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학기:MS Word 시험] 처음 치룬 시험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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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학생들에게 예고했던 데로 시험날이었다. 이 곳은 한 학기동안 총 다섯번의 시험을 보는 게 원칙이었다. 중간, 기말 정도의 큰 시험이 2번. 그리고 각 프로그램마다 확인시험이 3번이었다. 오늘은 MS Word에 관한 작은 시험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원래는 차트 관련 수업도 해야하고, 그래서 조금 간단하게 볼까 생각했었는데, 첫 시험이고 그러니 차라리 어렵게 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후 진행할 수업에서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조금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약 20분 정도 차트 만들기 수업을 하고, 20분 정도 필기 시험, 나머지 시간동안 실기 시험을 보기로 했다.

필기 시험은 해당 기능이 워드의 어떤 메뉴에 있는 지 찾는 객관식, 아이콘을 보고 어떤 기능인지 이름을 쓰는 주관식 그리고 단축키를 쓰는 문제 등으로 구성했다.

실기 시험은 가로 용지에 다단, 워드아트, 글씨서식 그리고 표로 만들어진 스위스 깃발을 만드는 문제였다. 출력파일(mdi, xps)로 제출하게끔 해서 구사한 기능만큼 점수를 매길 작정이었다.

학생들이 오자마자 시험에 대해 묻는다. 그래도 조금 준비는 했나 보군, 하면서 먼저 차트 수업을 진행했다. 늘 그랬던 데로 학생들 서로서로 물어가면서 웬만큼은 잘 따라온다. 차트수업은 파워포인트와 엑셀에서도 자세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끝냈다.

자, 이제 시험 시작!

* 쪽 번호를 삽입하는 기능은 워드의 어떤 메뉴에 있는가?

* 시그마, 루트 등 수학 기호 등을 입력하는 워드의 기능은 무엇인가?

* 하이퍼링크를 만드는 워드 단축키는 무엇인가?

* 현재 날짜를 입력하는 워드 단축키는 무엇인가?

▲ 주요 필기시험 내용

모니터를 모두 끄게끔 하고 시험지를 나누어줬다. 받아들고 답안을 바로 쓸 수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다들 머리를 긁적이지만 다들 답안은 나오질 않고… 약 3분이 자니고부터 학생들은 서로 상의를 하고, 더러는 몰래 모니터를 켜려고를 하질 않나 난리법석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현지 컴퓨터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시간에도 그랬던 광경을 보기도 했고, 이야기 들은 바도 많아서 어느 정도는 예견했던 바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제지를 하면서 진행을 하려 하는데 정말 10명중에 착실하게 푸는 학생이 한 명이 없었다. 사실 학생들 성적에 장학금이 달려 있기 때문에 성적을 나쁘게 주진 않을 생각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만드는 필기시험이었다.

그리고 실기시험.

 ▲ 실기시험. 문구는 우즈벡 영문 뉴스를 바탕으로 했다.
▲ 실기시험. 문구는 우즈벡 영문 뉴스를 바탕으로 했다.

어차피 필기시험에서 분별력이 없더라도 실기시험이 있으니깐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학생들 역시나 서로 해당 기능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고, 어떤 학생은 자리를 바꿔서 만들어 줄려고 까지 했다. 먼저 다 한 학생은 가라고 해도 잘 가려고 하질 않고. 그래도 이것은 아무리 말로 가르쳐주더라도 못하는 학생들은 못하고, 잘 하는 학생은 잘 하고 조금 분별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잘 하는 학생은 거의 흡사하게 만들었고, 못하는 학생은 나중에 표로 스위스 국기 만들기가 안되니깐 윈도우 그림판을 동원하는 등 별 수를 다 쓰다가 초라한 결과물을 내기도 했다.

여기선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라는 개념이 좀 약한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모르는 기능이 있으면 바로바로 옆 친구한테 부탁하고, 옆 친구도 알려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내게 이거 하나만 좀 알려달라고 애걸복걸이었고, 초라하디 초라한 결과물을 낸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내게 ‘그래도 3점을 주는 건 안된다’ 는 식의 부탁을 하고 갔다. 난 그의 결과물이 너무 초라해서 이건 ‘2점을 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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