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DJ’s MUSIC

2008년 한해의 노래감상은 100대명반으로부터 시작해서

인디음악으로 빠져들기라고 하면 맞을까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함께 진행하였던 <100대 명반> 중 안들어봤던 것을

한번씩 들어보기 시작한 취미가 일편향적인 내 음악적 취향을 매우 다채롭게 만들어준 듯하다.

<100대 명반>이라는 귄위와 순위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던 다양한 음반들을 접해보는 기회라고 여겨본다면

당신도 당신에 맞는 명반을 발견할 수 있을 것.

암튼 복학생으로 발을 딛기 시작한 2008년

시기별로 들었던 앨범들을 추억해본다.

*루씨드폴 <국경의 밤>과 이지형 “BARISTA Tea & Coffee Vol.1 Muz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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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향에서 지내는 2008년 초. 그때의 겨울.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대충 알바를 하러 다니고, 고향친구들과 오늘은 뭐하고 놀까를 고민하던 룸펜생활 중 들었던 앨범들이다.

바로 서울로 상경하여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 복학준비생(?)의 욕구를

역설적으로 매우 잔잔하거나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달래주고 있었다.

겨울밤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루씨드폴의 <국경의 밤>을 듣는 것은

정말 정말 언제나 가슴 안에 조그만한 불씨를 지피는 느낌이다. 좋다는 이야기이다!

*못 <비선형> <이상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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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대명반에서 알게 된 그룹이다.

네티즌 평판중에 빨려들기 때문에 피해야 할 음악이라고 말하신 분이 있었는데, 첫 소절을 듣자마자 왜 그런 말이 나왔는 지 알 것 같았고, 내가 좋아할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08년 2월 서울에서 함께 했던 앨범이다.

2008년 2월은 이제 막 서울을 상경하였고, 시덥지 않은 프리랜서 같은 알바를 하면서 서울을 홀로 배회하던 시절이다.

바닥을 치는 듯한 우울한 겨울의 끝자락.

못의 앨범 분위기와 유사한 시기가 아니던가. ㅎㅎ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못의 앨범을 들으면서 내 스스로가 우울해진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다. 슬퍼지거나 그렇지도 않고…

단지, 차분해진다고나 할까. 그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못이 이야기하는 슬픔과 나를 관조하게 되는 듯한 느낌? 뭐 그랬던 듯.

*불독맨션 “SALON Musica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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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과 함께 들었던 음악이다. 못이 좀 심했다 싶으면 불독맨션을 듣고, 불독맨션이 좀 질리다 싶으면 못을 들었던 듯.

이한철의 애교넘치는(?) 목소리와 다채롭게 통통 튀기는 리듬이 진정 먼 남국에 간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들으면서 계속 연륜이 있는 아티스트가 만들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음반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듯.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허클베리핀 <환상… 나의 환멸>과 몽구스 “THE Mong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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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기 초에 즐겨들었던 허클베리핀의 <환상… 나의 환멸>과 몽구스의 “THE Mongoose”

학기 초는 조금 발랄해줘야 한다. 물론 두 앨범 모두 몽환적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울한 내 음악적 취향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내게 발랄한 것이다.

허클베리핀은 100대 명반에서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앨범을 진정 들으면 들을수록 명반이었던 듯. 근데 이때는 그리 많이 듣진 않았고, 나중에 3집에 지독하게 빠지게 된다.

몽구스는 그 특유의 혀 꼬인 목소리와 신나는 비트가 몽환적임과 동시에 대단히 세련된 느낌이었다. 마치 주술을 외우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면서 노래한다고나 할까.

*한영애와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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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애와 말로의 음악은 콘서트 때문이었다. 이상은, 한영애 그리고 말로가 함께하는 콘서트 티켓을 샀기 때문에 예습(?)할 겸 들은 것.

개인적으로 이상은 광팬이어서 예매한 것이었는데, 예습 겸 듣다가 한영애에 그야말로 푹! 빠지고 말았다. 그때가 2008년 한여름이었다.

한영애의 그 활화산 같은 폭발력에 그야말로 매료되어 한영애의 전 앨범을 사랑하게 되었다. 특히나 좋아했던 것이 2집과 3집. 허스키하고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는 <코뿔소>를 듣다보면 정말 더위까지 확 날아가는 듯했다. ㅎㅎ

말로는…

좋아서 들으면서도 뭔가 날 확 끌어당기는 느낌을 별로 받지 못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콘서트를 갔다와서 뭔가 재즈의 매력이란 이런 것인가 했다.

확! 쥐어잡는 건 아닌 느낌인데, 어딘가로 순간이동 해 있는 느낌. 특히 말로는 그 어딘가가 강가인 것만 같다. 강가에서 흐르는 물을 계속 응시하는 느낌. 뭐 그런 매력. 아, 언어화시킬 수 없는 느낌이다… 어쨌든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마이앤트메리 “JUST 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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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대명반에서 알게 된 그룹이다.

2008년 여름의 끝자락에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넣던 그 앙증맞은 트럼펫 소리.

