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장센영화제2015] 비정성시2, 전년도수상작3

    2015년 제14회 미장센영화제 관람기이다.

    비정성시2 와 전년도수상작3 관람한 것, 단평을 주루룩 남겨본다.

    그리 길게 생각하고 쓴 글이 아닌- 조금 인상기- 에 가깝긴 하지만.

    *비정성시2

    • 비공식 개강총회
    unofficail

    한국 남자가 “사회에서 쓸만한 녀석”으로 탈바꿈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시기 중 하나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전 근대적 학교나, 불행한 가정에서도 특유의 폭력 또는 억압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한국 남자라는 집단의 공통분모가 아닌, 특수한 경우니깐.  보통의 그런 경우는 개인의 심리 정서적 문제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트라우마 같은.

    그런데 군대라는 곳은

    여긴 원래 이런 곳이야 그리고 이 같은 과정을 평범한 한국남자라면 다 겪는 거라고 그래버리니깐- 이 모듈에 맞춰- 내가 변해야해.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좌절이자 절망이다.

    군대에서 겪는 거라곤, 춥거나 덥거나 배고프거나 고립되거나 그런 것은 별로 중요치 않는 것 같다. 계급서열 속에 나를 위치지우는 것. 그것에서 오는 어떤 포기가 있다.

    전에 겪었던 서열에는 어쨌든 노력해서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나이 서열 제외하고)만… 이제는 어떤 노력을 해도 넘을 수 없는 서열관계가 있고, 그 중에 내가 있다는 것.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사다리가 있다니…  하고

    그렇다면 그 사다리 위에서 내가 위치하고 있는 자리 위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고, 바짝 엎드려야 할 것은 바짝 엎드려버리자. 라며 쓸만한 녀석이 된다…

    암튼 권위주의적 서열은 시대가 흐르면 점점 더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이게 웬일 요새 SNS에서 빵빵 터지는 대학가 폭력적 군대문화들… 사실 요새 정보공유가 더 잘 되서 그렇지… 옛날이 더하긴 더했겠지… 암튼… 쪼오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언제 뿌리 뽑는 그 날이 언제일까, 하고 한숨쉬게 되는 근래.

    암튼, 그런 근래에 서열관계와 그들의 우수은 놀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건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어서 길게 쓴 거고- 사실 작품 자체가 그리 훌륭하진 않다는 인상… 현상 포착은 잘 했지만, 갈등의 전면을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 같아 아쉬웠고, 결말은 더욱이 좀 뜬금없었다…

    • 은혜
    eunhye

    철저히 어린 소녀, 은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들.

    영상도, 연기도(목사 연기 빼고) 좋았다.

    그런데… 그런데… 너무 봐왔던 풍경이라…. 새로움이 별로 없었다…

    • 어떤 날
    oneday

    노인과 노래방도우미의 어떤 공통분모 그리고 교감.

    근데 전해오는 게 별로 없다…

    • 좁은 길
    narrow

    희망도 탈출구도 없는 청년세대의 이야기다.

    이것도 많이 다룬 테마이건만 – 내가 아직은 청년세대여서 그런지

    이 시대 중요한 화두여서 그런지 절절하게 흐른다.

    공무원시험준비하면서 택시기사와 택배배달을 하는 두 사내의 이야기.

    결말 부분이 조금 무리수가 있다, 싶기도 하지만 – 여러가지 기억에 현실적인 장면들로 하여금 가슴을 때리더라.

    *전년도수상작3

    • 만일의 세계
    if

    관계가 끝난다는 것.

    둘이 함께 공유하고 있던 세계가 끝이나고 각자의 세계로 분리된다는 게 아닐까.

    각자 다른 세계에 있는 둘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을 해도-

    함께 같은 것을 느낄 수 없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든 날 바라보라고 몸부림이- 온전히 가엾은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영화가 다루려고 하던 테마가 그런 것인 것 같은데- 음… 그 한가지 단선적인 테마로 극을 계속 끌어가다 보니깐 – 지루한 감이 있다. 그 테마에서 조금 더 치고 나가거나 다양한 변모를 보여줘야하는데 – 그 테마만 끌고 가다보니깐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 비행소녀
    flygirl

    연기도 훌륭하고 화면도 깔끔하고 그렇긴 한데-

    음- 사실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

    갑자기 따라오는 애는 챙겨주면서도 왜… 칼에 찔린 남자는 경찰 하나 불러주지 않는거지… 뭔가 성인남성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인 것 같긴 한데… 그게 잘 나타나질 않으니까… 왜?! 하게 된다.

