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12.22.] 쿠스코

    고난의 여정이라 할 만했다.

    시작을 조금 일찍부터 잡으면 우즈벡부터 잡을 수 있겠다.

    타슈켄트에서 서울가고 (비행 7시간)
    서울에서 LA가고 (비행 9시간)
    LA에서 리마가고 (비행 8시간)
    리마공항에서 약 8시간 대기 또는 노숙
    리마에서 쿠스코가고 (비행 1시간)

    그렇게 도착한 쿠스코였다.
    더욱이 쿠스코는 고산지대였기에, 가는 사람마다 족족 가볍든 무겁든 고산병을 앓는 곳.
    특히나 나는, 버스 등으로 쿠스코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로 막바로 쿠스코에 도달하기 때문에 –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쿠스코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가슴위에 손부터 올려봤다. 정말, 리마때보다 조금 더 갑갑한 느낌이 나긴 했지만, 어디가 아프다 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우선, 조심조심 해야겠구나 – 하면서 공항 밖으로 나섰다.

    공항 밖에서 여행객이 나오기만을 벼루고 있던 택시 아저씨들…

    미스터? 택시? 헤이! 미스터! 택시?

    가 연발로 쏟아진다.
    이건, 우즈벡 공항 밖에서도 그런 것인데, 나는 그럴 때마다 오기가 발동해서는 더 택시를 타지 않곤 한다. 볼리비아 영사과에 택시를 타고 갈까… 했는데 – 늑달같이 몰려드는 기사 아저씨들 덕분에 – 그냥 모두 다 스킵하기로 했다.

    공항 밖에서 본 남미의 첫 거리 풍경은?

    먼지가 많다.
    (널부러진) 개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남미에 대한 흉흉한 소리가 하도 많은지라 안전에 대해서 특히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위험을 느낄만한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 스페인, 포르투갈 이런데가 부랑자도 더 많고 그래서 더 위험해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그맣고 온갖 잡동사니 같은 것을 쌓아두고 있는 가게들이 많다는 것…
    우즈벡은 가게 특징이, 가게가 우선 널찍널찍한데 안에 들어가보면 휑하고… 상품 종류도 많지 않아서 같은 상품을 반복해서 진열해두고 그러곤 ㅎ하는데 – 여기는 정말 쪼만한 공간에 오밀조밀 이것저것 모아두고 있는 게 정말 많다… 오래되고 지저분한 것들도 많지만 – 어찌보면 더 생기있어 보이기도 한다.

    비자를 받고, 아르마스 광장 쪽으로 와보니-
    완전 경치가 딴 판이다.
    내가 한 30분 걸었던 곳은 외곽이어서 그랬는지 , 먼지 투성이에 기름때에 절은 사람들이 바쁘게 붐비고 있었건만 –

    아르마스 광장쪽은, 그냥 유럽같다.
    길도 잘 닦여있고, 먼지도 없고, 가게들도 예쁘장하게 잘도 모여있다. 물론 마사지며, 식당이며, 기념품 삐끼며… 가 거듭해서 귀찮게는 하지만 – 나 말고도 사람 많으니깐, 고개 젖고 지나가면 금세 포기한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찌들었던 몸을 씻고… 주변이나 좀 돌아보자 하면서 돌아보는데 – 뭔가 힘이 없다… 너무 피곤하게 여기까지 달려오기도 했으며, 고산지기까지 하니깐.
    특히나 고산병은 처음에 괜찮다 싶다가도 – 어? 괜찮네?! 아이 신나 – 하고 다니다가 푹 쓰러진다고들 하니… 몸 조심해야한다.. 그래서 대충 12각돌 근처 길에 갔다가, 마사지샵에 잉카 마사지라는 걸 받았다. 뭐 특별한 것은 아니었고, 오일위주로 근육 풀어주는 것을 하다가 마지막에 뜨거운 돌로 문지르고, 올려놓고 하는 것이었는데 – 뜨거운 돌로 하니깐 이게 찜질 효과가 좀 있는 듯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쿠스코의 하루가 지나갔다.

  • [2014.12.19.] 마지막 밤

    마지막 출근에 어제 과음으로 인한, 술병으로 지각을 했다.

