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24.] 나의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1학년 담임 선생님] 뿌연 이미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젊으신 여자선생님이었고, 괜찮은 선생님이었다는 뿌연 이미지만 남아있다. 나는 선생님의 말에 꽤 굉장히 집중하여 들었던 것 같다.

[2학년 담임 선생님] 권태롭고 뿌연 이미지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은 조금 나이가 드신 남자선생님이었는데, 그 분이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선생님은 가끔 시덥지 않은 잡담같은 것으로 시간을 때웠는데… 그리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리 신선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권태로운 선생님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 ‘어떤 순간’은 선생님이 구구단을 매일 대략 2명 정도 아이를 랜덤으로 시키곤 했던 것. 나는 그때 4단, 6단 등을 잘 못외어서 매일 심장을 벌렁벌렁~ 하게 만들었다.

[3학년 담임 선생님] 몇 가지 좋지 않은 기억들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은 내게 굉장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인데 맨날 숙제도 수업시간에 몰래 하고, 이것저것 잡스런 장난도 치고 그런 아이었던 게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크게 잘못한 것은 없었는데, 담임은 날 그리 좋아하질 않았다. 그녀가 보기엔 내가 너무 뺀질거려 보였나 보다. 나 말고, 1등을 자주 하던 아이는 나와 달리 공부도 잘 하는데, 착하기까지 한 뭐 그런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담임은 그 아이를 유독 편애했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 1등짜리 모범생이 어느 날 청소시간에 운동장에서 뭔가를 주웠다고 담임에게 가져다주니, 담임은 그 모범생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다. 바로 며칠 후 나도 청소시간에 정말 우연히도 잃어버린 물건을 발견해서 담임에게 가져갔더니 그 담임은 그거 잃어버린 사람이 찾으러 오면 어떡하냐고 바로 제자리에 갔다 놓고 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선행 어린이인가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추천하라 했는데, 좀 힘든 청소구역인 운동장 청소원들에게 가장 청소 열심히 하는 아이가 누구냐고 묻던 일이 있었다. 그때 아이들은 모두 나를 추천했는데, 그랬던 것이 나는 정말 쓰레기 줍는 것이 재밌어서 구석구석 뛰어다니면서 다른 애들보다 2-3배는 많은 쓰레기를 주워었왔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의견이 내게로 몰렸음에도, 담임은 무시하고 다른 애에게 선행상인가를 줬던 기억도 난다. 아아~ 억울한 기억은 더 생생한가 보다… 그 순간, 순간들이 다 떠오르네. 또… 제일 마지막 시험 때, 담임과도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니고, 맨날 뺀질거리기만 해서 나는 성적이 팍 뒤떨어졌는데, 다른 아이들이 모두 나보다 성적이 좋게 나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던 일이 있었다. 그때 그런 나를 보고 담임은 이게 다 자업자득이란 식의 훈계를 했다. 마지막까지 기억이 좋지 않았던 담임이다.