    그래서 공감의 부분을 찾지 못하고, 많이 보던 테마인데- 하고 겉돌게 된다.

    • 달팽이
    dal

    애니메이션이지만 꽤나 잔인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생각날 정도로… 현실에 있는 비정한 것들을 그대로 건져올렸다.

    •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제목부터가 비범한 이 영화는 – 단연 근래에 보았던 단편영화 중 최고!!

    ( 근데 내가 근래에 단편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잘 건드려서 – 웃게 되는데… 슬퍼지는 이 기분은 뭐지?! 하하하하핫

    가와이 순지… 메쏘드… 봉준호까지…. 이건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한번 보면 됨!!!

    감독이 직접 유투브에 풀버전을 올려두었으니, 보면 됨!

    • 아귀
    hungry

    이건 스토리나, 어떤 의미부여보다 서스펜스를 즐기라고 만든 영화같다.

    한정된 공간에서 극도의 몰입감을 위해 영상미나 컷의 호흡이나 이런 것은 참 쫄깃하게 잘 만들었다.

    근데… 나는 보통 스토리나 상상력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지라… ^^;

  • [실험영화론 1강] 초기 아방가르드영화

    ** 교재 <실험영화와 비디오의 역사>, <세계영화사>

    1. 실험영화란?

    – 1920년대 아방가르드 영화 이래로 새로운 시도를 목적으로 한 영화, 실험적 수법을 사용한 상업 영화들

    2. 초기 아방가르드 영화

    – Robert Wiene <The Cabinet of Dr. Caligari> (독일, 1919)

    :: 표현주의 양식 – 비틀어진 창문, 징문

    – F.W. Murnau <Nosferatu> (독일, 1922), <The Last Laugh> (독일, 1924)

    ::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함

    – Rene Clair <Entr’acte> (프랑스, 1924)

    :: 발레하는 여성의 모습을 극단적인 앵글로 표현

    – Luis Bunuel, Salvador Dali <안달루시아의 개> (1928)

    :: 면도칼로 눈동자를 긋는 장면

    – Germanie Dulac <The Seashell and the Clergyman> (1928)

    – Jean Cocteau <The Blood of a Poet> (1930)

    :: 영상으로 시를 씀.

    – Abel Gance <바퀴> (프랑스,1922), <나폴레옹> (프랑스, 1927)

    :: <바퀴>는  빠른 편집

    :: 폴리비전 (스크린을 3개를 붙여서 기존 4:3 비율이 아닌 12:3 비율) 사용

    https://youtu.be/SmQj9fETRN8
  • [소중한 날의 꿈-안재훈,한혜진] 달려라, 네가 즐겁다면!

    201104201136421

    201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은 제작된 이래, 매년마다 생일을 치루듯 개봉을 한다고 한다. 생일상 대신 스크린에서 자신을 뽐 낼 기회를 얻는다는 것.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기간이 장장 11년이라고 하니, 그 정도 받을 가치는 있지. 그리고 이번은 네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서울영상자료원에서 상영했고, 홍대 근처에서 스터디 모임을 마치고 그냥 집에 가기 보다 어디라도 들러서 집에 가면, 교통비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한 한량청년의 눈앞에 까지 왔다.

    (*네번째 생일이니, 11년의 제작기간이니 하는 것은 영화 관람 후 GV때 들었던 것으로 관람전까지의 사전정보는 거의 전무하다 했다)

    * 애니메이션다운 것?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자주 보이는 게 하나 있는데, 남자주인공이 우주탐험과 비행기를 동경한다는 것. 사실 이것은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우주라는 상상력이 결합되면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비행기가 등장하면 땅 위의 공간이 하늘까지 확장되면서 입체감이 생기고, 파아란 하늘의 비행기 그 자체가 예쁘며, 내려다보는 풍경이라는 극부감을 시도할 수 있게 되니깐. 그리고 경비행기라는 것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땅 위에 있을 때는 때가 낀 철판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 날을 수 있다니. 그것은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다는 것, 그것 자체를 은유하는 것 같다.