    그리고 – 거의 하루종일 시름시름 앓았다 –

    오늘 어떻게든 인수인계서를 완료지어야 했는데 -그것도 마무리 못하고

    저녁약속 후에 집에 와서는 – 이삿짐을 싸고 컴퓨터 파일 정리에 여념이 없다..

    미리미리 준비해둘걸.

    마지막날까지 빡빡하게 생겼다.

  • [2014.12.16.] 음악은 기억과 연동

    20141216

    허클베리핀의 헤이 컴을 듣다보니 새벽이 가까워지는자정, 낙산공원에 주로 올라갔던 기억이 시큰하게 올라온다. (사실 모든 기억은 시큰하고, 시큰하지 않을 기억이란 없는지도…) 당시 자정이 가까워질 그 때쯤에 낙산공원까지 갔던 이유는 잠은 오지 않고, 하루가 넘어가면서도 나는 멀뚱멀뚱하게 있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고 하루종일 별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려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였다. 그래서 두텁기만 하고 볼품없는 츄리닝 후드를 뒤집어쓰고 총총- 낙산공원까지 올라가서 배회하듯 걷다가 성벽쯤에 멈춰서서 주황색 가로등빛에 기울이고 있는 집들을 보고 뿌옇고 까만 하늘을 보면서- 나름 감성적인 밤이다 – 라고 되내였다. 당시 허클베리핀과 스왈로우의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이기용, 이 놈의 노래를 들으면서 – 이 놈은 참 룸펜이 짝이 없구나. 그런데 이기용 룸펜은 참 멋지고 생산적인 룸펜인데..   난 진짜 룸펜. 비생산적이기 짝이 없고 – 게으르고- 제멋대로인.   그렇게 서성이던 낙산공원에서 반지하 집에 들어가고 나면 서글프기도, 때론 서럽기도 했다.   내일도, 모레도 – 같은 싸이클의 반복일 것 같은 두려움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었다. (20대 후반의 초조함이란 – 그 어느 나이를 통틀어서 가장 강렬할 때가 아닐까)     그리고 지금 출장 결과보고서를 오늘 하루 종일 붙들고 있다가 거의 끝이 난다 싶어, 10시 반 사무소에서 허클베리핀의 헤이 컴을 틀었다.   문뜩 – 아 그때 – 참- 찌질했었는데 – 라고는 그 시절, 잠깐 – 그리워하기도 했다…     …   그리움은 물질없는 생각. 다시 돌아가서 그 청승을 떨 예상을 해보면.. 30대의 청승은 얼마만큼의 시린 가슴과 체념을 붙들고 있어야할고…

  • [2014.12.14.] 스트레스

    참…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똑같이 대접을 해줘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들 제각각이로구나 –

    어떨떄는 그게 너무 극과 극에 놓여있어서

    나 스스로 당황스럽기도 하네.

    이번주도 빡빡했고

    내일은 토요일이지만, 신규 적응훈련 관련 일정이 있어서

    출근시간보다 더 일찍 사무소에 가야한다 ㅠㅠ

    내일은 봉사활동인데 –

    참…. 가기 싫으네 ….

    어우 —

  • [2014.12.8.] 집 곧 안녕

    계약종료가 다가오고 있는지라

    종종 사람들이 그래도 가려니 아쉽지 않으세요? 라고 물으면

    머쓱하게 계획했던 것보다 너무 오래 우즈벡에 있었잖아요, 라고 답하곤 한다.

    처음 코이카를 올 때 도피성이 강했기에

    2년 다 채우겠다는 목표도 없었고

    적당히 봐서 1년?! 이라고 하면서 떠나왔던 게

    벌써 3년 8개월째가 되어간다.

    인생에 막과 장으로 나눠본다면 –

    우즈벡이란 막 하나가 생겼다고 할 수 있을만큼

    생소한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들을 함께 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즈벡을 떠남에는 아직까지 주저함이 없다.

    우즈벡이란 나라에 대해서도, 코이카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걸 보니

    이제 – 마무리를 하긴 해야하는 적절한 시간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아쉬운 것 하나가 있긴 한데, 그건 바로 집.

    유럽여행을 하면서도 – 최저가 싱글룸만을 찾아다녔기에 ..

    호스텔에 있으면서 – 우즈벡 집을 참 많이도 그리워했다.

