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하루-이윤기] 한량과 함께 서울투어

병운은 뺀질남입니다.

그는 뺀질거리다 못해, 바람둥이끼도 있는 것 같고, 또 여기저기 돈 빌리는 꼴 봐서는 먹고 버리는 제비끼도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희수를 졸졸 따라다니게 하는 꼴이 그냥 얄미워 죽겠죠?

그런데 병운은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는 사실, 너무 착하 문드러졌어요. 집안 말아먹고, 마누라 도망가게 했다는 사촌 앞에서 화 낼 줄도 모르고, 친구 사귀는 데 사람 가지리도 않아요. 여행사 대표, 술집에서 일하시는 분, 이혼녀, 첫사랑 후배, 날라리 고딩까지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인사하죠. 희수가 혼내고, 또 혼내도 절대 마음 상하는 법도 없어요. 오히려 돈 갚아야 할 처지에 희수 맘을 풀어주려고 주차비 내겠다고, 밥값 다 내겠다고 하죠. 그는 희수 맘을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온갖 애교까지 떨어줍니다.

사랑하던 남자를 다시 찾아온 것 같은 희수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영화의 주 포인트은 병운인 것 같아요.
(물론 서사적으로 봤을 때 주인공은 희수지만요)

병운이란 인간, 희수에게는 참 요상해 죽겠어요.

화 내야 할 때도 모르고, 진지해질 법도 모르죠.
돈 욕심도 별로 없고, 주변 사람들 챙겨주기에 참 바쁘시기도 하죠.

그런데 가면 갈 수록 병운이란 인간, 참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람입니다.

콤플렉스에 시달려서 아내한테 병운이랑 잤냐고 물어보는 인간
철 좀 들라면서 남 치부까지 다 드러내는 인간
책임감 없는 선생과는

참 딴판으로 정겹죠.

그래서 돈 때문에 결혼할 남자도 버린 희수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해요.
처음엔 깔끔하게 돈 생각밖에 없던, 희수가
고등학생의 껌딱지를 같이 떼어주고, 이혼하고 아이와 혼자살고 있는 여자의 돈을 돌려주려 합니다.

희수는 병운 덕에 차가웠던 가슴을 조금 녹였습니다.

헤어졌던 연인의 재결합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영화는

서울이란 도시와는 참 안 어울리는 남자와
서울을 배회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드라이브 내내 서울이란 도시의 풍경들
그것을 지나치는 주인공들.
너무도 다른 태도의 두 주인공

그리고 이윽고 변화하는 희수.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로맨스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로맨스도 정말 중요한 이야기이죠.

그런데, 병운이란 인물을 희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훈남정도로만 봐버린다면

서울 풍경 촬영분들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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