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Diva! 3人3色 콘서트] 말로, 이상은 한영애 콘서트

방학이 되기 전부터 시작했던 알바의 마지막 날이었고, 비는 퍼부어댔다.
새로 지어진 “구로 아트밸리” 여서 찾아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어쨌든 친절한 식당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겨우 겨우 도착.

혼자 찾아 가는 콘서트 여서 기다리는 게 다소 뻘쭘하였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 가수의 팬들이 그리 젊은 층이 아니었던 것이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그나마 없진 않았다는 것이다.

내 생애 최초로 가는 콘서트.

일찍이 예매를 한 탓에 거의 맨 앞자리에 앉아 공연이 펼쳐질 무대를 기다리는 데
설레임 만빵.

[말로의 화이트]

말로라는 가수는 원래 그리 좋아하던 가수는 아니었다. 앨범은 한 번 받아서 들어보긴 했었으나, 뭔가 생소하고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익숙한 ‘내 취향’들로 회귀하곤 말았었다. 그 이질감. 근데 그것이 재즈였나 보구나. 라고 콘서트 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난 재즈는 그리 좋아한 적도 없었고, 좋아하기에 앞서 우선 뭔지 모르는데…

말로의 공연을 보면서 재즈라는 것은, 가수가 마치 악기처럼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흐느끼는 창법도 창법이지만서도
말로만 그런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재즈보컬은 보컬의 목소리만 살리고 다른 악기들을 죽여버리는 발라드 같은 것과는 다르게… 음악 하는 동안에 “같이 논다” 라고나 할까?

그래서 베이스도, 드럼도, 기타도 보컬 못지 않게 빛나 보였나 보다.

그녀는 그녀 자체의 발성으로 모두를 그녀에게만 집중시키지 않고
그녀는 드럼, 베이스, 기타와 “함께” 만들고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또한 그녀는 “스캣” 이라는 것을 내게 처음으로 들려주었는데
얼마나 경이로운 광경이었는지, 그 아우라를 언어화시키는 힘이 들고
위 박스에서 mp3 로 자족하시길 ㅋ

*스캣: 재즈에서 가사 대신 “다다다디다다” 등 아무 뜻도 없는 소리로 노래하는 창법.
1926년 루이 암스트롱이 《Heebie jeebies》라는 곡을 취입하던 중, 악보를 떨어뜨려 즉흥적으로 부른 것이 시초라고 하며, 1940년대 밥(bop) 유행기에 엘라 피체럴드 등이 이 기법을 사용하면서부터 널리 보급되었다. 뒤에 밥 싱잉(bop-singing)이라고도 하였다

[이상은]

말로 다음에는 이상은이었다. 내가 콘서트를 예매했던 결정적인 이유였기도 했던 이상은.
내가 그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던지 말이다! 그런 이상은이 그냥 덥썩 걸어 와버렸다!!!

처음 본 이상은의 느낌은, “키가 꽤 크네” 였다.
난 웬지 대단히 작은 체구일거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뭐 그게 환상을 깼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랬다는 것.

이상은은 “블루” 를 맡았는데, 이 부분은 그냥 공연 기획하는 데에서
노래가 좀 우울하고 그러니깐 어겨 붙인 것 같고…
암튼 공연은 어떠했냐면…

아! 역시 거장이구나!

하는 절로 감탄!
무대시설의 음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좀 깨지는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정말 그녀야 말로 순위를 붙일 순 없지만 국가대표급 가수가 아닐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주옥같은 노래를 부르고 갔다.

<돌고래자리> <바다여> <비밀의 화원> 등등의 노래는 뭐 그냥 그랬지만
<어기여 디어라> <삼도천> 같은 노래를 부를 때는

저런 가수가 있다는 게 너무 고맙게 느껴질 정도…
그리고 대략 6곡 밖에 못하는 시간 사정이 정말 아쉬웠다!

[한영애의 레드]

한영애의 등장은 쇼킹했다.
한영애가 진행하는 EBS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를 즐겨듣던 터라

한영애의 잔잔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에 익숙했던 나는
마흔이 넘어가는 한영애에게 그런 passion 이 있을 줄이야!

마치 신신애가 입고 올 듯한 레드 드레스를 입고 나온 한영애는
노래도 노래였지만
무대 장악령이 그야말로 “짱” 이었다.

더욱이 <누구없소> 나 <코뿔소> 같은 노래를 불러주는 데
어찌 관객들이 뻑가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껏 가만히 박수만 치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하고
공연을 그야말로 클라이막스로 치솟게 해주었던 것이다!

또한 를 거의 울음 섞인 노래로 부르는 그녀를 보면서

노래라는 것은 그냥 발성이 아니고
가수라는 것도 그냥 목청꾼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녀는 진정한 온 몸으로, 가슴 속까지 가수일 수 있구나
라는 놀라움.

국내 거의 최고급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세 가수의 콘서트를 보게 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총평으로 정말 짱이었는데!
아쉬운 점을 끄집어 낸다면, 세 가수의 공연을 2시간 동안(부족해!) 보다 보니깐 감질맛이 난다는 것과, 연합공연 같은 것의 기획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뭐 가수들이 주최가 된 공연이 아니라
개관한 구로아트밸리의 기념식 성격이 짙어서
어쩔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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