    그리고 아직 정말로 구하는 중은 아니지만 네이버 피터팬 같은 부동산 까페에서 전월세 집을 검색해보곤 하는데 –

    조만한 원룸에 몇천만원 보증금을 딱딱, 때려두고 있어서 – 절로 아쉬움이 솟아날수밖에.

    코이카와 연을 맺지 않은 분들은 조금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

    사실 코이카 봉사단원도 그렇고, 관리요원 및 직원도 그렇고

    생활비와 주거비 수준이 현지 사람들에 비하면 – 꽤 여유로운 편이다.

    근데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인 평균 수준으로 맞춰버리면 위험해지기 때문.

    어쨌든 외국인이기에 사람들의 눈길과 관심을 사로잡기 마련인데 – 주거지나 생활반경이 너무 평균 수준에 맞춰져버리면

    노출도가 커져서 – 표적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요새 우즈벡에서는 대형 도난 사건이 뻥뻥 터져주고 있는 실정.

    암튼 그래서, 주거비가 매우 여유롭다.

    특히나 봉사단 관리요원은 현지 사정에도 불구하고, 너무 넉넉하다고 생각될 정도…. 인데…

    욕먹을 까봐 구체적인 금액까지는 얘기하지 못하겠다 ㅎㅎ

    암튼 집세도 여유로워서 꽤나 큰 집까지 살 수 있는 조건인데

    나는 큰 집이 싫어서 내가 봤던 집 중에서 가장 작은 집을 택했다…

    그래서 현 활동 관리요원 중에서는 내 집이 제일 작고, 후졌지만 ….  나는 만족하면서 … 그리고 지금은 곧 있을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네..

    아쉬운 마음에 사진으로라도 여기 남겨본다.

    정말 부엌, 침실, 화장실, 거실 하나씩 있는

    관리요원 치고는 검소한 주거요건 ^^

    참고로 다른 관리요원 분은 내 집 크기의 3배 정도 크기에 살고 있으며 갖춰진 옵션도 훨씬 좋다…

    하지만 난 지금 살던 집이 좋았어..

    모두 각자에게 자신의 바둑이 있듯이

    모두 각자에게 자신의 집이 있지… ㅎ

  • [2014.12.1.] 포르투갈 다녀오고 12월이 되었네

    저렴하게, 춥지 않게, 우즈벡을 떠나기만 하면 됐을 여행 컨셉에 맞춰 떠났던 포르투갈.

    예상대로

    물가는 (유럽치고) 저렴했고, 겨울이지만 눈은 상상할 수 없는 비오는 가을날씨 정도 –

    우즈벡 떠나있기도 성공했으니 –

    소기 목적을 달성했던 여행이 되주었다…

    포르투갈 – 스페인이랑 비슷하면 어쩌지 했는데 –

    생각보다 많이 달라서 –

    아 -이런 게 포르투갈 이구나…. 하면서 포르투갈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자세한 여행기는 아마 다른 글을 통해서 –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힐링여행이라고 –  하면서 – 다녔는데 –

    포르투갈의 새로운 경험들이

    전의 기억들을 많이 뒤덮어주어서 –

    지나간 것들에 대한 미련은 털어냈다.

    본격적인 시작은 한국에서부터 출발! 이라고 해두고

    12월.

    중순까지는, 밀린 것들 처리하고 – 갈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빡빡하겠다

    남미, 북미 여행 준비도 나머지 해야하고

    (오늘은 르레브쇼와 그랜드캐년을 예매했지)

    한국 가기 전 마지막 일탈 ㅎㅎ

    그래도 우즈벡에 다시 돌아왔는데 –

    집이 최고다, 란 말이 어울리게 – 편안한 느낌ㅎㅎ

    더욱이 한국가면 살아보지 못할 집 –

    19일동안 맘껏 살다가 떠나보내야지

  • [2014.11.19.] 마드리드의 플라맹코 소극장. 열테이블이 채 못되는 테이블이 자리를 채우고있다.

    마드리드의 플라맹코 소극장. 열테이블이 채 못되는 테이블이 자리를 채우고있다.
    남자의 목소리가 가득 울리기 시작한다. 플라맹코의 노래는 몸 안에서 짜낸다. 혹은.토해낸다라고 느껴지는 발성을 가지고 있다.

