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 Fall-레 미제라블] If you were me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 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고등어]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화학 박사학위를 지니고는
뛰어난 작사작곡 능력과 함께 매니아층까지 두텁게 확보한 희대의 엄친아
루시드폴이 뭇한 남성들의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을 의식해서 일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나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

으로 문을 열어준다.
이거 변명하는 것인지, 더 불을 더 지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밝고 상쾌한 (상대적으로)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용서를 구하는’ 그의 손을 잡아주고 말았다 ㅠ

“걸어가자 모두 버려도 나를 데리고 가자”

그래 손 잡은 김에 같이 걸어갈 순 있겠는데, 어디로 가자는 거지.
좀 갸우뚱한 주문이 아닐 수 없었다.

옳다구나! 너도 이제 매너리즘에 빠졌구나!

이번 4집이 각별히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이라면
저번 3집이 유학생활과 병행하면서 만들었다면, 4집은 유학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앨범작업에만 매진했다던 기사를 봤기 때문이었다.

난 개인적으로 3집을 즐겨 듣는 편인데
그의 3집 “국경의 밤”은 그가 국경 밖에 떨어져 있으면서 느꼈던 진솔한 감정의 결들을 진솔하게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치장히지 않고, 나긋나긋하게만 굴려는 것도 아니고
소박하게, 누군가의 삶을
함께 느껴본다는 것이 참 좋았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감정을 사무치게 하는 특별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하고 참 궁금했다.

1집, 2집 때 이야기했던 강렬한 사랑과 그것이 남겼던 상처로 회귀할 것인가
미선이 때처럼 날카로운 아이러니를 되살릴 것인가

그는 4집때 어떤 노래를 부를까?

했는데,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걸어가자”까지 뭐
특별히 나쁘지도 않게
가슴을 후비는 구석도 없이
무난무난하게 안전빵으로 지나가는 게 아닌가…

약간의 걱정을 남기면서 다음 곡을 넘어간다.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레 미제라블”

왜, “레 미제라블” 일까.
레 미레자르블은 장발장인데… 얘가 유학 갔다 오더니
서양 로망스에 취해버렸나
하는 쉬크한 생각으로 듣는데…

“ ! ”

며칠내내
조용히 걸을 때면 어김없이 “레 미제라블”만 들었다…;;

노래를 들을때면 영화 두 편의 일부 씬들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한 편은
“러브 오브 시베리아”이고
다른 한 편은
“화려한 휴가”
이다.

루시드 폴은
노래가 왜 노래이어야 하느냐를 너무도 잘 꿰뚫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항복하고 말았다 ㅠ

(“레 미제라블”은 노래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곡이라
더 이상 별 말을 쓸 게 없다. )

그리고 그 이 후에
루시드폴은

벼꽃, 고등어, 외톨이 그리고 문수까지
동식물을 넘나들면서

우리 함께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껴봅시다 라고 착한 노래들을 불러준다.

그 중 “문수의 비밀” 이란 곡의 가사를 잘 못 들어서
도대체 문수가 누구야? 했더랬지만, 그 정체를 알고 참 귀여운 곡이네 했다.

참고로 내 추측의 흐름이 참 미묘했는데…
이름이 문수니까 남자아이구만 했는데
아빠가 첫사랑이라고 했으니깐 여자아이인가? 했다가
“여자친구 생길 때까지” 라고 하니깐 이거 뭐야…
이성애자 남자아이가 아닌가봐…. ? 이것도 뭔가 메시지를 넣은 건가??? 했는데…
분위기가 전혀 그런 곡이 아닌데?! ….. 하다가

겨우 가사를 찾아내고(왜 이걸 못들었지?! ㅠ)
의외로 너무도 쉽고 당연한 정답을 찾아냈다.
(문수의 정체는 직접 들어보고 찾아보길 ㅋ)

참고로, 난 이걸 들을 때면
1박 2일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ㅋ

그렇게 루시드폴은
전에 박지윤이 불렀던 “봄눈”이란 곡(작사작곡은 루시드폴)으로
‘그때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보기, 다른 사람 되보기’ 를 마무리한다.

공부를 마치고 음악에 전념하면서 낸 첫 앨범은
관성화되는 위험과
나긋나긋 훈남이 되보려는 위험의 물결들을 넘실넘실 거렸지만

노래로서,  너무 아름다웠던
몇 곡들 때문에

감동을 아니할 수 없다….

이 엄친아 같으니 ㅠ
성격이라도 더러울 것이지…. 쳇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