    암튼 여기서도 우주를 동경하는 남자주인공이 엔지니어 쪽 일을 하는데, 그것 자체가 상투적이라고 느끼진 않았다. 다만, 클라이막스 부분… 주인공이 마라톤을 할 때- 환상인지 실제인지 모르겠지만 경비행기가 주인공의 머리 위를 휭- 날아갈때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는, 하일라이트 분위기를 내기 위한 총동원의 성격으로 쓰인 것 같긴 한데, 비행기 없이 주인공에 더 집중해줬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뭔가, 비행기가 날아다닐때, 헛?! 하고 조금 깨게 되는 게 있어서. 뭐 이건 작은 선택의 문제이고, 극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결정적 부분에까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갔으면, 더 굵은 떨림을 선사할 수 있었을텐데 – 라고 아쉬워지는 거지.

    * 내 꿈은 뭐지? 꿈을 가져야만 하나? 내가 이걸 꿈이라고 부를수 있는 걸까?

    사회와 어른들은 언제나 꿈을 갖고, 야망을 갖고 도전하라! 라는 것을 거의 캐치프레이즈 처럼 내걸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지만, 사실상 우리의 청소년기는 꿈이란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여유일랑은 없다. 우선 뭐든지 가능성을 넓히려면 공부, 공부부터 잘 해야하는 것 너도 알고 있지? 사실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너가 점수는 60점을 맞아도 되는데, 등수는 1등을 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삶의 시대. 그래서 가능한한 바늘구멍이 아닌 조금 더 커다란 구멍에 도전하기 위해 그나마 공부에라도 도전하는게 마음 편한 것.. 체육이든, 미술이든, 글쓰기든 모조리 바늘구멍이니깐. 바늘구멍보다 조금 큰 공부라는 양말구멍에 하는게 안전하다는 게지. 사실 예체능계가 힘들기도 힘든 거지만, 뭐 돈도 더 들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이 현길적인 고민을 주인공도 그대로 갖고 있다. 달리기를 좋아라 하지만, 특출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패배하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을 택했다. 지는 것을 유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서 극은 섣불리 그래도 너는 달리기를 해야지, 최선을 다하면 잘 될꺼야 라든가 달리기는 아니지만 소설을 좋아하는 제 새로운 재능을 찾았어요!! 하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꿈을 가져야만 하는 초조함과 위압감 그리고 특출나게 잘 하는 것 하나 별로 없는, 무엇에 열중할 수 없는 평범한 나에 대한 열등감 등을 현실적으로 잘 담아냈다. 현실에서 쉽게 볼수 있는 나와 우리들이기에 그런 찌질한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봐야 한다고?!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의 모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찌질하게 보이진 않는다. 그것은 주인공이 아마, 성장할꺼야. 그 결과가 어떤 것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다가가려는 아이이니깐. 그래서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성장한 주인공은 아마 고민의 나날들이 참, 내게 소중했던 시기였어 라고 회고하게 될꺼야. 라고 예상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말이다. 우리 모두는 사실 지금 현재, 어떤 결론에 이르진 못했지만, 지금 고민하고 있는 나와 학창시절에 고민했던 나는 다르다. 당시에 고민하고 있던 과거의 나가 있었기에, 지금 새로운 고민을 하는 현재의 나가 있고, 과거의 나를 추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론, 아-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라는 생각도 하게되지.

    * 뭔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담백하고 좋은 말들과 여러 아름다운 장면이 있지만, 역시 내게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주인공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주인공이 마라톤을 하는 장면이다. 예전에 주인공에게 패배를 안겼던 친구와 나란히 뛰고 있는 모습인데, 헥헥 대는 숨소리, 줄줄 흐르는 땀.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뛴다. 뛰는구나… 역시나 무언가를 향해 나 자신을 내던져 열심히 하는 것은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했다. 꼭 달리기를 계속 하지 않더라도, 어떤 성과를 이루기 위해 몇년을 노력하지 않더라도 – 지금 이 순간 열심히 뛰고, 다신 육상부에 나가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열심히 달리는 저 아이가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했다.

    *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망상하기 좋아하는 영화지망생. 언젠가 엄청 유명한 감독이 되어서 나도 관객과의 대화를 한다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중에 매우 멋진 노래와 춤을 볼때도- 멋진 영화를 볼때도- 내 지인이 성공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을때도- 그 기쁜 순간들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 내가 영화감독이 되어서 이 순간들을 맞이했더라면 느낌이 완전 달랐을 것 같은데- 하구요. 그런데 하다보니, 이렇게 영화감독이 됐네요. 그 좋았던 노래와 춤, 영화를 영화감독으로서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하하하하아아아어어어어엉엉엉

    찌질감 충만이다. ㅡ.ㅡ

  • [앤디워홀 라이브, DDP] 날 것, 라벨 그리고 비틀어진 라벨

    우리는 파악할 수 없는 것들과 긴장관계를 맺는다.

