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 거의 밤을 지새웠을지도 모른다.
이 밤이 끝나, 내일인 일요일이 되기전에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의무감때문에
그럴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 한 편정도 더 봤을 수도 있고
음악파일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으는 짓을 하면서
한숨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녁시간때부터 비는 그쳐있었고
그는 공원에 쓰레기를 버리로 간다는 핑계로
외출하였다.
서울 하늘, 금새 터져버릴 것 같은 구름이 바람따라 빠르게 이동하였고
전에 보던 것과는 달리 서울 하늘은
깨끗했다.
그 이색적인 광경에 그는 오랜만에
서울구경을 새롭게 했다.
빌딩들, 아파트, 동대문 쪽까지…
‘학교를 졸업하고, 집 계약기간도 끝나면 난 저 서울공간 중 어디에 살게 될까?’
미래에 대한 그 암울한 질문이 닥치면, 그는 현실은 내팽개치고 이것 저것 상상과 소망들로 채워버리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들만 상상하고는 말아버렸다.
이를테면 뭐 아무래도 학교 근처에 집을 잡았으면 좋겠어, 주변에 큰 마트도 하나 있고, 또 뒷산도 하나 있고, 공원도 하나 있고,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전원 콘센트를 자유롭게 쓰면서 앉아있을 수 있는 까페든, 주민센터든 그런 것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집은 햇볕이 잘 드는 집으로 지금 있는 가구들을 버리지 않을만한 크기였으면 좋겠어, 월세 아닌 전세로…
라는 소망들을 떠올리고 그것이 곧 바로 현실이 될 것처럼, 바로 지금에서부터 현실인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단순하게 enjoy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그의 인생의 대부분이 아니었을까.
*
공원에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 몰려있었다.
토요일이여서 그랬을 것이다. 이제껏 그렇게 비가 퍼부어댔는데, 아이들은 잠자리채까지 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잠자리가. 이태까지 보지 못했던 잠자리들이 공원 여기저기에 있었다. 몰려달리는 잠자리 그리고 몇몇 동네주민들과 연인들.
그는 이미 운동을 끝낸 터, 천천히 박수를 치면서, 누구 눈초리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총총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잠깐,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박수치게끔 시키는 일이었다. 학창시절이나 군대에 있을 때 몇분에 박수 몇회 치라고 하는 게 얼마나 싫었던지. 그것이 건강에 좋던 말건. 정말 얼굴까지 빨개지면서 열나게 박수를 쳐야한다는 행위는 고개숙여 인사를 시키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럴 때 말고는 운동삼아 박수를 쳐본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버스가 회전하는 곳에 볼록거울이 하나 있었다.
그는 집에 있는 거울에서보다 더 건강하게 보이는 자신의 상을 보면서 씨익- 웃으면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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