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DJ’s MUSIC

2011년은 2월부터 쭈욱- 우즈벡에 있었지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DJ’s Music 은 계속된다!
2011년은 올해 바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앨범들을 많이 들은 편이었는데, 이유는 정말 기대하던 앨범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루시드폴 2년만에 새 앨범, 검정치마 3년만에 새 앨범, 허클베리핀, 이승열 4년만에 새 앨범까지는 그래도 양반이다.
델리스파이스가 5년만에 새 앨범을 냈고, 라이너스의 담요는 10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내지 않았던가. 덧붙여 10cm와 옥상달빛의 첫 정규앨범도 나를 얼마나 흐뭇하게 했던지 말이다.
쏟아져나오는 새 앨범들 덕분에 원래 갖고 있던 못 들어본 앨범들을 들어볼 기회가 좀 적은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안 들은 것도 아니다. 음악이라는 게 유행이라는 게 있을리 있나. 그냥 나랑 맞으면, 좋으면 듣는거지. 암튼 2011년 DJ’s Music을 해보자! Ketdik!

* 10cm – 1.0
Ep 앨범 초창기부터 좋아했던 10cm. 정규앨범을 기다렸던 밴드중의 하나였다. 결국은 나와주었고, 들어주었지. Ep 앨범에서 “눈이오네” 와 “새벽 4시”와 같은 허스키하면서 내지르는 목소리로 쓸쓸한 노래를 하는 게 내 가슴에 콕콕 박혔었지. 정규앨범은 그런데 Ep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좀 더 밝아졌고, 어쩌면 조금은 더 대중적이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정규앨범보다는 Ep앨범의 느낌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음악, 즐거운 앨범이었다. 마치 멜로디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 나윤선 6 – Voyage

우즈벡에 와서 현지합숙훈련을 하던 중 들었던 앨범이다. 그때는 웬일인지 새 앨범은 잘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예전에 들었던 것을 많이 들었다. 혹은 귀에 익은 목소리를 주로 들었다고나 할까. 이때 특히나 “가을방학”과 “생각의 여름”을 많이도 들었는데, 너무 반복해 들어서 지겨워질 때쯤 한번씩 뒤적거리다가 틀었던 나윤선 앨범이 갑자기 좋아졌다. 참 특이하다. 나윤선의 이 앨범을 처음 받아서 들을때는 노래는 좋은데, 듣기가 좀 힘겹고, 잘 들어지지가 않더니만, 이때 들을때는 우와- 우와- 하면서 가슴 졸일 정도로 좋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이때는 겨울이어서 그런지, 내 기분탓인지. 상황탓인지… 외국이어서 조금은 이국적인 나윤선이 잘 맞아 떨어졌던지, 어떤지. 어쨌든.

* 이바디 1 – Story of Us

동기들과 수다를 떨거나, 술을 먹거나 언제부턴가 배경음으로 깔리던 음악이 뭐지? 이바디가 뭐지?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데? 했는데. 클래지콰이로 활동했던 호란이 결성한 밴드인지는 나중에야 알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기타소리, 북소리(젬베인가?)… 참 편안히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 옥상달빛 1 – 28

옥상달빛은 정규가 나온 지 모르고 있던지라, 2011년 초여름 쯤에 들었다. 우즈벡에 와서 이제 내가 거주할 집을 구하고 생활하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어찌보면 밴드의 성향 및 앨범의 분위기와 노래 들었던 시기들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자립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 우즈벡에 와서 움을 트려는 나. 어겨맞추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ㅎㅎ 어쨌든 옥상달빛은 내 세대의 이야기를 진실된 고민으로 해주어서, 들을때마다 위로도 되고, 힘도 나고 어찌보면 내 세대의 고민을 누군가 노래로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그런 밴드이다. 전체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앙증맞을 정도로 상큼발랄하고, 둘의 목소리 화음도 얼마나 잘 맞는지 말이다. 초여름에 주로 듣긴 했지만, 이후로도 구미가 당길 때마다 자주 들었던 것 같다.

* 시와무지개 2 – 우리 모두는 혼자

벌써 2집이라는데 시와의 팬을 자청하면서도 이런 프로젝트 밴드 혹은 앨범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와의 단독 앨범이 아닌지라, 시와의 앨범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Rainbow99 라는 밴드와 협연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일렉트로닉 계열이랄까 그 연주가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 계열 연주를 그리 즐겨듣는 타입이 아니었던 지라 몇 번을 듣다가 중단하고, 중단하고 그랬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시와의 보컬이 강조된 “고개를 들어봐” 라는 노래가 귀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앨범 전체가 다 좋아져버렸다. “고개를 들어봐” 라는 열쇠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이 앨범중에 그래도 역시 “고개를 들어봐”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밤에 누군가 홀로 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 그런 영상과 “고개를 들어봐”를 한번 매치시켜 보고만 싶다.

