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봉쇄” 였다.
청계광장 쪽으로는 단 한 사람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전경버스 사이사이 틈새에도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지하철 역 입구, 인도 할 것 없이 모두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을지로입구역에
자전거를 받히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우연히 상복입은 유족들을 만났다.
그들을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빙빙 돌아 어느새 종로 2가였다.
유족들을 따르는 행렬은 대략 10명 정도나 됫었던 것 같고
종로 2가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대략 200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원청봉쇄에 막혀
비밀리에 종로2가에 모인 것 같았다.
종로 2가에서도 경찰들은 횡단보도와 인도를 막고 있었다.
사람들이 경찰들을 피해
겨우 도로로 진입하기 시작하였을 때
게임 동영상 인 것처럼
영화인 것처럼
시커먼 것들이 불쑥 불쑥 나타나
사람들을 겨누고
색소총을 쏘아댔다.
바로 이어지는 것이 검거조였다.
경찰들은 도로 위의 사람들을 무작정 뒤쫓고, 잡아채려고 했다.
누군가의 패딩모자가 어느 경찰의 손 끝에 만져졌다가 달아나는 풍경도 있었다.
그 순간이
정말, 솔직히 너무나도 공포스러웠다.
마치 그들은 FPS 게임의 캐릭터처럼 불쑥 나타나서 사람들을 겨누고
뒤쫓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여기저기로 도망치고…
사람들은 쫓던 경찰들은 한데 모여 짐승의 그것같은 고함을 지르고
사람들은 분노와 두려움을 동시에 달래며
색소를 닦아내야만 했다.
그리고…
경찰을 피해 종로와 을지로를 빙빙 돌아
퇴계로에서 사람들이 겨우 모였을 때..
그때 인원이 대강 500명이나 될까…
인도에서 겨우 도로로 나왔을 때
전속력으로 무리지어 뒤쫓아오는 경찰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자전거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도
경찰들과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을 만큼
그들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집회대오보다 몇배는 많은 그 시커먼 것들이
도로를 모두 메운채 뒤를 바짝 쫓고 있었고
뒤쳐지는 몇몇 사람들은
바로 경찰들에 의해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살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설마 이렇게 잔인할줄은 몰랐다.
나는 자전거를 탔기에 그나마 안전한 축이었지만
경찰들이 그렇게 시민들을 다룰 줄을 몰랐다.
우린 너무 순진했다.
예전에 온갖 돌맹이와 물대포를 주고받던 때도
방패로 찍고, 발길질을 했던 때도
이렇게 공포스럽진 않았다.
그 시절 경찰은
저지선을 지키려는, 일종의 방어전선이었다.
시민들은 경찰들의 방어전선 틈새로 이리저리 진격로를 살피려 하다 안되면
도로 위에서 우리의 요구를 외쳤다. 그들이 보란 듯이..
그런데 오늘의 경찰들은
도로 위에 올라온 자들은
단 한명도 용납할 수 없다는
완벽한 검거작전이었다.
영화인것처럼
FPS 게임인것처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것처럼
사람들을 몰아 붙이고, 연행하기 위한
최선의 몸짓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집회가 끝나면
그래도 뭔가 내가 시민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처참히 뭉개졌다.
시민으로서의 나의 자존심을 뭉개고
두려움에 떨게했다.
집에 돌아갈 때
일렬로 선 경찰들 옆을 지나는데
그들이
색소총을 쏠 때처럼
퇴계로에서 전속력으로 쫓아 올 때처럼
나를 잡아채고
바닥에 뭉개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했다.
잊혀지지 않을, 오늘의 풍경들.
서울 한 복판에 경찰들이 나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잡아채려고 하고
사람들은 도망가야만 했고
…
그들은 80년대 액션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우린 오늘 너무 순진했다.
지난 평화로웠던, 그나마 인권보장의 목소리라도 낼 수 있었던 시절(상대적으로)의
연장선에 있는 하루겠지 라고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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