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먹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그 어떤 선택도 없었다.
무엇인가라도 사먹을 돈이 없었다.
그는 이제 약 3일째 동전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생길때마다 나중을 위해 둬야지 하고 모아두었던 것들을 500원짜리만 겨우 챙겨가지곤 그걸 교통비로 쓰고 있었다.
어제는 단기알바를 간답시고 교통비로만 4천원 가량이 깨졌다.
그리고 오늘 최소 2천원 깨진다 치면, 이제 동전조차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라면을 끓였다.
말라비틀어진 청량고추와 마늘을 넣은 라면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벌써 징그러워졌다.
이걸로는 안될 것 같아
냉동실에 있던 만두를 몇개 넣었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라면치고 고기도 조금 먹는 셈일거다.
뭐, 배고푸지만 않는다면야…
기어이 쑤셔넣고 냄비는 그냥 개수대에 던져버렸다.
살기위해서 먹는 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징그러운 면발들이었다.
어쨌든 시험은 보러 가야한다.
너무 추운 전철을 타고 경기상고로 갔다.
삼청공원 근처이고 그래서 카메라 렌즈에 곰팡이라도 슬기 전에 몇방 찍어볼까 할려다가 말았다.
백원짜리 까지 모두 긁어모아보면 필름 살 돈은 대략 나오겠으나, 혹시 내일 입금이 안 될경우 다른 알바자리가 구해져도 교통비가 없어서 외출을 못나갈 형편인 것이다.
그럴 여유는 없다
입금이 언제 될 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저 MP3로만 귀를 채우면서 왔다갔다 외출을 마친 그는
또 컴퓨터를 켜보았으나 알바몬이든, 경력개발센터든, 알바천국이든 거의 가능한 단기알바는 다 봐둔 상태였다. 새로고침을 몇번 하면서 넋을 놓고 있는데…
컴퓨터 뒤에 있는 벽지에 살고있는 곰팡이에 눈이 갔다.
혹시 몰라 하고, 얼마전에 청소를 한바탕 치뤘던 책장을 보니, 살며시 눈에 안보이는 곳이 그야말로 초록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밖의 비도 거의 그칠 기새였고…
그는 오랜만에 또 한바탕 청소를 헀다.
거의 쉴틈을 안주고 몸을 굴려서, 닦고 또 닦고, 또 닦고…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방에 먼지 하나, 머리카락 하나 안남기고 깨끗하게 둔다고 한다.
그저, 다른 별로 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히스테리 때문에…”
그의 빈곤한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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