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습성을 보니 보통 연말연시에 일기를 참 많이 쓰더라.
반성, 성찰 그리고 새로운 각오들을 위해서 겠지.
일기를 많이 쓸스록-
뭐 이것저것 오만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쓰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현재 느끼는 것들을
지나치고 나면 – 나중에… 내가 그때 어떤 생각을, 느낌을 가졌었지 하고 궁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옳은 결론을, 마치 경전의 구절같은 것을 쓰면 재미없잖아.
때론 엉뚱한 소리도 좀 하고… 돌이켜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괴로워하는 모습도 좀 보여주고
그런 것들을 조금씩 이곳에 고이게 만드는 게…
나중…. 내 인생의 재산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네.
한참 전에 오천만원짜리 그리고 얼마전에 일억짜리 공모전 결과가 발표가 났고
예상했던대로 떨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뭔가를 응모한 기분은… 마치 로또를 사놓은 기분과 흡사한 것만 같아.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결과를 기다리는 무언가 있었는데
막상 결과가 나와버리면 – 내가 쥐고 있던 한 가닥 희망의 끝 같은 것을 강제로 빼앗겨버리는 느낌.
그 허망함을 감추기는 힘들군. 결과 발표 날이 특히나 그랬지만… 뭐 지금은 괜찮아.
왜냐면, 또 새로운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거거등!
아직 시놉까지는 못들어가고 대충… 생각나는데로 막 갈겨쓰면서 정리중이닷.
나름 재미가 있다.
저번 첫 장편은…”멋진 한 세상”은
뭔가 내가 예전부터, 내 안에 담겨있던 어떤 미해결의 문제같은 것이 있었지.
그래서 다른 걸 쓰려고 해도… 꼭 그걸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내 안의 당위 같은 게 먼저 작동을 했었어.
자기 안에서 나오는 글은-
어던 것이라도, 나를 반영하나봐. 내 안의 문제를, 나의 트라우마를, 나의 관점을.
제주도에 있을 때 습작겸… 단편소설을 세편 정도 썼었는데
시작할 때는 단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을 뿐이고
뭔가 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내 이야기를 쓰겠다 이런 게 없었는데
써놓고 보니…. 다 내 이야기더군!
(사건 자체가 같았다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이나 캐릭터 성격같은게)
암튼… 그런 것 같은데
“멋진 한 세상” 은 온통 내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 투성이였어.
써야 한다는 당위는 내 속에서 넘쳐 흐르는데
새로운 것도 없고, 별로 쓰는게 재미도 없더군.
어서… 어서…. 이것 좀 끝내자 하는 목표로만 끝까지 밀어부쳤던 것 같아.
그런데… 이번 것은 아직까지는 조금(?) 재미난 것 같아.
역시나 캐릭터들이 나를, 나의 특이성을 닮아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새로운것들,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들, 잘 모르는 생소한 것들을 쏙쏙 집어넣었거든.
저번 “멋진 한 세상” 을 쓰면서는…. 이 영화를 내가 직접 만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들 것 같다…. 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것은…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물론… 이번것은 이제 시작단계라… 구상단계라 여러모로 가능성들을 모조리 열어놓고 있는 거고
가지를 쳐내기 시작하면. 더 딱딱해질지 모르지.
그리고 구상단계가 가장 재미난 단계이기도 하고 말이야.
어쨌든 새로 장편 시나리오를 시작했어.
이번것 역시 2013년 초에 있을 시나리오 공모전을 목표로 하긴 하는데…..
지금 구상해놓은 덩어리를 보니깐…. 참 공모전에 제출하기에는 적합치 않은 것 같아…
왜냐면…. 2013년 초에 있는 공모전은 좀 대중적이고 장르적인 공모전인데
지금 구상하고 있는 덩어리는………. 뭐랄까……..
이상해, 특이해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엄청 야해 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래도 데드라인 시점이 있어야…
나는 하니깐. 그걸 바라보고 해보겠어-
PS: 일기를 첫 문장을 쓸 때는 안철수 및 정치 이야기도 좀 해볼까 했는데…. 시나리오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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