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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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단국대 지원서류를 다 써두었다. 이제 이번 주말에 있을 영어시험만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는데, 유형 및 기출문제에 관련 정보가  없어서 어떻게 대비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해리포터 책을 심심풀이로 읽으면서 영어 멀미 증상을 조금 완화시켜볼까 하는데 어떤 유형으로 나와줄지.

오늘 성대에 갈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모교를 찾았다. 캠퍼스 부지가 건국대 호수에 빠질수도 있다는 아담함에 번지르르 건물들이 들어서서 내가 지난번에 멋대가리 없는 캠퍼스라고 하긴 했지만, 가을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유독히 많아서 길 곳곳에 색깔을 내주고, 특히나 성균관 유적에는 정말 오래된 은행나무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지라… 제법 운치가 난다.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아서, 학교 곳곳을 돌아다녀봤는데… 건물을 통채로 새로 짓거나 한 곳은 없고, 조금씩 유지보수를 해뒀는데 – 아무튼 겉 모습은 거의 이전과 흡사하다. 학교식당과 까페가 바뀐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는듯. 뭐 오랜만에 학교를 찾긴 했지만- 몇십년만에 찾고 그 정도는 아니고 한 6-7년 만에 찾은 정도니깐.

게시판 등에 붙어있는 대자보들을 유심히 봤는데, 국정교과서 비판 대자보가 꽤나 많았다. 인상깊은 것은 내 재학시절에는 대자보를 내더라도 개인 명의로는 감히 생각을 못해보고, 과학생회/단대학생회/동아리 등의 단위별로 대자보를 내곤 했는데- 국정교과서 관련으로 15학번 새내기까지 개인 명의로 붙어있는 대자보들이 꽤나 많았다. 갈기갈기 휘갈겨쓴 매직글씨부터, 풍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고.  학생회 등의 단위별로 입장을 통일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학생회가 다들 무너진 것일까, 그냥 세태가 바뀐 것일까, 국정교과서 이슈에는 개인별로 입장을 내는 게 트렌드 처럼 된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이전의 학생회 대자보들이 일정의 형식을 갖고 있었기에 조금 천편일률적인 면모가 있긴 했지만… 각 개인이 저렇게 대자보를 하나씩 붙여내버린다면- 게시판이 모자랄텐데… 공공재로서의 게시판 활용에 관한 것도 고민해봐야되지 않나?!

그런데 내가 그런 꼰대심을 발휘한 의문을 제기해선 안되지. 재학시절에 우리 동아리는 새내기 공개모집 시즌에 대자보 물량공세가 주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이름인지라, 우린 노오오오오력 없이는 문닫는다… 는 사명감으로, 모집시즌에 대자보 적어도 20장, 작은 홍보물 100장, 띠자보 20장 정도를 집중 다량 살포했다. 별 내용도 없는 노동문제연구회 새내기 공개모집! 뭐 이런 걸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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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대자보를 써서 걸은 적도 있었다. 저기 사진은- 당시 후배였던 새내기의 사진을 붙여놓고 저런 만행을 저질렀더니, 문제의 저 새내기가 삐져버렸지만… 그래도 난 꿋꿋이 대자보를 붙였다.  그래서 동아리 3대 고집이라는 화려한 칭호를 얻은 걸까…

암튼, 그렇고… 총학생회 선거도 진행중인지 선거 대자보도 붙어있는 걸 구경하기도 하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학내 까페에서 책을 좀 읽다가 약속 시간이 되서 학교를 나섰다. 그래도 모교라고 걸음에 거침이 없고, 곳곳의 공간에 기억들이 서려있다… 저번달에 몇번 산책했던 연대는… 지나다니면서도… 뭔가 위축이 되었었는데…

학교 발전 이런 것에는 크게 관심없지만, 이 공간에 학교가 계속 있어주면, 나로서는 추억과 함께하는 산책(꼰대심까지 동반한)을 하기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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