 둘이 다시 화합하는 부분에 있어서 과도한 행복의 씨앗들을 뿌려버리거나 홀로코스트 같은 시대적 아픔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 끔찍함에 대해서 어머 세상에 어쩜 저럴 수 있어 라는 식으로 관객의 동정을 바라는 묘사 같은 것이요. 물론 이것이 단순한 멜로도 아니고 홀로코스트가 메인 테마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 영화가 이렇게 절제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이 훌륭했고, 원작에서 던지는 주제의식을 철저하게 구현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 외의 부분은 아주 깔쌈하게 가지를 치는 것이죠.   원작의 주안점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건 독일인의 어떤 딜레마 같은 것입니다. 나치는 개인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한 국가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국가는 독일인이 원했던 것이기도 했어요. 나치는 분명 선거를 통해 당선된 사람입니다. 어디 외부에서 총칼로 위협해서 세운 사람이 아니네요. 그 나치시절이 끝나고 난 후, 그 잔혹한 시절 유태인 학살의 주범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요. 그 경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들어가보면… 거기서 일했던 군인들은? 그런데 그 군인들 중 일부는 단순 문지기만 했다고 하면요? 그런데 그 수용소에서 단순히 밥만 지었던 군인이라고 하면요? 그런데 완전 쫄병이어서 어디 거부도 못하고 눈물을 머금으면서 독가스 발포 스위치를 눌러야만 했던 군인이라면요. 수용소 밖으로 나가서 그 독가스를 운송했던 운전수는요? 수용소로 유태인들을 이동시켰던 관리인은요?   여기서 한나는 그 관리인 중 한명이에요. 그녀는 직업과 업무에 충실할 뿐이에요. 마치 기계 부속품 같은 사람이었죠. 그런데 거기다가 일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화재가 나도 문 조차 안 열어줬다고 합니다. 끔찍한 사람이군요. 이건 분명 나치의 안 쪽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라고 할 법하죠. 법정의 사람들은 그 끔직한 ‘괴물’ 을 용서치 않으려 해요.   법정의 사람들이요? 그건 누구죠? 독일인들이에요,.   사실 그 경계지움 자체가 딜레마에요. 그 경계의 안쪽과 바깥을 설정하기도 힘들 뿐더러, 나치라는 괴물들을 만들어 내는 순간 그 바깥은 자동적으로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것이잖아요. “그들이 정말 악독한 괴물이다.”는 나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의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그 괴물들만 없애면 그만인가요? 그러면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면죄부를 받을테니깐요.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또 반대로 그런 식으로 면죄부를 받지 아니하고 나 자신도 죄인이라고 친다면… 나치,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나요? 그 비인간적인 학살들을 자신의 죄로 받아들일 수 있나요? 이게 바로 독일인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한느는 사실 그 딜레마 속에서는 조금 빗겨간 인물같습니다. 그녀는 문자를 모릅니다. 그녀에게 문자 그 자체는 두려움의 대상이에요. 그녀는 마치 동물처럼 생존하는 인간이에요. 그냥 밥을 사먹을 수 있을만큼만 먹고 살아가는… 시민사회의 시민이기 보다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동물-인간에 가깝죠. 문자만 없을 뿐이 아니라 가족도 친구도 그녀에겐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찌 말하면 독일이라는 사회안에 몸만 위치하여 있을 뿐, 사회라는 경계 바깥에 둥둥 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가 문자를 터득하지 못했던 것도 그녀 주위에 문자를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겠지요. 그녀에게 문자와 사회라는 경계안의 세계는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 그녀의 삶이 개입될 수 없는 곳 처럼 느껴질 테지요. 그런데 그런 그녀의 빗겨감이 오히려 그녀를 나치의 범주 안에 흘러가게끔 하고 또 그것으로 인하여 법정에서 그녀가 거의 주동자인것처럼 매도(?)되고 맙니다. 결국 그녀는 거의 종신형을 사는데요, 사실 참회하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누군가 정말 힘들었나보다, 하면 아- 그런가보다 이 정도인데요. 이것은, 그녀가 파렴치한 또는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기 보다는 시민사회의 책임을 질 그런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녀에게 사회 안에서의 선이든, 악이든 간에 그것은 그녀가 위치하지 못했던 사회라는 범위 안에서의 일이에요. 