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들었던 앨범들을 정리해보는 시덥지 않은 일은
2008년에 한번 해봤는데, 왠지 뿌듯하고… 다시 볼 때마다 내가 그랬구나 하는 걸 느껴서 좋았다.
그래서 이제 막 지나간 2009년도도 한번 정리해본다.
순서는 거의 정확하게 2009년도 1월부터 12월까지이다.
중간중간에 여러 음반들을 주의깊게 듣기도 하였지만
내 맘을 끄는 것이 있어서
푹! 빠져 한 시기씩 차지하였던 앨범들!
근데 주의점은 2009년도에 나온 앨범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중에는 시기가 잘 드러맞아 발매되자마자 들어보고, 빠진 것들도 있지만
옛날 앨범들도 많다.
난 드넓은 음악의 세계를 헤엄치는 한 마리 돌고래~ ㅋㅋ
* 브로콜리 너마저 1 – “보펀적인 노래”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브로콜리 너마저이다.
2008년 가을과 겨울에 Ep 앨범으로 날 빠트리더니
2009년 초순 겨울을 홀랑 빠트렸던 앨범.
그 당시 겨울방학 내내 사무보조로 을지로입구역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알바가 끝나고 나서면 바로 이 앨범을 주저하지 않고 틀었다.
Ep보다 좀 더 단정되고, 깔끔해졌고
완성도는 물론이고 대중성까지 휘어잡은 앨범인 것 같다. (인기도 많았으니깐)
하지만, 누구보다도 화음이 잘 맞는 두 보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자 보컬 계피가 탈퇴했다는 소리를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더랬지.
브로콜리 너마저의 2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언젠가 들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날만을 기다리리!
* 오지은 1

오지은 2집과 함께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2집보다 1집이 더날 휘어 잡았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돌풍(?)이 지나간 후, 한참 그 후유증으로(ㅋㅋㅋ) 이것도 저것도 잘 못들어서 얼쩡거리다가
오지은이란 가수를 접했는데
깔끔하면서도, 계속 듣고 있으면 취하거나, 어지럽게하거나 하는 느낌을 주는 게 참 독특했다.
처음 듣고선 와 좋다! 했던 것은 아니고, 듣다 듣다 보니깐 그냥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안 듣고 있으면 찾게 되는 그런 매력의 소유자였다.
아침 붐비는 버스를 탈 때, 주로 들었는데…. 빡빡한 버스 안의 분위기와 오묘하게 맞아서 좋았던.
* 이소라 8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베스트 5 안에 드는 이소라의 신보 소식!!!
그것도 제목도 없는 특이한 컨셉으로 다가왔는데, 들어봤는데 첫 트랙 7분짜리부터 특이했다. 노래부르다 말고 갑자기 노닥거리고, 막 이러는데… 처음엔 당황스럽더라도 나중에는 이 인트로가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이소라의 이번 앨범은 이소라가 음악이란 예술과 함께 어떻게 유희하면서 살고 있는지
좀 더 가까이서, 그리고 조금 더 진솔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소라 하면 따라다니는 이별과 지독한 우울함이… 조금 가벼워지고, 조금 친숙해졌다.
전에는 “나 지금 죽을것같거든” 이라고 말했다면
이 앨범에선
같은 이별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랬던 적도 있었더랬죠.” 씁쓸한 미소와 여유가 보인다.
* 장기하와 얼굴들 1 – “별 일 없이 산다”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장기하와 얼굴들” 앨범이다.
내가 몇 번 안가면서도 생색만내던 헬스장에서 주로 들었다.
운동이란 것은 내게 정말 재미없는 것이어서
참 음악에 집중할 수가 있었는데
유쾌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유심히 듣다보면
참… 재밌는 부분이 많다.
참 이 사람 하게 되는 곡들이 많은데, 지금 떠오르는 건
타이틀 곡 “별 일 없이 산다” 와 “오늘도 무사히”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등이다.
80년대 감성으로 촌스럽게 들이대면서 부르는 연애노래도 매력덩어리지만
위 세곡들의 상황유추와 아이러니들은 참 기가 막힐 정도였다.
특히 “별 일 없이 산다” 참 요즘같은 때에
씁쓸하게 꼽태우는 곡이어서, 더 웃음이 간다.
* 허클베리핀 1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레전드급으로 기억되고 있는 앨범을
허클베리핀 팬이라고 자칭하는 나는 2009년에야 들었다.
왜냐면 팬이 된 게 2009년이었고, 4집부터 3집, 2집 이렇게 거슬러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뒷북치고 싶지 않지만…
왜 이 앨범이 레전드가 되었는지, 허클베리핀이 이토록 인정(?)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앨범이다.
그리고 그 중 “보도블럭”은 최고고, 다른 곡들도 “보도블럭” 보다 못하다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다!
* 루네 1 – “압셍트”