    1319240-rainy-forest-road

    자연 상태의 날 것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 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있을 뿐, 우리에게 어떤 기능이나 의미를 던저주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겐, 자연이라는 것이 수확해야 하는 어떤 것을 쥐고 있는 것으로 쉽사리 파악될 수도 있지만

    자연을 철저히 일정의 구획 안에 가두어놓고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은, 그것이 우리게에 무엇을 던져줄 지 몰라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게 되지 않을까.

    위 사진에서 아스팔트 길과 숲길이 있다. 여기서 쉽사리 저 숲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단순히 길이 편하고, 불편하기 보다는 저 숲 안에서 파악될 수 없는 어떤 것이 나타날 지, 위험한 것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한가지 기능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 둔 저 아스팔트길에 더 긴장하지 아니하고, 묘한 편안함을 느낀다.

    아스팔트이든,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이든,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섹시한 여배우든 우리는 자연 상태 그대로와 대비하는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것들은 우리들에게 이미 뻔한 것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길은 내가 편하게 걷기 위해 내 발 아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수퍼마켓에 파는 토마토 스프 통조림은 내가 기대했던 토마토 스프 맛과 배고품을 채워줄 뿐이며

    텔레비전 속 그 섹시 여배우는, 언제나 남성의 사랑을 갈구하는 섹시 심벌로 존재한다.

    그들은 마치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 눈 앞에 뻔하게 존재하기에, 그 요구만 충족시키면 뻔한 대상과 우리의 관계는 종결되는 것.

    파악할 수 있게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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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 파악될 수 없는 나무통

    에 우리에게 친숙한 상표를 달았다.

    파악될 수 없던 나무통은 한 수간에 우리가 뻔히 여겼던 것들의 의미를 품게 되었다.

    그런데, 우린 이게 정말 세제박스이며 토마토 캐첩 박스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아주 멀리서 보면 분간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이것들은 미술관 위에 배치되어 있고, 질감의 차이가 뻔히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위장에서 오는 약간의 비틀어짐 때문에 뻔히 보였던 것들에게 강렬한 색이 보이기 시작하고, 표면 위의 여러가지 도형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파악될 수 없어서 긴장관계를 만들어주었던 것이, 라벨이 붙여져 이전의 긴장관계는 사라지지만

    내가 뻔하게 알고 있던 게 아니게 되었다.

    라벨 속 색과 형태과 두둥실 떠다니면서 새로운 물음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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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뻔히 알고 있는 섹시 심벌 마를린 먼로.

    그녀는 매체속에서 이미 자연인이 아닌 섹시라는 라벨을 달고 있다.

    분절없는 신체의 몸뚱이 어디에 달려있는 지 모르겠지만 “섹시” 라는 라벨이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서

    대중이 그녀라는 자연인과 만나기 어렵게 두터운 레이어를 형성하고 있다.

    앤디워홀은 마를린 먼로의 얼굴에 색의 경계를 선명하게 부곽시킨다.

    색은 각각이 또 하나의 라벨들로, 그것 자체로 의미를 만들어 내기에 바쁘기도 하고,

    신체가 더이상 자연색을 띄지 않기 때문에 그 덩어리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도 한다.

    앤디워홀이 만든 색이라는 라벨들로 인해,

    이전의 섹시 라는 라벨이 벗겨졌는가? 아님 더 강화되었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매우 뻔해서 재미없던 섹시 심벌이 새로운 덩어리로 나타내서 끝없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얼굴 안에서 섹시를 찾아볼 수 있니? 네가 갖고 있던 라벨은 어떤 것이었니? 다 마음에 드니? 등등등…

  • [다빈치리졸브를 활용한 컬러그레이딩]

    * 색보정 작업의 목적?!

    1) 촬영상의 실수를 보완

    2) Match Cut – 장면의 연속성을 위함. 제일 중요한 건 배우의 스킨톤.

    3) Look – 화면의 느낌을 만들어 주는 것  (1,2번은 기본적인 것이고 3번은 미학적인 부분에 해당)

    * 기본적인 색보정 순서

    1. 노출과 색상 중엔 노출(밝기) 보정을 먼저 한다.