[4학년 담임 선생님] 몇 가지 혼재된 기억들
초등학교 4학년 담임부터는 얼굴이 기억난다. 50대 정도의 나이드신 분이었는데, 4학년때가 초등학교 과정 중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뒤떨어지는 아이들이 생긴다 말씀하시곤, 열심히 공부를 시켰던 분이다. 잘하는 아이는 확실히 칭찬하고, 과제도 빡쎄게 내주시는 동기부여에 능숙능란하신 분이었는데… 못하는 아이에게 못되게 구는 일은 없었지만, 몇몇 아이들을 편애하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주는 일명 ‘기합’은 물구나무 서기였는데… 그건 정말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좀 심한 것이었다. 모든 이가 쳐다보는 교탁 바로 옆에서 계속 떨어지는 다리를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다보면,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도 그것이지만 수치심 때문에라도 안 울고 돌아오는 아이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담임이 시키는 데로 잘 따라하는 편이여서 이쁨을 받는 편이었다. 그 당시에는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그냥 뭐 괜찮은 듯한 선생님이라고 느꼈었는데, 후에 돌이켜 생각하다보니 그리 좋은 선생님이라곤 여겨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생전 촌지같은 것은 챙겨보지도 않았던, 우리 어머니가 담임에게 촌지를 줬었다는 것도 조금 이상하고(어머니한테는 못 물어봤는데, 반에서 내가 ‘총무’를 맡고 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스승의 날 때 스타킹 세트를 주었는데… 그것을 바로 다음날 내게 되돌려 주더니 그냥 스타킹이 아닌 ‘고탄력 스타킹’으로 바꿔오라고 했던 것(돈을 더 주고 바꿔와야만 했다)도 뭔가 마음 상하는 일이었고… 마지막으로 학교 전체 문고집 같은 것을 만드는 데, 내가 써서 낸 시를 내게 말하지도 않고, 선생님이 제일 편애하던 반장의 이름으로 올렸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

[5학년 담임 선생님] 제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가 내 초등학교 시절의 전성기가 아닐까 싶다ㅋ 그때 평생지기 친구들의 패밀리가 시작되었던 때이기도 하고… 담임선생님이 너무도 괜찮았던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선생님은 누구누구를 편애하지도 않았고, 공부도 잘 가르치시면서, 무엇보다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듯했다. 또한 아이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벽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선생님은 가끔씩 옛날 자기 이야기도 해주고 그랬는데, 선생님의 아픈 기억들을 돌이킬 때는 울먹울먹하시던 것이 다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반 아이들은 대체로 다들 사이도 좋고, 선생님 말도 잘 들었었던 듯하다. 나도 앞서 말했듯이 평생지기 친구들도 그때 다들 모인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정말 중요한 것!

[6학년 담임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입니다. 
좋았던 초등학교 5학년을 뒤로하고 맞이한 초등학교 6학년. 그야말로 생애를 통틀어 최악이었다. 담임은 아주 사소한 것을 두고 열받아 하고, 아이들에게 걸핏하면 신경질을 내는 분이었다. 아이들에게 특별히 힘든 기합을 주거나, 마구 때린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정말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교묘하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시던 분이었다. 제일 기억이 남던 때는, 소풍때인가 다른 반 아이들은 자기 담임에게 먹을 것도 갖다 바치고 그랬건만, 너희들은 어떻게 음료수 캔 하나를 안 가져오냐고 대략 1시간 동안 폭발을 했던 적이 있었다. 모두를 눈 감도록 하고 “너희들은 똥벌레야. 똥벌레보다 못한 아이들이야. 화장실에 있는… ” 이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던 적이 있었다. 어린 나에게도 이 선생님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던 그 ‘똥벌레 세뇌시키기’는 한 번으로 끝나진 않았다. 대략 두 번정도 더했던 듯하다. 나는 착실한 편은 아니었지만 성적이 괜찮았던 편이었기에 담임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긴 했지만, 담임이 노골적으로 싫어하던 아이들은 그때 듣기로 거의 ‘봉기’ 수준 전까지 같던 것 같다. 매일 청소시간마다 모여서 계획을 짤 정도였으니깐. 그 외에 수많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던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는 건 그리 없다.

돌이켜 보건대

어떤 분은 “교사” 라는 직업적인 마인드로 우릴 대하신 분도 있었고

어떤 분은 자신의 권위/권력을 기분에 따라 막 대하시는 분도 있었고

어떤 분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분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 분들의 작은 한 마디, 한 상황, 한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

선생님이 지내고 있는 현재는

제자들의 과거-현재-미래에 깊숙히 연관맺고 있다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메세지를 모두들 간직해주셨으면 한다.

좋은 선생님

어려우면서도, 또 뭐 달리 생각하면

어려울 게 있으랴

당신의 진심어린 마음이면 될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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