감히 진입할 수 없는 곳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충분한 판단능력과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여전히 동물-인간이에요.   여기에 대비되는 인물이 주인공 남자입니다. 그는 문자의 체계안에 놓여있을 뿐더러 법조인이기까지 합니다. 문자를 읽고, 생산하고 거기에다가 문자의 의거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역할까지 지니고 있네요. 그는 법정에 선 한나를 봅니다. 한나라는 개인이 고통당하고 있다는 것에는 괴로워하지만 다른 한편 그녀를 용서해선 안된다는 심리적 기제가 발동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아야만, 그녀가 정말 악독한 인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이라고 이야기해야만 그 자신도 나치시대에서 일종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문자세계 속의 그리고 독일사회 속의 한 사람이자, 시민… 법조인이기 까지 하잖아요.   흥미로운 점은 남자와 한나와의 접속코드가 되는 책 읽기 태잎이 기제가 되어서 한나 스스로 문자세계로 진입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문자세계로의 진입은 한나 스스로에게는 양날의 칼입니다. 그것은 문자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그녀 자신의 트라우마 혹은 콤플렉스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자세게-독일사회에서 그녀가 행했던 죄들을 그녀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몇십년만에 만난, 주인공 남자가 한나를 보고 그 의무를 상기시키기 까지 하죠.   그리고 결국, 한나는 자살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문자세계 진입에의 굴복의 의미는 아니에요. 오히려 문자세계로 기어코 기어들어가서, 혹은 이미 기어들어가 버렸기 때문에 ‘그녀 자신의 의무- 참회’ 를 그녀 스스로 비극적으로 짊어지고 해결한 것이에요. 주인공 남자가 원했던 참회를 다소 극한 방법으로 해결해버렸군요, 그리고 그녀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동물로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데에 대한, 그래서 ‘문자세계 진입에의 굴복’과는 늬앙스가 조금 다른 문자세계에 진입해놓고 그녀의 삶이 문자세계를 거부해버린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그 선택이 능동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녀는 참회의 유언장을 남깁니다. 주인공 남자가 이것을 야기하였긴 했지만 남자는 이 참회를 받을 자격이 없어요. 용서를 해줄 자격도 없지요. 그 자격은 희생당한 유태인에게 있을테지요. 그래서 남자는 유태인에게 갑니다. 그리고 유태인에게 한나의 특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그것으로는 전혀 먹혀들어가지가 않는군요. 유태인은 한나든 누구든 독일인 개개인에게서 폭력을 당한 게 아니잖아요. 유태인은 독일과 독일인 전체가 모두 폭력의 덩어리인 것이에요. 그 속에서 한나라는 특수성만 쏘옥 빼서, 그 개인의 사정이 이렇고 저랬으니까 그랬다, 하는 것이 이해될 수 있을 지 만무한것이지요. 하지만 그 유태인도 압니다. 그녀에게 다가온 폭력은 빈틈없는 괴물 덩어리, 악의 덩어리이지만 그 안에 인간이 있다는 것을요. 그녀 자신이 적극적으로 용서하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요. 그녀 자신이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인간, 이요. 그래서 그녀는 한나가 돈을 모아뒀던 자그마한 통은 받아두는 것이죠.    나치시대를 살았던 독일인들은 한나의 참회에 용서를 내릴 자격이 없습니다. 유태인은 용서를 거부했구요. 그렇다고 상관없는 외부인이 그래야 할까요. 남자는 자신의 딸에게 한나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녀의 딸에게 한나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남자의 딸이 아이러니 한 것은 상처받은 주인공 남자로 인해 양태된 또 하나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한나의 환영에 휩싸여 그리고 한나라는 자신이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한 독일인 때문에 그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이라는 것을 걷어치워버리죠. 그 희생양이 아마 그의 아내와 그의 딸이 됐을 거에요. 그래서 떠돌게 된 그 남자의 딸. 그 남자의 딸이 한나를 용서해줄까요?     제 생각은… 아마도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PS : 케이트 윈슬렛은 정말 훌륭한 배우인 것 같습니다!