    그게 내게는 온몸으로 최선을 다함.으로 읽혀진다.
    최선을 다하는.카테고리는 많겠지만 ㅡ  노래가 갖고있는 전달의 특성으로
    가수의 몸과 땀이 내게 전해지고. 같이 전달받고 있는 관중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유사한 생각과 감탄을 하고 있음을 안다.

    나는 내게로 회귀한다.

    이런저런 청승맞은 생각을 해보다가
    다른 내가 되어와서 ㅡ 오늘의 나를 추억하고 싶다. 고 생각했다.

    언제나 아슬아슬했던 그 순간들의 연속아 지금까지의 나였다면
    삶을 버티어본 후에.

    온몸을 토해내는 가수에게 나는 어떤 감흥을 던질까
    정말 추억하게될까? 오늘을…

  • [2014.11.16.] 포르투갈로

    이번 여행처럼 – 급 장소가 정해지고, 벼락치기로 준비해서 간 경우도 없던 것 같다.
    한국 내 여행이야 아무 준비없이 가기 일쑤였지만 – 국외여행은 나름 이것저것 할 게 많아서….

    휴가 및 여행이 이렇게 늦게 정해지게 된 데는
    지원했던 기관 때문이었는데…
    거기 1차를 합격했더라면, 한국에 갔어야 했기 때문.
    발표일이 이번주 화요일인 바람에, 화요일에서야 여행지가 정해졌던 것.

    그 전에 – 인도도 생각하고 그랬지만 –
    인도가 장기가 아닌 여행에서는 준비할 게 만만치 않았다…

    사실,
    계약종료 후 한달간의 여행계획이 잡혀있기 때문에
    스펙타클한 여행을 갈 욕심은 없고
    그냥 돈 많이 안 들게, 국외휴가 기간 동안 우즈벡을 떠나 있기만 하면 된다…
    라는게 기준이었다.

    그러니 유럽에서 제일 물가싸다는 포르투갈로 정해지더군.

    여행 전에는 완전 설레여서넌 덩달아 신이 나곤 했는데 –
    지금은 별로 그렇진 않네. 10분 뒤면 집을 나서야 하는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는 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것이
    안되서 그렇지….

    가능성과는 별개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던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꽤 큰 것 같다.

    여행에서 – 힐링하고
    새로운 목표를 더 구체화 시켜보리라.

  • [논픽션다이어리-정윤석] 90년대 중후반의 재구성 그리고 죄와 벌

    90년대 후반 –

    내 나이가 그때 – 중학교때 정도 됐을 때인데 –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리 없다.

    사실 난, 중학교 동창들 중 대다수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

    쟤가 아는 애인긴 한데 – 그래서 얼굴이 익긴 한데 – 나랑 어떤 관계였던 거지?

    친했던 건가 ???

    라는 무지막지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데 –

    이것저것 사회적 이슈와 그에 반응했던 나의 기억을 온전히 지니고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지존파,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건은 기억하고 있는데

    그 파장이 너무 컸던 지라

    사건 후에도 끊임없는 설교와 강론 들이 이어져서 그랬지 않나 싶다.

    난 고등학교때까진 거의 신문, TV 뉴스들도 일체 (재미없어서) 안 보는 그런 평범한 아이였기 때문.

    논술 대비 세대가 아니어서 그랬다 할까 ㅎㅎㅎ

    ( 그러나, 내 대학입시 직전에 논술이 생겨, 대학교 들어갈 때 논술을 쳤다… 쿨럭 )

    암튼 사건 후에

    교과목 선생들도 한마디씩 코멘트를 날리고

    학원선생도 한마디씩 코멘트를 날리고 했던 것이

    내 안에 쌓여서 –

    당시에 충격받았던 사건이었지만, 충격받은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90년대 후반에 대한 다큐를 보다보니

    그냥 잡생각이 많아져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잡설들만 – 주저리주저리 했구나..

    어떘든 – 이 다큐를 보니 –

    내 기억속에 이름과 이미지로만 남았던 것들

    지존파는 그냥 조직폭력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는 그냥 부실공사가 원인이었던 것.

    들이 입체감 있는 형상으로 되살아 난다.

    그래도 입장을 가지고 있던 게 하나가 있는데

    전두환과 노태우 사면 건이다…

    이건, 전라도 특성인지는 몰라도 –

    사형, 무기징역을 받았던 사람들이 …

    어떻게 며칠만에 그냥 풀려나지???

    이 생각을 나도 가졌기 때문.