    – Waveform을 보면서 (정확한 모니터와 계측기가 없으니깐)

    – Lift : 어두운 영역, Gamma : 중간 영역, Gain : 밝은 부분 / Offset : 일률적인 밝기 조정

    – 어두운 영역을 먼저 작업해서 블랙을 맞춘다. 블랙 잡아주는 것만 해도 샤프니스가 사네~

    2. 밝기 보정 후엔 색보정에 들어가기!

    – 기본적으로 RGB, 색상  Hue, 채도 Saturation, 밝기  Luminance 를 가지고 한다.

    * 피벗은 컨트라스트 변화의 축

    – Vectorscope를 보면서 보색관계에 유의하고, 작품에 맞게 색보정

    ( 빨간색을 빼고 싶어서 반대편으로 했더니, 보색이 됐어 ㅠㅠ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 Secondary 색보정

    1) 특정한 색을 지정하여 부분 색보정 :  Qualifier

    – 지정된 색을 선택할 수 있으며, 움직이는 것도 트래킹 하지만 주변의 다른 유사색도 함께 색보정됨

    2) 특정한 영역을 지정하여 부분 색보정 :  Power Window

    – 사각형, 원과 같은 도형 및 다각형

    3) 키프레임 Key Frame

    –  키 프레임을 누르고, 시작점을 지정해주면 그때 키프레임이 형성된다.

    – 위치 및 색상까지 다양한 키프레임 형성이 가능.

    – Dynamic Keyframe : 동적인 키프레임, Static Keyframe : 정적 키프레임

    – 모션트래킹 : 정보를 분석해서 트래킹을 함

    * Grab still : 현재 색보정한 설정을 저장해서 다른 컷에도 똑같은 설정값을 적용할 수 있음.

    * 버젼 : 같은 컷에서 다른 색보정 설정값들을 적용해서 서로 비교할 수 있음.

    *Primary 와 Log

    프라이머리가 일반적이면서, 각 영역이 겹치면서 주된 영역을 주는 거라면

    로그는 겹치지 않는 부분들이 있으며, 필름 스캔한 것에 쓰면 적합해서 대부분의 현 영상에는 맞지 않음

    *  Shift + D : 보정효과 전후 비교할 수 있음.

    * 모든 효과의 초기화 Color 의 리셋 얼 그레이드 앤 노드

    • 플래그(G키)와 마커
    • Ctrl + Alt + A : 오토 컬러
    • View – Ctrl + F : 시네마 뷰 / 전체화면으로 보기
    • J K L : 뷰어 플레이 숏컷

  • [프로덕션디자인] 질감으로 보는 영화

    * 이 포스팅은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프로덕션 디자인 수업의 학습자료를 단순 정리한 것임

    1. 빛을 다룬 화가들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성 마테오의 소명" 1599-1600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성 마테오의 소명” 1599-1600

    카라바조는 빛의 체계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보통은 빛이 창문에서 와야만 하는데, 창문은 일정의 질감만 제공할 뿐 빛은 오른쪽 위에서 쏟아지고 있다.  마치 인위적인 조명을 친 것처럼 딱 떨어지게 비추는 빛으로 하여금 빛이 닿는 곳의 질감과 닿지 않는 곳의 질감차이가 명확해진다.

    렘브란트 "자화상" 1669
    렘브란트 “자화상” 1669

    렘브란트는 빛의 화가라고 불리울 수 있을만큼, 빛을 잘 다루었고- 빛을 다루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렘브란트는 유독 초상화를 많이 그리고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인물을 그릴 때 특징적으로 빛을 다뤄서- 조명쪽에서는 렘브란트 조명이라는 고유명사까지 쓰일 정도다.

    위의 자화상을 보면, 빛이 정확히 옆도 아니고, 앞도 아니고 인물의 대각선 방향에서 오고 있다.

    그렇기에 인물의 왼쪽 부분은 밝아서 하일라이트를 형성하고, 얼굴 오른편에 그림자가 지게 된다.

    하지만, 빛이 정확이 옆에서 오는 것보다는 조금 대각선이기에 오른쪽 뺨 부분을 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살짝 밝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삼각형을 렘브란트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며, 삼각형 주위의 코에서 부터 턱으로 이어지는 암부를 형성하도록 빛을 조절하는 것을 렘브란트 조명이라고 한다.