  • [2012.10.22.] 동부캠프도 끝나고 왔다갔다도 끝나고

    20121022

    동부캠프가 끝난지는 좀 됐다만

    역시나 촬영을 맡은지라, 편집하느라 거의 일주일을 썼다.

    Full로 쓴 것은 아니다.

    한 3일 정도 풀로 편집해서

    한시간짜리 영상이 만들어졌다.

    행사영상이라 창의적 편집 같은 것은 안중에 없고

    대충, BGM 뭐 깔지. 하는 고민의 시간만 길었던 것 같다.

    거의 마무리가 됐고,

    약간의 수정만 마치면 내일 최종본 출력을 앞두고 있다.

    편집하면서 느낀건데

    편집은 정말 스트레스다…

    그래도, 끝나고 나서, 후— 하고 쥐어지는 약간의 보람 때문에

    그걸 감수하는 듯.

    암튼

    행사참여하고 편집하고

    학생 누나의 결혼식이라고 지방에를 갔다오느라 조금 산만했던 약 열흘의 시간들을 지나왔다.

    그 시간동안

    전혀 글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컴퓨터 앞에서 쓰려니까..

    의욕이 예전같지가 않다.

    이것도 흐름을 잘 타야만 하는 것 같다.

    이제 한동안 지방에를 갈 일을 별로 없을 것 같다.

    다른 이벤트 같은 것도 별로 없고

    연말, 그리고 귀국일을 앞두겠지.

    그동안 내가 할 일은???

    달리 생각나는 것은 없고

    글을, 시나리오를 써야지.

    써랏!

    쓰라고!

    써!

    아… 멘붕 ㅋㅋㅋ

    근데……. 과연 내게 재능이라는 게 있는, 걸까?

    아… 멘붕 ㅋㅋㅋ

  • [2012.10.11.] .

    삶이란

    공허에 대한 기나긴 주석이다.

  • [2012.10.10.] 청춘이라는 이름

    20121010

    내 청춘이 끝나가고 있다

    는 생각이 종종 든다.

    각자 다르겠지만

    내 ‘청춘’ 의 외연은 20대까지이기 때문.

    좀 협소하다구? 그래도 삼십대 초반까지도 청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게 있어 존재해왔던 ‘청춘’ 이라는 외연이

    3이라는 앞자리 숫자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세대담론에 매몰됐구나.

    1년이 365일이 아니라 463일 정도 된다고 치면

    넌 내후년 까지는 20대 인거야.

    그 아라비아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하니?

    라고 따져물을 수 있겠고

    나도 거기에 대해 동의하는 바가 크지만

    사실

    상상의 공동체라는 민족에 대해서 충분히 동의하더라도

    개관적인 거리두기에 앞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현상들이 있는 것처럼

    그것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어쨌든 나의 20대가 끝나가고 있고

    내게 있어서 청춘이 끝나가고 있어

    꽤나 아쉽다.

    뭐 좌절까지는 아니고.

    뭐 ‘포스트 청춘’ 에 있어서 내 세계관이나 인생목표가 확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꽤나 아쉽다.

    30대 이후에는

    청춘이란 단어를 마음껏 쓰질 못하겠구나.

    청춘이란 단어의 품에 있을 때보다 세상이 조금 더 딱딱하게 굴겠구나.

    하는 예감.

    아, 청춘.

    그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가.

    거기서 나와야 한다니, 쩝- 그래도 그 안에 있을 때는

    조금 포근한 느낌이 들었는데 말야. 이 정도.

    갑자기 옛날에 88만원 세대 서평을 레포트로 냈던 게 기억이 난다.