세련된 리듬. 정말 더위에 지쳐있을 때 딱 좋은 앨범!

*언니네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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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100대 명반에 나온 앨범을 들어본다고 들어본 것.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 이건 델리스파이스랑 정말 비슷하다! (델리스파이스도 좋아한다) 라고 느꼈던 그룹.

근데 듣다보니 미묘하게 느낌이 다르긴 했다. (그래도 비슷하긴 하다)

역시나 고운 목소리의 보컬도 보컬이지만,

일렉기타(다른 악기들은 식견이 없어서 잘 캐치를 못하겠다) 등의 반주소리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앨범이다.

*유앤미블루 “NOTHING’S Enough Good”와 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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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역시 100대 명반에서 알게된 앨범들이다.

한국 모던락의 시작, 너무 이르게 모던해서 주목받지 못했다는 비운의 앨범이라는 유앤미블루의 앨범은

정말 21세기에 듣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모던했다.

그리고 바로 이후에 이승열의 앨범을 이어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

좀 유행(?)하는 듯한 맑고 예쁜 목소리의 남자보컬과는 완전 다른 느낌의 이승열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끝내준다.

뭔가 무거운 추처럼 장중하면서, 느끼한 저음은 아니고… 대단히 세련되게 질러준다.

이적 목소리와 좀 비슷하다는 분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

글쎄, 풍기는 색채가 좀 더 장중하고, 그러면서 모던하고…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짙은 가을날에 잘 어울리는 앨범인데..

나는 늦여름에 들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GOODBYE Aluminium”과 W & Whale “HARDBO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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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굉장한 팬이었고 새로 알게 된 W & Whale 이었다.

달빛요정의 새 앨범은 처음 들었는데 “고기반찬” 을 외치고 있어서 좀 쇼크를 먹고… 좀 뭔가 흠흠흠 인데 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듣다가 역시나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ㅎ 달빛요정의 앨범은 감상하기 보다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고, 같이 따라부르면서 울부짖게되는 느낌이다. 이건 들어보면 안다!

새 앨범에서 느껴지는 어떤 자조를 들으면서… 나는 당신을 응원하고, 나 자신을 응원하게 되던 그때는 가을이었다.

W & Whale 은 듣자마자 푹 빠졌던 음악인데, 아쉽게도 좀 일찍 질린 앨범이었다.

그래도 비루한 것들의 즐거운 카니발과 같은 앨범이었다. 달빛요정과 다른 느낌으로 쓰다듬어주는 그 목소리. 럼블피쉬와 김윤아를 섞어놓은 듯한 그 맑은 목소리. 가을하늘처럼 잠시 날 스쳐지나갔다.

 *허클베리핀 <올랭피오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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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을날 폭~ 빠져버렸다고 한다면 단연코 허클베리핀의 <올랭피오의 별>이었다.

전에 4집 <환상… 나의 환멸>을 좋아했다가, 거슬로 올라가 3집을 듣게 된 것인데…

이때야 비로소 허클베리핀이 얼마나 대단한 가수인지 알게 된 것 같았고, 정말 팬이 되어버리게 한 앨범이었다.

깊은 밤, 세상 어디에든 홀로 선 그대를, 온통 뒤흔들어버릴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깜깜한 심연에 빛나는 별과 같은 앨범.

 *브로콜리 너마저 Ep <앵콜요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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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즐겨들었던 앨범. 그런데 아무래도 Ep 인지라 뭔가 중간에 끊겨버린 느낌이 있었는데… 정규 1집이 얼마 후 나와서 2009년 시작을 정규 1집과 함께 보내고 있다. 붕가붕가레코드 라는 특이한 회사를 누군가 소개해주어서 알게 되었는데… 이들은 무엇보다 가사가 장난이 아니다.

 *눈뜨고 코베인 “POP to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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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가 뜨고 나서, 알게 된 그룹이다. 처음 들었는데 뭐야 이거. 뭐야 이거. 하다가 좋아하게 된 앨범이다. 뭔가 음악계의 별미음식 같은 느낌. 신선하고, 화끈하고 뭐 그렇고… 듣다보면 개운해지기도 하다. 그런데 가사를 잘 음미해서 듣다보면… 어, 이거 장난이 아닌데… 하게 되는 앨범. 2008년 말, 겨울에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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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앨범이 좋으면, 질릴때까지 그것만 죽도록 듣는 특이한 성질 때문에

이렇게 들었던 음반을 시기별로 정리하는게 가능했다.

처음 정리해보는 음악감상 1년사이다.

중간중간에 내가 역시나 좋아하는 이상은의 앨범을 치유(?) 겸 들었었고

그 외에 미선이, 두 번째달, 숏버스 OST, 원스 OST, travis 등을 듣기도 했었는데… 뭐 시기와 관련지어 그 다지 쓸 말이 없어서 그냥 둔다.

그리고 2009년이 보름이나 지난 요즘엔 브로콜리 너마저 정규 1집, 스왈로우, 오지은, 이소라의 앨범을 듣고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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