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와 영희는 연인이다. 연인이라는 말은 참 이상한 게 관계를 지칭하는 것도 같고, 상대방을 지칭하기도 한다. 철수는 연인이기 때문에 영희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고, 사실은 그게 아니고 철수는 단지 영희와 ‘연인관계’ 만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다. 대게 철수는 영희 전체가 아닌 ‘연인관계’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철수는 그렇게 두고 싶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철수는 끊임없이 영희를 소유하려 하고,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를 영원히 진행시키고자 한다.
무서운 진실은 ‘변치 않는 진실 하나는 변치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듯, 철수는 영희가 될 수 없고, 철수는 영희를 알 수 없고, 철수는 영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영희는 떠난다. 영희가 떠날수록 철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가 단지 ‘철수와 영희의 관계’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철수는 끊어진 ‘관계의 실’만을 손에 쥔 채 끊어진 이야기의 단힌 골목, 미로를 헤매인다.
골목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욕망을 버리는 것 뿐. 그러나 뻘건 벽돌 담장에 빽빽하게 솟아나는 나무들처럼 욕망은 쉽사리 빠져나오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각기 다른 모퉁이에 서있다. 욕망들에게 둘러쌓인 영희는 어떻게 할 지 모르겠고… 이 이상한 구도를 푸른 하늘이 깔깔대면서 웃어댄다.
** 중요한 이미지들 **
관계의 이미지들 : 단추, 골목골목 그리고 모퉁이, 빽빽하게 자란 나무 그리고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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