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3.] 산책와중

저번주는 무척 추웠다.
안이며 밖이며 추워서 –
이렇게 아쉽게도 가을이 가버리는가 싶더니만 –

다행히도 그건 겨울이 곧 오고있다는 경고였을 뿐.
금요일부터 날씨가 다시 풀려서 – 일요일인 오늘
완연한 가을날 – 이구나 – 하는 기분이 드는 날씨.

이미 어두워진 지금은 비가 조금 오다가 갰다.

토요일에 집밖에 한번도 안나기도 했고
오랜만에 글을 쓰는 셈치고 나가보자며
집을 나섰다가 – 날씨가 좋아 – 거리를 좀 걸었다 –

걷다가 에피소드가 하나 있기도 했는데
110 번 학교 근처 가로수 길을 걷는데
저만치 멀리 – 젊은이들이 오손도손 앉아있었고 나는 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을의 정취란 이런거야- 훗 –
이러면거 감성 풀풀 날리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애 하나가 한쪽에 종이랑 이것저것 파일철 같은 것을 얹히고서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뭐 그러든지 말던지, 난 아 여기 은행 건물은 참 화려하게도 지어놨군
아 저기 베란다는 조금 좁게 해둔 것 같은데
아 나무 크다
막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는데
그 여자애가 나를 다 지나치고는 – 뭔가 툭 하더니만
종이를 다 엎질러 버렸다.

내가 급하게 걸었던 것도 아니었고
내 앞에서 부딪친것도 아니었지만,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 봤더니
여자애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 나부랭이를 쳐다만 보고 있다.
종이나부랭이가 조금밖에 안되었으면 그냥 지나가겠지만 혼자 다급하게 줍기에는 널부러진 것들이 조금 많은 것 같아서
내가 챙겨서 주워주는데 – 그 여자애는 내가 줍는 걸 그대로 내려다보고만 있다.

뭐지? 여성을 우대하는 우즈벡 문화인가?
나는 이렇게 엎드려서 줍고 있는데 –
라고 기분나빠지면서도 그냥 주워서 줬는데 –
여자애가 웃으면서 뭐라뭐라 말을 건다.

순간적으로 –
유럽 관광지에서 봤던 사인하고 돈받는 그런 사기꾼?

뭐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냥 러시아어 몰라 이러고 돌아서는데
주어줬던 종이를 또 떨어트린다.

뭐 그러던지 말던지 다시 갈 길 가는데
앞 쪽에선, 벤치에 앉아있던 젊은이들이 전부 다 나를 쳐다보며 뭔가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냥 갔다…

좀 멀리 됐을 때는 뭐 없어진거 없나 확인도 하고
뒤를 돌아보니, 그 종이를 떨어트린 애는 벤치에 돌아가서 애들이랑 놀고 있었다..

뭐지, 가을의 정취를 방해받는데다가
뭔가 기분나쁘다.
생각해보면, 내 뒤쯤에서 내 가방에 부딪친것도 잘 이해안가는 상황이었다.
가방이 큰 것도 아니었고, 그 쪽도 그리 빠른 걸음으로 걷던 것도 아니었으니
부딪친것부터가 – 일부러 한 행동이었다…

뭐 친구가 되고 싶어했을 수도 있겠지만 –
떨어진 종이를 내가 다 주워줄때까지 그냥 내려다 쳐다보고만 있는…

그냥 외국인이니깐 신기했던건가?!
근데 그들이 과연 나를 외국인으로 봐줬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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