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n-MMMBop] 더운 여름날, 매운 비빔면

You have so many relationships in this life (너는 인생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 )
Only one or two will last (결국엔 그 중의 하나나 둘 정도만이 남게 될거야)
You’re going through all this pain and strife (너는 이 모든 고통과 투쟁을 겪어야만 해)
Then you turn your back and they’re gone so fast (네가 지난날들을 돌아볼 땐 이미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린 후일 테지)
And they’re gone too fast (인생이란 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거야)
So hold on the ones who really care (진실로 아껴줄 사람들을 찾아)
In the end they’ll be the only ones there
When you get old and start losing your hair (네가 늙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할 때 결국 그들이 너의 곁에 있어줄 거야)
Can you tell me who will still care? (너는 누군가 아직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니?)
Can you tell me who will still care? (너는 누군가 아직도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니?)

*MMMBop, ba duba dop Ba du bop, ba duba dop  Ba du bop, ba duba dop Ba du (Oh yeah)

In an mmmbop they’re gone (Yeah∼ yeah∼ yeah) (그들은 떠나버렸어)
Plant a seed, plant a flower, plant a rose (씨앗을 뿌려, 꽃을 피워 봐, 장미를 길러)
You can plant any one of those (너는 이런 식물들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어)
Keep planting to find out which one grows (꽃을 길러서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
It’s a secret no one knows (그건 아무도 알 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야)
It’s a secret no one knows (oh∼ oh∼, No one knows) (그건 아무도 알 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야)
In an mmmbop they’re gone (그들은 떠나버렸어)
In an mmmbop they’re not there (그들은 거기에 없어)
In an mmmbop they’re gone (그들은 가버렸어)
In an mmmbop they’re not there (그들은 거기에 없어)
Until you lose your hair (Whoa oh) (너의 머리카락이 빠질 때까지)
But you don’t care (yeah∼ yeah)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
Can you tell me? (Hoo) (내게 말해줄 수 있니?)
No, you can’t ’cause you don’t know (아니, 모르는 것을 말할 수는 없겠지)
Can you tell me? (oh yeah) (내게 말해줄 수 있니?)
You say can but you don’t know (알고 있지 못해도 너는 말할 수는 있을 테지)
Can you tell me (Oh) (내게 말해줄 수 있니?)
Which flower’s going to grow? (어떤 꽃이 잘 자라날지를?)
No, you can’t ’cause you don’t know (아니, 너는 모르는 것을 말할 수는 없겠지)
Can you tell me (내게 말해줄 수 있니)
If it’s going to be a daisy or a rose? (여기서 데이지꽃이 피어날까 장미꽃이 피어날까)
You say you can but you don’t know (너는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 알고 있는 건 아니야)

나는 ‘고등학교 유학 생활’ 을 하기 전까지 어디 멀리 나다니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집에 틀어박혀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긴 했으나, 기껏 나다닌다는것이 동네 한바퀴, 그 이상은 별로 나다니지 않았다. 누구든지 틈틈히 친척집에 찾아가 놀고 한 그런 기억이 빛나는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을진대, 나는 가족과 친척네만 갔다 하면 집에 가자고 마구 졸라댔다. 방에서 차분히 있는 성격도 아닌 녀석이 어디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집에 가자- 집에 가아아아자-

라고 옹알이를 해대니 부모님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어렷을 적부터 낯을 많이 가려서 처음 보는 이를 잘 대해지 못하였고, 전에 허물없이 지내다가 오랜만에 보기라도 하면 이를 어떻게 대하여 할지 당황하곤, 그 쪽에서 별 반응이 없으면 전에 기억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처음 본다는 듯 뚱하게 있곤 했다. 완전 소심. 그것은 지금까지도 경향중인 것인데, 그래도 많이 나아진거다. 그렇게도 낯을 가려서 친척집이든 어디든 잘 놀러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집에 조용히 있지도 않고 혼자서 잘 놀았다.

혼자서 요리를 해보겠다고 별 이상한 것을 다 만들어보기도 했고
(평범한 것은 싫었던지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특이한 것들)
몇 시간동안 악보를 펼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어느날은 계속 그림만 그리고
어느날은 혼자 나가서 소꼽장난을 하고
어느날은 동네에 난 무를 찾아서 그 줄기만 뽑아먹고 다니고
강아지풀만 가지고도 하루종일 잘 놀고

그러면서도 혼자 노는 기분이 안들었던 것은 항상 한번 했던 것은 다시 잘 안하려 했고, 홀로 다중인격을 만들어 대화했으니 이를테면 이렇다.

‘오늘은 무엇무엇을 만들어보겠어요’
‘어머어머- 정말 흥미진진하겠네요’
‘그렇죠! 짜잔! 완성입니다!’
‘정말 당신은 세기의 천재가 따로 없는게 분명해요!’

라는 식으로.
자폐적이라고는 말아주길.
나는 그래도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우 긍정적이고 밝은 아이다. 놀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노는것도 좋아서 이렇게 놀아왔던 것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부터 나만의 시간은 매우 줄었다. 아니 없어졌으며, 시간이 있어도 더이상 그렇게 놀지 않았다. 한 학년이 4반까지 밖에 없는 조그만 중학교에 갔으니 초등학교때보다 성적이 조금 좋게 나왔고, 집에서 거는 기대는 컸다. 거의 그 시절, 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빡쎈 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그다지 욕망 없던 내게, 계속 야망이라는 것을 갖도록 만들었다.