* Jack Johnson – Sleep Through the Static

더운 여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우즈벡의 여름은 꽤나 마르고, 길었다. 우선 해가 길었고, 거의 비 한방울 안 오는 타는 여름이었고, 햇빛은 정말 피부를 찌를듯이 쨍쨍하기만 했다. 처음맞는 날씨들이었고, 우즈벡엔 바다도 없고 말이다. 뭐 그냥 집에 있는 게 최고의 휴양이랄까. 그래도 가만 있을리 없으니 동기들과 여기저가 나다니기도 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고, 나다니고 그러는 사이사이에 들었던 편안한 음악이 Jack Johnson 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Jack Johnson은 하와이 출신의 음악가로 편안한 음악을 추구한다던가. 역시 뭔가 미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ㅎ

* 허클베리핀 5 – 까만 타이거

정말 날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던 앨범이었다. 출시설이 없었다면 모를까 거의 2010년 가을부터 새 앨범 출시설이 모락모락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어떤 가수의 팬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하는 밴드 중 하나였다. 지금껏 나온 그들의 모든 앨범을 사랑했다. 밴드의 모든 멤버들을 좋아했고, 공연을 수차례 따라나가 보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의 앨범이 나와주었다. 정말 수많은 기대와 함께 들었던 새 앨범. 그런데 어랏? 해진다. 분명 앨범은 훌륭한 것 같다. 흠잡을 곳이 별로 없고, 매력적인 곡도 몇몇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잘 안들어진다. 내 스스로 막 찾게되고 그렇지 않는다. 좋아하는 밴드의 새 앨범이니까 들어봐야지, 들어봐야지가 계속 간다. 한 앨범을 좋아하게 되면 내 몸이 그 앨범을 자동적으로 찾게 되던데… 이번 앨범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Rock을 즐기지 않는 나이가 된 건지. 허클베리핀의 이번 앨범이 나랑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었던지. 뭐 그런것까지 골치아프게 싸맬 필요는 없다. 음악은 즐기는 건데 뭐. 다른 맞는 음악 찾아나서면 되지 뭐.

* Jason Mraz – Mr. A-Z

Mraz의 몇몇 곡을 좋아하기도 했고, 앨범을 한 두번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한 앨범을 집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건 일부러 한번 들어보려고 mp3에 넣고 다녔다. 역시 시원시원 나불대는 느낌이 좋고, 신난다. 그런데 역시 외국곡은 가사가 뭔 말인지를 몰라서 그런지 한국노래보다 쉽게 가슴에 팍! 꽂히지는 않는 것 같다. 앨범과 가수의 느낌은 알겠는데, 뭔가 동질감을 느끼거나 그런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느낌은 그 가수와, 그 앨범과 동질감 비스무레한 것을 느끼면서 함께 노래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때이기 때문. 노래도 좋고, 신나긴 한데… 말이지. 영어공부라도 열심히 해보면 나아질까? ㅋㅋㅋ

* 검정치마 2 – Don’t You Warry Baby (I’m Only Swimming)

솔직히 아무리 좋아하는 밴드의 앨범이어도 나는! 한번만 듣고 우와, 좋다 이러기는 쉽지 않은데, 검정치마의 새 앨범은 달랐다. 오랜만에 듣는 이 뺀질뺀질한 목소리가 얼마나 달작지근한지 말이다. 검정치마의 노래는 뭔가 우수꽝스럽게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같이 무언가 딱딱한 것들을 비웃어 제끼면서 함께 키득키득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음악이 쏘-쿨! 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고, 마치 블랙코메디 같다. 파고 들어가다보면 여기랑도 끼워맞춰지고, 저기랑도 끼워맞춰지고… 의미의 다층적인 것 같다. 그것은 이리 비벼꼬고, 저리 비벼꼬느라 머리를 굴린 것 보다는 원래 갖고 있는 센쓰로 잔머리를 굴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앨범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젊은 우리 사랑” 에서는 꽤나 애틋하단 말이지. 암튼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다. 우선 앨범이 훌륭했던 것 같다!