    렘브란트 "벨사살 왕의 연희" 1636-1638
    렘브란트 “벨사살 왕의 연희” 1636-1638
    렘브란트 "명상중인 철학자" 1632
    렘브란트 “명상중인 철학자” 1632

    왼쪽 벨사살 왕의 연희에서 빛에 의한 화려한 망토의 질감표현을 유심히 봐 둘 필요가 있으며

    오른쪽 명상중인 철학자는 창문으로부터 비치는 빛과 빛이 미치지 못하는  암부에서 묘하게 풍기는 느낌을 봐둘 필요가 있다.

    벨라크루즈 "시녀들" 1656
    벨라크루즈 “시녀들” 1656

    너무도 유명한 그림 벨라크루즈의 시녀들에서는, 오른쪽 창에서 오는 빛 그리고 앞의 캔버스 뒤의 열린 문까지 이어지면서 깊은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다.

    2. 질감이 두드러진 영화 – 향수

    영화 “향수”는 향기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향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색상으로? 명암으로?  영화라는게 무엇 하나 떼서, 이런 느낌은 여기서 부터 비롯됩니다! 라고 얘기할 수 없게 모든 게 얽혀있긴 하지만

    무엇 하나를 꼽는다고 한다면 질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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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인서트 컷은 장 그루누이가 태어나자 마자 코를 벌렁거리면서 맡는 시장의 악취이다.

    영화는 사실보다 더 사실처럼-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까운 질감 몽타주로 냄새를 전달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 “설국열차”의 전투씬에 앞서 피가 뚝뚝 흐르는 잉어를 도끼날로 베던 것도 생각이 난다. 그것으로 냄새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폐쇄되고, 어두운 기차 안에서 펄펄 뛰는 잉어가 피를 흩뿌리는 게 강한 질감으로 각인되었던 것 같다.

    3. 질감이 두드러진 영화 – 링컨

    영화 링컨이 주요 레퍼런스로 삼은 화가가 페르메이르와 앤드류 와이어스 라고 한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665-1665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665-1665
    앤드류 와이어스 "그녀의 방" 1963
    앤드류 와이어스 “그녀의 방” 1963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자세히 보면 그녀의 속눈섭 등이 과감히 생략되어 있고 입술도 경계가 모호하게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술 오른쪽 끝 부분에 하얀색 점. 이 게 있음으로 해서 입술이 더 매력적으로 도드라진다.

    앤드류 와이어스는 창문에서 나오는 빛과 그것으로 드러나는 부드러운 질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영화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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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 밖의 빛을 질감있는 속커튼이 끊어주면서, 특유의 온화한 느낌의 빛을 잘 살려내고 있다.그리고 두번째 스틸 컷은, 링컨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장면인데… 계속 속커튼 레이어를 통해 나오는 빛을 배경으로 삼던 주인공이 속커튼을 걷고 창가에서 직접 빛을 쬐고 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이 영화에서 계속 서스펜스를 일으키던 법률 수정안 통과가 가결되는 벅찬 환희의 순간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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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과 적대자 간의 회담 장면이다.

    여기선 커튼이 아닌 블라인드가 빛의 레이어를 형성하여, 속커튼의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조금 더 센 느낌을 갖는다. 빛이 오는 방향에 스모그 같은 것을 주어서 입체감을 살렸고, 테이블의 질감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 테이블 양편에 앉아있는 상호간이 굉장히 멀어보이기도 한다.  이 시퀀스에서는 시종일관 인물이 측면광을 받아 얼굴 한편은 하일라이트를 받지만, 한편은 거의 대부분이 암부로 드러나있지 않다. 상호 좁혀지지 않는 의견의 충돌이 그러한 비쥬얼로두 부각되고 긴장효과를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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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결말부 링컨이 죽을떄의 모습이다. 링컨 쪽만 빛을 받고 있고 암부로 둘러싸인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익숙하다. 고전회화에서 예수의 죽음 등을 묘사할 때 주로 쓰였던 방법.

    여기서 링컨은 오른편에 있는 불씨로 승화되고, 이는 대중 앞에서 연설 장면으로 디졸브된다.

    예수의 죽음이 일종의 인간을 위한 대속이었고, 그로 말미암아 인간이 계속 속죄를 거듭해야 하는 운명을 지녔던 것처럼 –

    링컨의 죽음도 똑같은 방식의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는 결말이다.