    거기서 대충…. 내가 뭐라 했었냐면

    저자의 세대담론이 갖고 있는 한계가 명확하고

    세대담론에 앞서 각자 노동조건에 예속되어야만 하는 조건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나와주고 잘 팔려주어서 조금은 위안을 받았다고…

    왜냐하면 지금의 청춘들이 어려운 조건에 위치해있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들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해결방법이 잘못되었지만 조금이나마 동정을 가져준 것에 위안이 된다고…

    썼다.

    그러데 이제 그 마저

    동정받을 수 있는 ‘청춘’ 이라는 외연으로부터 떠나야 한다니 ㅋㅋㅋ

    아, 청춘- 말한 김에 생각났는데

    청춘의 멘토라고 했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에 대해서

    변영주 감독이 청춘의 고통을 가지고 돈장사를 했다고, 개소리라고 생각한다는 인터뷰가

    트위터에서 이슈됐는데-

    난 변영주 감독에 백번 공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그런 개소리가 어딨냐 ㅋㅋ

    아, 잠깐 너무 흥분했나?! ㅋ

    암튼 요새들 왜그렇게 멘토, 힐링 이런 것들이 떠도는지 모르겠다.

    뭐 대단한것일까 하고 돌아보면

    적당한 레토릭으로 치장하고는

    결국 결론 : “꿈을 위해 열정을 가져라!” 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나는 열정을 갖고 열심히 굴렀는데도 안되던데요? 라고 하면

    그것은 네 열정이 부족햇던 거야, 더 열심히 했어야지. 라는 대답이 온다.

    어우, 이것은 꼭 기독교의 타력구원과 흡사하다.

    아무리 열심히 믿어도 unlimited, 열심히 착한일해도 unlimited…

    ….

    그냥

    또 갑자기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리트윗했던 트윗들이 생각난다.

    노르웨이 이야기인데… 내용인 즉.

    1) 예전 노르웨이 오슬로 에너지(우리로 치면 한전 비슷)에 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 “인력을 줄여야 할 때는 노조에게 먼저 이야기하는데, 우선 입사하고 난 후 실망한 사람, 다른 기업이나 직종에서 일해보고 싶은 사람 등을 뽑아달라고 한다”

    2) “신청자들은 그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이직에 필요한 교육 등을 받는데, 그 비용과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은 모두 회사에 지급하며, 원하는 회사에 취직했을 때 사직 처리한다.” “그러다 새로운 회사에 취직 못 하면 어떻게 되나?”

    3) “그런 불행한 경우가 최근 있었다. 나이 많은 임원 한 명이 갑자기 미술을 해보고 싶다고 했으나 5, 6년이 지나도록 실력이 늘지않아 취직을 못 해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노동자는 국가가 책임진다. 국가가 그런 일 하는데 아닌가?”

    8) 그러더니 사장은 노조위원장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오랜 기간 위원장해서 이제 나랑 친해져버린 것 같아서 걱정이다.아무래도 어용노조 같다.다음 선거 때는 더 강경파가 위원장되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그래야 회사가 산다” 위원장 삐짐.

    이런 내용.

    아아- 암튼 청춘 이라는 단어 때문에

    여러가지 잡생각이 들어서 또 여기에서 배설했구나.

    서비스 차원에서

    요즘은 아니고 몇 개월 전에 가슴에 꽂혔던

    청춘 관련 노래를 아래에 붙인다.