    암튼

    다큐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쩌면 단순하다 –

    권력자는 간접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고

    가진게 없는 자는 삐뚫어지고 있는데 …

    삐뚫어진 사람들만 악마라고 칭해지고 있는 거

    뭔가 이상하지 않아?

    조금 식상한 주젠데?!

    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 또 막상 다큐를 보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문장으로 줄여놓은 것처럼 단순한 주제를 담고있는 것은 아니고

    잘 연결되지 않는 지존파,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김영삼  이

    꼬리를 물고서 여기저기 접점들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잘 몰랐던 것들에 입체감을 만들어주기도 하였고 –

    또 다큐가 나래이션 하나 없이 진행되는데

    매끄럽고 또 세련됐다…

    암튼 추천.

  • [2014.11.3.] 산책와중

    저번주는 무척 추웠다.
    안이며 밖이며 추워서 –
    이렇게 아쉽게도 가을이 가버리는가 싶더니만 –

    다행히도 그건 겨울이 곧 오고있다는 경고였을 뿐.
    금요일부터 날씨가 다시 풀려서 – 일요일인 오늘
    완연한 가을날 – 이구나 – 하는 기분이 드는 날씨.

    이미 어두워진 지금은 비가 조금 오다가 갰다.

    토요일에 집밖에 한번도 안나기도 했고
    오랜만에 글을 쓰는 셈치고 나가보자며
    집을 나섰다가 – 날씨가 좋아 – 거리를 좀 걸었다 –

    걷다가 에피소드가 하나 있기도 했는데
    110 번 학교 근처 가로수 길을 걷는데
    저만치 멀리 – 젊은이들이 오손도손 앉아있었고 나는 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을의 정취란 이런거야- 훗 –
    이러면거 감성 풀풀 날리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애 하나가 한쪽에 종이랑 이것저것 파일철 같은 것을 얹히고서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뭐 그러든지 말던지, 난 아 여기 은행 건물은 참 화려하게도 지어놨군
    아 저기 베란다는 조금 좁게 해둔 것 같은데
    아 나무 크다
    막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는데
    그 여자애가 나를 다 지나치고는 – 뭔가 툭 하더니만
    종이를 다 엎질러 버렸다.

    내가 급하게 걸었던 것도 아니었고
    내 앞에서 부딪친것도 아니었지만,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 봤더니
    여자애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 나부랭이를 쳐다만 보고 있다.
    종이나부랭이가 조금밖에 안되었으면 그냥 지나가겠지만 혼자 다급하게 줍기에는 널부러진 것들이 조금 많은 것 같아서
    내가 챙겨서 주워주는데 – 그 여자애는 내가 줍는 걸 그대로 내려다보고만 있다.

    뭐지? 여성을 우대하는 우즈벡 문화인가?
    나는 이렇게 엎드려서 줍고 있는데 –
    라고 기분나빠지면서도 그냥 주워서 줬는데 –
    여자애가 웃으면서 뭐라뭐라 말을 건다.

    순간적으로 –
    유럽 관광지에서 봤던 사인하고 돈받는 그런 사기꾼?

    뭐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냥 러시아어 몰라 이러고 돌아서는데
    주어줬던 종이를 또 떨어트린다.

    뭐 그러던지 말던지 다시 갈 길 가는데
    앞 쪽에선, 벤치에 앉아있던 젊은이들이 전부 다 나를 쳐다보며 뭔가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냥 갔다…

    좀 멀리 됐을 때는 뭐 없어진거 없나 확인도 하고
    뒤를 돌아보니, 그 종이를 떨어트린 애는 벤치에 돌아가서 애들이랑 놀고 있었다..

    뭐지, 가을의 정취를 방해받는데다가
    뭔가 기분나쁘다.
    생각해보면, 내 뒤쯤에서 내 가방에 부딪친것도 잘 이해안가는 상황이었다.
    가방이 큰 것도 아니었고, 그 쪽도 그리 빠른 걸음으로 걷던 것도 아니었으니
    부딪친것부터가 –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뭐 친구가 되고 싶어했을 수도 있겠지만 –
    떨어진 종이를 내가 다 주워줄때까지 그냥 내려다 쳐다보고만 있는…

    그냥 외국인이니깐 신기했던건가?!
    근데 그들이 과연 나를 외국인으로 봐줬을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