  • 뛰는 것

    다들 그렇듯이 초등학교때- 가방이 가볍고 그러면 곧잘 뛰어다녔다. 마치 슈퍼마리오가 된 듯, 남의 집 수도관 뚜껑을 팡팡! 때리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그랬는데 – 지금 그렇게 뛰라고 하면 뭐랄까 남들 시선보다 먼저 어디 다치기라도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으흑!

    예전에 제주도에서 전경으로 있을 때, 가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곤 했다. 휴식 시간에 간다고 해도, 빠른 시간 안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종종 다녀왔었는데 – 어느날 버스에서 딱 내리니깐, 도서관 앞 신호등이 파란불이 딱 켜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질주해서 – 파란불을 건넌 적이 있다. 한 100미터 조금 안됐던 것 같은데… 그런데 – 그 다음날 보니, 온 몸이 쑤셔서- 왜 그러지?! 뭐 한게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돌이켜봤는데 횡단보도 건넌다고 100미터 잠깐 뛴 것 때문에- 몸이 쑤셨던 것. 헉 내가 얼마나 운동부족인가… 그것도 남들은 다들 몸 건강해진다는 군생활 중에 이 모양 이꼴이라니. 하면서 나중엔- 휴식시간에 여기저기 조깅을 많이도 했다. 필받을때는 거의 40분 넘게 계속 뛰어서 해수욕장까지 다녀오고 그랬으니- 그 시절이 내 건강의 리즈시절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때가 스물넷에서 스물다섯 시절.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지금은 서른둘.

    밤에 산책을 하면서- 계속 걸어다니기만 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제법 오랜만에 뛰어버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에이 가만히 걸어다녀도, 여기저기 걸려 헛발질 하는데 – 뛴다고 뛰었다가 – 팍! 꼬꾸라지면 어쩐담… 하면서 말았다….   (신고 있던 것도 쪼리였고- 그래서…)

    그런데- 이렇게 미루고 미루다보면 – 한 사십대 되면 걷는 것도 힘겨워 할랑가 몰라!

    시일내에 뛰어보겠다!

  • 장편시나리오 워크샵 마지막 수업

    총 10회차 과정의 장편 시나리오 워크샵 과정이 끝났다.

    예전에 장편 시나리오의 이론 중심의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 선생님이 이번에는 실습 위주의 수업을 연 것이었다.

    나로서는 이론 중심의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것도 많았고, 글도 써야하기에 – 이보다 더 적절할 순 없었다.

    단편작업이 끝나는 바로 다음날 개강해서, 단편작업에 빌린 장비반납하고 첫 수업에 임했다.

    수업을 오랜만에 들으면서 – 어떻게 하면 좋은 영화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이래서 좋은 영화다 – 라는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아- 오랜만에, 무척 좋구나. 라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 우즈벡에서 오랫동안 배회하느라 영화라는 매체를 가까이할 수도, 영화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 대상도 부족해서

    내가 좀 목말라 있었구나 – 했다.

    10주차 동안,

    하나의 아이템을 가지고 가서 계속 업데이트를 시켜봤다.

    처음 내 생각에, 이 아이템은 이미 컨셉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미 끝난거야, 정말 쉽게 술술 풀릴 걸?! 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 나이브한 생각이었다 ㅎㅎ

    그리고 매주, 지적받았던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도 – 언제나 롤러코스터의 연속이었던 게

    내가 쓴 글을 내가 객관화를 시키기 어려워서인지, 써서 가면서는 –

    키야~ 이건 더이상 흠집이 없는데?! 완전 끝났는데?! 라고 생각해서 가면…. 헉… 하면서 절망 ㅋㅋㅋ

    내가 얘기를 들어놓고서도 그래도 여기엔 다른 매력이 있어서, 수정할 수 없어!! 라고 고집을 부릴 수 있었다면 절망을 하지 않았을텐데.

    얘기를 들어보니, 아…. 완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이리도 부족했다니!!! 근데 이걸 또 어떻게 해결하나 ㅠㅠ 하는 시름을 안고 오기 때문에 .

    선생님도 열성적이어서

    원래 11시 시작 3시 끝나는 4시간짜리인데 – 4시간에 맞춰서 끝났던 적은 한번이나 되려나?!

    보통이 5시간해서 4시쯤이 끝나고, 한번은 6시간을 해서 오후 5시에 끝난적이 있었다. ㅎㅎㅎ

    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데 – ㅎㅎㅎ

    나는 그냥 앉아서 얘기만 듣고, 가끔 다른 사람것 할 때는 딴 생각에 열중할 때도 많은데

    그 긴 시간동안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문제의식에 공감해주면서 여러가지 제안을 던져주는 것은,,, 정말 타고남 플러스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듯.