* 라이너스의 담요 1 – Show Me Love

꽤나 익숙한 이름인데 이제 첫 정규앨범이 나왔다. 그것도 10년만에. 그렇다고 내가 10년동안 기다려왔던 것은 아니다. 그냥 싸이월드 무슨무슨 클럽 같은데서 BGM으로 되있는 것을 가끔 우연히 들었을 뿐이고, 하드디스크 있는 몇몇 싱글앨범도 가끔 우연히 들었던 것 같다. 암튼 10년만에 정규를 냈다던데 한번! 하면서 들었고, 상큼하고 발랄하고 시원시원했다. 마치 한 잔의 시원한 아이스티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너무 스위티한걸 들으면 금방 질리는 타입인데 라이너스의 담요는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달콤하게 굴러오는 멜로디가 편안하게 했다.

* 델리 스파이스 7 –  Open Your Eys

하이에나처럼 음원 사이트들을 뒤지고 있던 사이에 우연히 발견한 신보소식이었다. 나는 거의 얘네 해체했나? 라고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특히나 델리스파이스 아닌가? 내가 정말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완전 빠돌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근접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있는 델리스파이스. 그것도 이게 몇 년만인지 말이다. 5년만, 5년만이었다. 암튼 수 많은 기대를 품고 들어보았다. 보컬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얹히는 그런 아련한 매력. 여전하다. 아, 오랜만에 접신(?)하는 구나…. 아아~ 그런데 몇몇 좋은 곡들이 있긴 했지만, 5년만의 결과물 치고는 조금 섭섭한 것들이 있었다. 앨범이 물이 졸졸졸 흐르듯 흘러가지가 않고, 좀 끊긴다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앨범 전체가 주는 느낌이랄지 냄새(?)랄지 이런게 별로 없다. 특히 타이틀곡은 그냥 너무 평범했고, 약간은 유치하기까지 했다. 전의 델리스파이스이기보다 마치 TOY의 앨범에 있있어 어울릴 것 같은 타이틀곡이었다. 분명 좋은 곡. 몇 개가 있었지만은 앨범 자체가 나를 끌어당기는 맛이 별로 없었다. 보통 다른 가수의 앨범이었더라면 이런 느낌 안가졌었을텐데 기대하고 기대하던 델리스파이스의 새 앨범인지라 기대도 컸었나 보다. 그런가보다.
* 이승열 3 – Why we fail

허클베리핀과 델리스파이스의 아쉬운 귀환 후, 찾아오신 이승열 아저씨. 이승열은 정말 새 앨범 안낼 줄 알았다. 전 앨범을 낸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뭔가 잠잠히 계셔서 그냥 거의 반은퇴하신 줄 알았다. (죄송 ㅠ)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승열 아저씨의 새 앨범이 나와있었고, 가을녘에 주로 들었다. 근데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한 길을 걸어가는 꿋꿋함이 이런 데서 역량으로 발휘되는 구나. 음악을 그냥그냥 즐기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잘하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라는 것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노래부르는 것 같은 느낌. 연륜이라는 것에서 오는 성과물의 차이는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정말 오랫동안 음악하시는 분들이 다 이의 경우과 비슷하진 않아 이승열 아저씨의 이번 앨범은 더욱 값진 것 같다. 때로 관록있다는 가수들도 관성화된 노래를 부르고, 조금 먹힐 것 같은 곡을 보란듯이 내놓고, 아니면 그것을 우회하려고 새로운 시도라고 이것저것 조합해보려는 등 꼼수를 쓰곤 하는데 이승열은 그대로 정면돌파하면서 보란듯이 너무도 명반을 만들어 낸 듯. 그 꿋꿋한 매력. 내 중년의 아이돌이랄까. ㅋㅋ