홍대 상상마당에서 분명 허클베리핀이 노래한다 했는데
웬 여자 혼자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자기가 샤레이블의 블루칩이라는 농담을 던지던 그 때는 노래가 생소해서 대충 흘겨듣고 말았는데
나중에 앨범을 찾아 듣고, 아니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농염할 수가 있지 하고 놀랬던 앨범이다.
장기간 고농축 포드즙액이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앨범 하나가 그녀의 농염한 목소리로 꽉 들어촸는데, 왜 이렇게 훌륭한 가수가 이제야 나타났는지 의뭉스럽기 그지 없었다.
단번에 빨아들이고, 어지간히 놓아주려 하지 않는 바람에 멀미날 것 같은 앨범.
늦여름에 들었다.
* 검정치마 1 – “201”

이 앨범은 어디선가 굴러 들어왔다. 아는 형이 옛다 들어봐라 하면서 던져줬던 것인데
음질이 기괴해서, 헹 이거 좀 거시기 한데 했었다.
그런데 음악 앨범 리뷰에 썼듯이 얘들이 재능이 얼마나 출중하고, 가사도 죽여줘서
뜨내기꾼이 아니라 갈고 닦은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국카스텐 – “Guckkasten”

우연히 찾은 앨범인데, 노래를 듣자마자 그 포스를 느꼈다.
내 친구들은 윤도현이란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폄하(?)를 하곤 하지만
느낌은 윤도현과는 확실히 다르다.
날뛰는 생선처럼 노래가 신선함으로 꽉들어찼고
빼어난 가창력으로 불살라주시니
어찌 명작이라 아니 할 수 있으리
올해의 슈퍼루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가수임!
*언니네이발관 5 – “가장 보통의 존재”

언니네이발관의 1집을 좀 듣다 말았었고, 2집, 3집, 4집도 앨범 전체를 다 듣기에는 웬지 힘겨웠다.
그런데 5집은 얼마나 귀에 쏙쏙 들어오던지 여름에 들었던 앨범을 가을까지 끌고갔다.
소문 난데로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줘서 보컬의 빼어난 미성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스위트피 2 – “하늘에 피는 꽃”

이 앨범은 단 한 곡 때문이었다. “잊혀지는 것” 이란 곡 때문인데.
우울한 스물여섯 청년의 가을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 곡인지 말이다.
옛날에 이렇게 내 몸을 기대면서 들었던 곡은 스무살에 김광석의 “서른즈음에” (스무살에 애늙었다..;;)와 제주도 있을 때 이소라의 “Sharry” 가 다 였는데 이번 곡이 추가 되었군.
가을에 너무너무너무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다.
*정태춘 박은옥 – “92년 장마, 종로에서”

예전에 몇 곡 몇 곡 민속주점에서나 들었던 곡을 우연치 않은 계기로 인해
앨범을 찾아 듣게 되었는데
음악이 감동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느끼며 곧바로 그들을 존경하게 됐다!
팬이라고 하기 보다는 존경이라고 해야만 할 것 같은데…
이 앨범에 대한 리뷰도 음악 게시판에 이미 썼기 때문에 패스
*20세기 소년 – “20th Century Boy”

이번엔 좀 밝고 상쾌한 노래좀 들어볼까 하는 마음에 도전.
좀 유치한 그룹 이름이 걸렸지만, 20세기로 회귀하고자 하는 소년의 소망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디어클라우드 2 – “Grey”

참 깔끔하고, 상투적일 것 같으면서 그렇지 않고
센티한 척 할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고
적절한 균형감각으로 조금씩 조금씩 끌어당기는 앨범이다.
2009년 겨울에 지하철에서 듣기에 부담없이 좋았다.
*스왈로우 3 -‘It”

드디어 나와버린 스왈로우 3집.
이 제비형께선 좀 오버해서 말하면 나만의 아이돌idol 이다.
험란하게 구한 만큼, 풍성한 사운드로 나를 뿌듯하게 했다.
(“음, 역시 나의 아이돌이야” 하면서 뿌듯해함 ;;;)
근데, 개인적으로 루네의 농염한 목소리도 너무 좋았지만
허클베리핀 보컬의 피쳐링도 좀 써줬으면 했었는데…
아! 그러면 스왈로우가 아니라 허클베리핀이 되버리는 건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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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이 외에 들었던 음악들은 박지윤 7집과 크라잉넛의 “불편한 파티”, 3호선 버터플라이, 코코어 등이다.
2010년의 요즘은 루시드폴 음악을 듣고 있다…
2010 DJ’s Music 첫 머리는 루시드폴이 차지할 것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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