    암튼, 그 10주 동안 – 나도- 모범생 모드로

    착실하게- 고쳐야 할 부분 고치고, 끌고 가야할 부분 끌고 나가서

    나이브했던 몇 문장이 하나의 트리트먼트가 되어서 돌아왔다.

    물론, 현 트리트먼트 또한 여러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아직도,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감이 잘 안잡히는 부분들도 있다만…. 어쨌든 나름의 성과가 있어서 수업의 종료를 자축해야하지 않나 싶다.

    선생님께도, 같이 수업들으면서 고민해주신 수강생들께도 감사를 표하며-

    이제 트리트먼트로 나온 걸- 더 발전시켜야 하는 더 크고 막막한 과제를 풀어헤쳐나가야지.

  • 구름다리와 파도타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낮에는 헤롱대면서- 단기간에 하기로 한 걸 대충 마무리 지어두고 나면, 저녁을 먹고나서 슬슬 몸이 간지럽기 시작한다.

    크지 않은 방안에만 있다는 자체가 너무 답답해진 걸.

    어쩌지? 뭘하지? 하다보면 이미 해는 져있고, 지금 까페같은 데를 간다해도 저희 이제 정리해요~ 라는 말을 듣기 쉽상이니 – 밤 거리를 활보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조금 더 가볼까, 하면서 위쪽으로 위쪽으로 가니 – 의외의 실개천과 작은 운동기구가 있는 터가 나온다.

    사람들도 세네명 열심히 각자 운동을 하고 있고.

    겨울이었다면 없었을텐데. 이게 여름밤의 매력인 것 같다.

    암튼 그래서 내 몸도 운동이라는 걸 좀 해줘야 썩지 않을테니

    구름다리와 파도타기를 꽤나 열심히 해주었다.

    하면서… 푸시업 같이 힘든 거 말고

    이런 단순 반복운동으로 갑바가 불쑥불쑥 나와준다면 – 매일이라도 할 수 있는데 – 쩝. 하는 생각을 하다가 –

    집에 오면서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산책에 따르는 보상이랄까.

  • DMC

    실업급여 수급인정을 위한 방문일이어서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공덕으로 향했다가, 저녁약속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는데 – 오랜만에(?) 외출도 했겠다, 시나리오 쓰는 과제도 마감이 다가오는 지라, 집에 안들어가고 어디 까페같은 데서 과제나 해야겠다 싶었다. 공덕이면- DMC랑도 그리 멀지 않으니깐, 얘기만 많이 듣고 아직 한번도 못 가본 한국영상자료원에 가야지 싶었다.  DMC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DMC를 조금 돌아다녀보는데- 뭔가 서울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 하면 좁은 도로에 복작복작하고, 대로를 조금만 돌면 비좁은 거리에 뭔가 다닥다닥 주택과 차들과 언덕들이 늘어서는 게 일상인데 (사실 서울 전체라기 보다는 강북쪽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듯)- 여긴 경기도 신도시처럼 길도 널찍널찍하고, 차 없는 거리인건지, 차도 안다니고 건물이고 뭐고 모두 다 신축으로만 늘어섰다. 주변을 다니는 분들도 나이드신 분은 정말 드물고, 거의 3-40대에 집중되어 있는.

    이 인공적인 첨단의 마을은 그래서 사람들이 두루두루 거리에 나와 얘기하고 있어도 거리가 시끄럽지 않고, 뭔가 텅~ 하니 조용하다. 마치 사람보다 마을 전체가 어떤 기운을 내뿜는 것 처럼. 그런데 그게 괴기스럽거나, 싫은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훗? 난 차가운 도시남자?!)

    조금 결과론적 의미부여로, DMC 라는 곳이 단순히 기업체의 묶음이 아닌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들의 일터여서 그렇지 않겠느냐는, 그리고 내가 꽤나 동경하는 그런 곳이어서 그렇게 느꼈나 싶다.

    암튼, 지나다니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  영상자료원에서 시나리오을 쓰고,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한편보고, 저녁에는 쿠아레라는 까페에서 다큐멘터리도 한편 봤다.

    오전에 실업급여 신청 관련 일도 했으니 – 꽤나 많은 걸 한 오늘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