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19.] 바람부는 날

집을 나서는 데 부는 바람은
꽤나 가을바람이었다.

하늘에서 부는 것 같은 바람

여름의 바람은
대지에서부터 열기를 품고 지글거리며 사람을 밀쳐내버린다 치면

가을의 바람은
하늘에서부터 횡 하고 스쳐 지나가 버리지

머리칼이 붕 뜨는 잠깐의 시간동안만
하지만 강하게
그것을 느낄 수 있지
그래서 가을이 더욱 외롭게 느껴질지 몰라…

그는 꼭 어디라도 가야할 것 같은 사정이었다.
그렇지 않고 있는 동안은
계속 마치 몸이 가려운 것 같은 지경이 될 것 같았다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하고

그의 방을 영영 맴돌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서울을 걸었다.

동대문과 종로를 번갈아 지나는 꽤 오랜시간 동안

그 자신과, 그 자신의 현재와, 그 자신의 계획과, 예상할 수 있는 미래 같은 것도 어김없이

그를 찾아왔지만

그 일상적 문제들보다

그에게 더 흥미로왔던 것은

마주치는 행인들의 ‘그 어떤 것’ 들이었다.

서로의 시선을 의식하며

어김없이 무표정으로 찔러대는 그들.

서로 피를 흘리면서 속울음을 삼키고 있을 지 모를 그들.

언제

“난 피를 흘리고 있는 처참한 짐승이야!” 라고 외칠 수 있을까

그는 딱 스무살 때 밤바다 앞에서

“평범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겠어!”

라고 외친 적이 있건 만…

그 외침이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틀어져버린…

스물다섯.

어느 바람 부는 날의

그,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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