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수급인정을 위한 방문일이어서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공덕으로 향했다가, 저녁약속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는데 – 오랜만에(?) 외출도 했겠다, 시나리오 쓰는 과제도 마감이 다가오는 지라, 집에 안들어가고 어디 까페같은 데서 과제나 해야겠다 싶었다. 공덕이면- DMC랑도 그리 멀지 않으니깐, 얘기만 많이 듣고 아직 한번도 못 가본 한국영상자료원에 가야지 싶었다. DMC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DMC를 조금 돌아다녀보는데- 뭔가 서울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 하면 좁은 도로에 복작복작하고, 대로를 조금만 돌면 비좁은 거리에 뭔가 다닥다닥 주택과 차들과 언덕들이 늘어서는 게 일상인데 (사실 서울 전체라기 보다는 강북쪽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듯)- 여긴 경기도 신도시처럼 길도 널찍널찍하고, 차 없는 거리인건지, 차도 안다니고 건물이고 뭐고 모두 다 신축으로만 늘어섰다. 주변을 다니는 분들도 나이드신 분은 정말 드물고, 거의 3-40대에 집중되어 있는.
이 인공적인 첨단의 마을은 그래서 사람들이 두루두루 거리에 나와 얘기하고 있어도 거리가 시끄럽지 않고, 뭔가 텅~ 하니 조용하다. 마치 사람보다 마을 전체가 어떤 기운을 내뿜는 것 처럼. 그런데 그게 괴기스럽거나, 싫은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훗? 난 차가운 도시남자?!)
조금 결과론적 의미부여로, DMC 라는 곳이 단순히 기업체의 묶음이 아닌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들의 일터여서 그렇지 않겠느냐는, 그리고 내가 꽤나 동경하는 그런 곳이어서 그렇게 느꼈나 싶다.
암튼, 지나다니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 영상자료원에서 시나리오을 쓰고,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한편보고, 저녁에는 쿠아레라는 까페에서 다큐멘터리도 한편 봤다.
오전에 실업급여 신청 관련 일도 했으니 – 꽤나 많은 걸 한 오늘이었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