  • [도가니-황동혁] 나쁘지 않아요

    원작이 영화화하기 좋게 되어 있었는지라 크게 모자란 부분, 아쉬운 부분이 없다.   스토리는 원작을 거의 그대로 하는 편에서 주인공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영화적’ 으로 바꾸었다. 원작에서는 아내가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여주인공과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빌미를 주고자 솔로로 했으며, 원작에서 주인공을 한창 이른바 운동권의 전사를 지닌 사람이었다면 여기선 그냥 그림 하다가 떠돌게 된 사람 정도로 했다. 뭐 나쁘지 않은 변화이다. 어차피 주인공에 관련된 이야기는 실제 사건보다는 조금 ‘공지영 스타일’ 이었다. ‘후일담’이라는 부담감에서도 벗아나고, 조금 더 일반적인 접근을 하게 하니깐.   영화는 구성도 무난한 구성을 취하고 필요할 때는 적절한 클리셰들을 써먹는다. 하지만 실화라는 백그라운드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에이 너무 뻔하다 라는 느낌은 갖을 수 없다. 오히려 어머, 세상에. 하게 되지.   너무 비꼬는 투로 말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사실 뭐 그럴 만한 이유는 없다. 사실 영화에서 취약한 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난무난하게 잘 만들어졌다. 실제 사건과 별개의 이야기로, 원작에서 느껴지던 것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무진 이라는 안개에 휩쌓인 도시. 그 공간적 느낌이 영화에서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그 안개에 휩쌓인 잔인한 사건과 잔혹한 인간들의 네트워크들. 이것들이 뿜어내는 것이 있었다면 영화 전체가 아주 탄탄하다 못해… 꽤 지독하게 여겨질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쉽게 법정이라는 광장에 내몰린 느낌이다.   하지만 그게 큰 흠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영화라는 때깔, 좋은 스토리라는 포장보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이 중요한 경우에 속하니깐. 아직까지도 싸우고 있는 이야기니깐.     PS : 그런데 포스터 참 맘에 안든다.

  • [2012.10.8.] Don’t you remember?

    어제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이 홈페이지 옛날 일기들을 뒤적거려 보았다.

    홈페이지가 벌써 5년이 넘었으니, 꽤 되기도 했다.

    다른 게시판은 그렇다 쳐도… 이 일기게시판을 제일 애용했던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적도 있었어?

    세상에, 이런 글도 썼었어?

    아, 근데 …

    여러모로 불안한 심정이라 그런지

    옛날 글을 읽으면, 참 애달퍼져.

    그때… 그때는 참 좋았는데

    그때… 그때는 참 힘들었는데

    그때… 그때로 돌아갔으면 참 좋겠다.

    그때… 그때 다른 선택을 하면 어땠을까.

    그때… 그때… 그때…

    그렇게 새벽 시간을 때우고

    오늘도 Big Burger에를 갔다.

    노트북을 가지고 시간을 때우기에…

    내게 최적의 장소.

    Maroon 5를 듣다가

    양양도 좀 듣고

    버스커 버스커도 좀 듣고

    Adele 앨범을 틀었는데.

    Don’t you remember? 라는 노래가 가슴에 폭, 하고 꽂혀버렸다.

    가사는 사랑이야기지만.

    내겐 조금 다르게 다가오네.

    꼭,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이렇게 외치는 것만 같은 기분이야.

    그때… 그랬었잖아.

    그때… 그랬었잖아.

    기억안나니?

    나는 그거,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어.

    가끔, 때때로 생각해.

    라고 내가 외치는 것만 같은 기분이야.

    마음이 꽤 요동치더라.

    한번 들어보렴.

  • [2012.10.7.] Write Dream!

    20121007

    학기 시작한지 제법 한달이나 됐다.

    3차 반기 보고서 말미에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학기는 의지를 추스르고, 권태를 쫓으려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만 같다. 그 싸움의 시작에서 3차 반기를 정리하는 이 보고서가 뒤를 돌아보게끔 했고, 또 계획을 세우게끔 했다. 힘이 난다. 4차 마지막 반기동안 이 힘을 끌어당겨 무사히 그리고 훌륭하게 활동해 내겠다.”

    라고 쓴 적 있다.

    하지만… 현실은 힘이 잘 나질 않는다! ㅋㅋㅋ

    수업은 이제껏 했던 것이기도 하고…1학년 애들은 워드 같은 것을 할 때면 왜 이리도 뺀질되는 지 말이다.

    포토샵이나 엑셀이 차라리 애들이 뭐가 뭔지 모르니까 말 착착 잘 듣고 하는 데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래 잘하든 엉망이든

    이게 마지막 학기가 되겠군.

    큰 욕심 부리지 말자구.

    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는 것 같다.