너는 머리가 좋은 녀석이야. 좀만 하면 너도 전주로 고등학교를 갈 수 있어!
전주로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 서울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야!

고등학교를 전주로 가고, 대학교를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학교때 부터 공부하는 것도 늦은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 공부! 어이없게도 제일 내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그 학원이었다. 일명 부안군의 1등짜리들만 모아두었다는 그 학원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학생들을 공부시켰는데 그것을 포섭에 대한 환상과 배제에 대한 공포로도 부를 수도 있겠다. 잘하는 아이는 감싸쥐고, 못하는 아이는 때리고, 무한 푸쉬업. 그래도 안되면 내쫓기까지 한 그 학원은 정말 대단했다. 아이들은 모두 여기서 쫓겨나면 고등학교를 제대로 못가고, 대학교를 제대로 못가는 거야. 라는 생각으로 RPG 게임 속 캐릭터가 레벨업을 위한 노가다 몸부림을 하는 것처럼 공부를 했다. 그래도 제 때 집에 보내주기만 했다면 결코 집에서 책을 펴는 습관이 없던 나는 그 물결속에 파묻혀 있지 않았을 텐데, 거기선 밤까지 자율학습을 시켰다. 요즘에는 흔한 풍경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때 내 기억에 시골의 중학생들이 어느 학원에서 밤까지 자율 아닌 자율학습을 한다는 것은 꽤 이색적인 풍경으로 비춰진 것 같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A반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잘하는데 좀 부진한 아이들에게 B반으로 내려가고 싶어? 라고 말하고 나면 아이들은 눈물을 떨구면서도 그 학원을 다니길 고집했다. 아주 단순한 운영방식이지만, 효과는 최고(?)였던 듯 싶다. 정말 각 중학교의 상위권을 모두 그 학원이 휩쓸었다 시피 했으므로…

이제 판타지 소설을 읽고,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는 시간으로 내 여가시간은 채워졌다. 주말이 아닌 평일엔 언제나 집에 돌아오면 밤이었으니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 학원은 계속 되고, 결석을 할 때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퇴출이라는 협박에 못이겨 꼬박꼬박 나가긴 했으나, 그래도 한계가 있는 법. 수많은 시간을 다 잡아두기는 에어콘 전기세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았던 것 같다.

그 어느 여름방학의 낮.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

커튼 사이로 뜨거운 했빛
달달거리는 선풍기
집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모든 방문은 열려 있었다.

어디서 이 상황을 겪은 것 같은데 하는 데자뷰와 함께 컴퓨터 게임을 일시중지  하고 집안을 우왕좌왕했다.

뭘 하지? 뭘 해야 하지?

떠오른 물음이 낯설지가 않았다.
한낮의 시간에 나 홀로 있는 것. 그냥 앉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으려 했던 초등학교 낮의 물음들. 그 뒤로 무슨 일을 꾸며내든 혼자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던 것이었다.

나는 누나방을 뒤적였다. 명곡앨범들 뒤로 Hanson 이라는 앨범이 있었다. 언젠가 큰 누나와 작은 누나가 바람난 듯 나갔다가 사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때 버림받았던 나는 대단한 것이 돌아오길 기대하였으나 기껏 온 것이 음악 CD 한 장이었으니,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누나들도 그리 틀은 적이 없었다. 혼자놀기 법칙의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그것을 틀어보았다. 뭔가 낯선 음악일것이다 라고 생각했으나, 익숙한 리듬의 MMMBop이 흘러나왔다. 별 음악을 취미로 삼지도 않던 내게도 익숙했으니 그때 Hanson의 인기는 대단했나보다.

익숙한 리듬이 나오니 신났다. 신나서 열려있던 모든 방문을 모두 다 더 활짝 열어 제끼고, 음악소리를 최대로 크게 틀어두었다. 그리고 열무 비빔면을 끓였던 것 같다. 그때 내겐 너무 너무 매웠던 열무 비빔면을 거실 한바닥에 앉아서 먹고, Hanson 의 MMMbop은 집안 전체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 어느땐가, 누나들이 사서 모으는 유행가 악보 ‘PEACE’를 방바닥에 깔아두고, 50장 정도 되는 그것을 모두 크게 노래불렀던 때. 마치 가수가 된 마냥, 콘서트를 벌이고 있다는 느낌으로 혼자 맞장구 치고 놀던 그때가 떠오르고 나서야 나는 내가 느낀 데자뷰가 무엇이던지 깨달았다.

내 기억속에 최초로 추억이라는 것을 잡으려 했던 그 때.
처음으로  ‘그 때는 그랬는데’ 라고 읊조렸던 그 때.

에어콘도 없이 달달거리는 선풍기 하나가 있었건만
서늘한 기운속에 쇼크를 주는 매운 비빔면의 맛.

Hanson의 MMMbop이 지금까지 내게 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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