* 타바코 쥬스 1 –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봤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원래 잘 알고 있던 밴드였고, 조금 생소한 타바코 쥬스가 아니 궁금해질 수 없었다. 컴퓨터에 있는 줄 알았는데, “타카피”와 헤깔렸던 것이다. 한국의 아는 누님께 구걸해서 받아냈다. 다큐의 권기욱 보컬이 얘기하던 “내가 어제 나루토를 봤는데, 정말 열심히 안 하면 안될 것 같더라구. 그런데 우린 열심히 안하잖아. 그래서 우린 안될꺼야.” 라는 자학 3단 논법은 이미 인터넷에서 봤던 것이었다. 열심히 해도 안 될판에 한량 찌질이짓을 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하면서 호기심에 틀어보았던 음악이었다. 사실 다큐에서 워낙 찌질하게 나왔기에 조금 깔보면서 들어봤는데, 어랏? 좋네, 그것도 상당히 좋네! 싶었다. 맨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술병으로 앓아눕던 보컬 권기욱의 내지름도 시원시원하면서 뭔가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비릿함도 있고 말이다. 멜로디는 신나고 신나면서, 뭔가 애틋하게 구는 구석이 있다. 서글픈 현실에서 나 자신이 찌질해서 더 슬프고, 그렇다고 간지 안나게 징징 울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이래저래 막 노래하는 애들 같았다. 역설적으로 굉장히 한국적인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도 순하게도 이것저것 아프게 하는 것들에게 적의를 드러내지를 않고, 나 아퍼서 노래한다, 저기 나 처럼 아픈 사람도 징징짜더라 이렇게 군다. 꼭 순한 강아지들(?) 같기도 하다. 주인이 괴롭히는데 주인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귀여움 못 떠는 내 탓이지 뭐. 어익후 신나게 한번 짖어보자 하는 것 같다. 암튼 말이 길어졌는데 암튼 이래저래 의외로 너무 좋은 노래들로 꽉꽉 차 있어서, 꽤나 오랫동안 들은 앨범이기도 하다. 아직 2집을 안 들어봤는데 시일내에 구해서 들어보리라.

* 시와 2 – Down To Earth

내 또 다른 기대주였던 시와다. 첫 노래에 별 다른 전주없이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지는데, 아~~~ 이거야~~~. 시와의 이 울리는 목소리. 가끔씩 침 섞인 목소리. 하악하악~ 정규 2집. 1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데 어찌보면 조금 세련되진 것도 같고, 그래서 더 좋은면도,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1집과는 다른 특색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2집이었는데….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고 하면… 앞에 이야기와는 별개로… 곡 수가 너무 적어요!! 정규라고 해서 꽉꽉 들어차 있는 앨범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곡 수가 적으니 이제 배부르려던 참이었는데, 쩝 하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 암튼 이것은 내 팬심 때문에 비롯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노래들은 좋았다.

* Lucid Fall 5 – 아름다운 날들

2011년은 시와의 앨범이 마지막일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갑자기 혜성처럼(?: 나에겐 혜성처럼이었음) 새 정규앨범을 발표한 루시드 폴. 루시드 폴은 어찌된게 매년 DJ’s Music의 한 자리를 꿰 차는군.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난 이미 루시드 폴 팬이 됐나보다. 처음에 다른 작업들을 하면서 BGM 으로 한답시고 틀었을때는, 곡들이 다 똑 같은 것만 같더니만 주의깊게 들어보니 곡 마다 특색이 다 있고, 또 다른 느낌의 루시드 폴 앨범이었다. 전의 앨범보다 한결 성숙했다는 느낌이었다. 전 앨범들이 뭔가 다들 나름의 컨셉을 쥐어잡고 있으면서 그 분위기에 맞춰 아슬아슬 흘러갔다 치면, 이 앨범에는 앨범의 컨셉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전의 것들이 고국에 대한 향수, 사랑 감정 그리고 외로움, 감정이입해보기 등등의 컨셉으로 단색이 칠해져 있었다라면 이번 앨범의 색이 더 다채로운 것 같다는 이야기. 뭔가 소년스러움을 벗고, 푸근한 아저씨가 되어서 돌아온 것 같았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눈이 내린다” 에서 혼자 흥얼거리고 있는 루시드 폴을 상상하면 마음이 다 푸근해진다.

전 연도에 비해 들은 앨범의 수가 그리 많지만은 않다. 외국에 있는 탓도 있는 것 같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고, 산책을 오랫동안 다니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고, 혼자 다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것도 같다. 앨범의 수가 많든 적든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아, 지난 2011년도 음악과 함께 지내왔구나 싶어진다. 2012년은 또 어떤 음악과 함께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기대하다 보니 앞으로 올 2012년도 그리 두렵지만은 않구나!

마지막으로 약간의 보너스로, 다른 음악 전문 웹진 같은 데서 하듯이 올해 들었던 앨범 중에 베스트 앨범을 하나 뽑으라면…. 사실 말하기 전에 너무 부담스럽긴 한 것이 내 주제에, 뭐 그런 것도 있고, 나는 뭐 귀에 들어오면 듣는거고 딱히 음악을 분석하고, 비평하면서 듣는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그냥 장난 반으로 하나 뽑으라면… 이 글을 쭉 읽으신 분들이라면 예상할 수 있듯이 이승열의 – Why we fail 을 뽑겠다.

그럼 2011 진짜로 안녕 !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