    수업도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것들이라 굳이 새로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그냥, 무사히…. 버텨서 한국가야지- 라는 생각.

    점점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참 한국 인터넷 웹사이트를 유영하다가 일어서서 바깥을 보면,

    어? 한국이 아니네? 할 적이 있다.

    곧 한국간다고 생각하니

    향수병이라고 할 것은 없고

    기왕 갈 것, 좀 얼른 가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새벽녘이 꽤 있다 ㅠ

    그런데, 막상… 가면 당장 뭐부터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에는 막연해진다…

    어… 있잖아… 글쎄…

    라고… 답변할게 뻔하다!!!

    그래, 무엇이라도 쥐고 가자고…. 하면서 몇달 전부터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잘 될려나 모르겠다.

    *

    뭐냐고? 그냥 글을 좀 써봤다.

    장장 8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게임문학상아리는 것도 응모해보고 (결국 떨어짐ㅠ)

    장장 6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것도 응모해보고 (결과 기다리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라 희망이 없음 ㅠ)

    그리고 지금은 장편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다. 이것도 역시 공모전용.

    사실, 영화를 지망한다고 해봤지만, 어디가서 부끄러워서 이야기못했던 것인데.

    나는 장편영화 시나리오는 한번도 써본적이 없었다.

    단편은 이리저리 써보고

    TV 드라마 극본은 한번 도전해봤지만 (결국 마무리가 잘 안됐지만)

    본격 장편 시나리오 경험은 전무했다.

    그런데… 그 전에 80페이지짜리, 60페이지짜리를 써보면서…

    뭐 그 정도 분량도 한번 써봤는데, 이제 진짜 시나리오를 써야하지 않겠어. 하면서 약간의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공모전 수상결과 그리고 작품의 질에 상관없이, 나도 그 정도 분량을 이제 쓸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 때문에 말이다.

    맨날 쓰려고 할 때마다 앞 페이지 서너쪽 쓰다가 말았었는데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이런 계기를 마련해 준 공모전들에게 감사하다.

    비록 나를 떨어트리긴 했지만 ㅋㅋ

    암튼, 저런 분량의 글을 써본게 태어나서 처음인데

    바로 상을 기대하는 게, 어찌보면 정말 오만한 것이지 말이야 ㅋ

    보통 수십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래야…. 제대로된게 하나 나온다던데.

    지금… 실제로 영화로 만든다면

    좀 재미없고 흥행도 잘 못할만한 그런 장편 시나리오를 하나 시작했다.

    이 시나리오는 예전부터 써봐야지, 써봐야지 하면서 붙들고 있던 거라

    공모전 시기랑도 맞는 겸, 드디어 이것 좀 해결을 보고 끝내버려야지 하면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전에 80페이지, 60페이지짜리 들은 약간…. 소설 비슷한 형식으로 쓰는 트리트먼트라는 거였는데

    이번에 정말 시나리오를 쓰게 되니 여러모로 느낌이 다르다.

    전에 것은 쓰면서… 어떻게든 공모전에 제출은 해야해. 하는 초조한 마음이 우선이었고

    어떻게든 가작이라도 하나 타서 썩게 하면 안돼 하는 절규가 있었는데 (정말 절규가 되어 버렸지만 ㅠ)

    이번 시나리오는… 기간 내에 공모전 제출 보다는

    드디오, 내 손에 의해 장편 시나리오라는 게 하나 탄생하긴 하겠구나. 하는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이번 시나리오 공모전 상금이 작은 영향도 있는 듯 ㅋㅋㅋ )

    상을 못타더라도 뭐 어쨌든 완성된 시나리오니

    이것 가지고, 내가 직접 만들던 (ㅋㅋㅋ) 뭐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시나리오를 써보고 있다.

    지금 한 10% 정도 썼는데… 어쨌든 공모전 마감일 전까지 완성은 될 것 같다.

    아… 드디어 나도 장편 시나리오를 쓰긴 쓰는구나.

    하고 감회가 남다르다.

    내 생애 첫 장편 시나리오

    잘 쓰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