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근의 앤젤리너스다.
요새 저비용생활자로서 까페도 많이 안 가고, 청년허브 등에 가서 작업 비스무레한 것을 하는 편인데 오늘 청년허브게 가 보니, 무슨 행사같은 것을 하고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까페에 올 수밖에 없었다. 커피를 못 먹는 지라 아이스초코 따위를 시키는데, 코코아 분말 녹여 얼음 몇개 넣은게 전부인 이 아이스초코 스몰 사이즈가 아메리카노보다 비싸다. 5천 4백원이면 밥값인데…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지만, 비용 대비 작업을 많이 할 수만 있다면야, 하는 긍정적인 기대로 자리에 앉아본다.
작년 여름에도 여기 엔젤리너스를 꽤 찾곤 했는데, 1년 만에 와보니 익숙한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와 작년 생각도 나고 제법 감상적이 되는 것도 같다. 작년엔 리얼액션티비란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무딘 애를 썼었지. 그래도 그땐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중이었는지라, 생계에 대한 큰 부담이 없어서 밤마다 앤젤리너스를 자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 앤젤리너스는 자리가 꽤 넓고 좌석배치가 꼭 도서관 비스무레하게 생겼다. 혼자 오는 사람도 많고, 둘 정도가 같이 왔어도 같이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모임들이 꽤나 보인다. 딱 보면 알겠는데, 저긴 대학교 시험공부고, 저긴 디자인 작업이고, 저긴 영상 비스무레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는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작업하다가 집중이 안되서 안젤리너스 관찰기를 쓰고 있을 줄은… 아마도 모르겠지?!
어, 근데?! 나 저 남자를 작년에도 본 것 있는 것 같아…
이제 막 직장에서 퇴근한 것 같은 회사원 차림의 그는 아이스 커피 하나를 앞에 두고 핸드폰 게임을 한다. 처음에는 아, 일행을 기다리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한시간… 두시간…이 흘러도 역시 같은 자세로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 게임을 한다. 종종 담배 생각이 날때만 흡연구역을 핸드폰을 들고 갔다 오는 정도. 그는 핸드폰 게임을 몇시간 하는 것이 앤젤리너스를 찾는 목적인 것이다.
그러니깐, 더 궁금하다…
집이 더워서 에어콘도 안 나오고 그래서 앤젤리너스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을 즐기는 걸까?
결혼했거나, 하우스메이트랑 같이 살아서 집보다 까페에서 혼자가 더 편해서 그런 걸까?
집에 인터넷을 신청하지 않아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 앤젤리너스에서 하는 걸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무엇일까?
근데, 나… 작년에도 저 남자를 보고..
어?! 저 남자는 핸드폰 게임만 하다 가네?! 라고 생각했던 것.
그때 얼굴을 익혀두질 않았기 때문에 동일인물이라는 확신은 없는데…
암튼, 꽤 재미있는 해후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