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17.] 착함, 좋은 일 그리고 인내함

활동보조를 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갈 때마다 많이 듣는 소리가

“젊은 사람이 좋은 일 하네요”

하는 소리이다.

보통 그 이야기는 장애인 분 본인이나 혹은 장애인 분 본인과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는 사람이 한다. 그럴때마다 수없이 부끄러워지는데, 그것은 나는 그저 시급 6,000원을 받고 일하는 알바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른 아르바이트와 비교할 때 시급이 약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는 나.

뭐가 좋은 일인가!
마치 대단히 선량한 사람이구나 하는 그 대접이 내게는 너무도 과분한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내가 만일 자원봉사자라 하더라도, 돈을 받지 않고 보조업무를 하더라도…
그것은 좋은 일 혹은 착함이라고 불리워져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어떤 사람을 통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아주 조금… 정말 미약하게나마…

나는 우리 사회에서 속히 중증 장애인이라 불리우는 사람을 아주 가까이에서 대한 경험은 없었다. 특히나 단둘이거나, 특히나 주기적으로 긴 시간동안 대한 일은 별로 없는데… 뭐 지금은 그리 긴 기간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해서 적응이 되는 시간은 지나왔다.

그런데 내가 보조업무를 하면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감정은

인내함이다. 좋게 말하면 배려이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참는다 일 것이다.

느리고 알아듣기 힘든 말을 경청하기 위해서
식사를 보조하기 위해서
소변일을 보조하기 위해서
이동을 보조하기 위해서

나의 원초적 감정은 인내함 이었다.

그런데 보조를 하고 있던 장애인분의 친구분이 한 분 계시는데…

그 분에게는 아무것도 특별할 것은 없다.

단지, 그 분은 ‘어떤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 친분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친하기 때문에 그 분에게서는 보조 업무가 아닌… ‘원래 그랬던것처럼’ 이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고 묻기 전에
그냥 몸이 저절로 가는 것 같은 모양새?

가족관계 사이에서도, 뭔가 느껴지는 인내함의 덩어리가 느껴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처음 그 분을 봤을 때,
무의식중에 착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는데

그 분이 뭐 착하긴 착한데, 그렇게 천사는 아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도 아니고…
성실한 사람도 아니고…

뭐 그냥 평범지긋한 약간의 다혈질 정도?

가족중에 중증장애인이 계시다는 게 특별하다면 특별하다는 것…

생각이 드는 게
이 사회속에서 장애인으로 지칭받는 한 인간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심성이 착하구나 하고 여기고, 좋은 일로만 여겨서는 근본적 변화를 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좋게 여겨준다는… 그러한 단순 봉사정신에서 나오는 것은 좋지만, 그런 연유로 여러 사회봉사자들이 봉사를 하 있는지도 모르지만… 일상적 차원에서 장애인들은 ‘착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인권이 아닐까.

장애인과의 친분을 의식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아주 일상적인 친분활동을 비일상적 무대로 끌어내어서

하나의 벽이 되고 있는 것만 같다.

좀 전 이야기 했던 그 분은 전혀 착하지 않다.
그 분은 의식적인 것보다, 그저 친분으로…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활동을 보조하는 행위들을 하면서도 인내함이 필요치 않은 것은
아주 단순하게도, 익숙해졌기 때문이고,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맨 처음 대할 때보다는 조금은 자연스러워 짐이 사실이다.

그와 그녀도 당연히 사람인데 라는 생각.
그저 친분이 있는 건데 라는 것 앞에 봉사라는 딱지를 붙이기 전에

한번쯤 그들의 관계와 공간이 더 사회적으로 열려져야한다고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장애인 교육시설을 따로 만들려고만 하기 전에 보통의 일반적 학교에서 시설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봤어야 되고,
단기적인 휠체어 리프트 전부터 엘르베이터를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는가

우선 그와 그녀들을 사각지대에 몰아넣고,
봉사활동 하는 이들을 착하다 라고 불러주는 것으로 양심을 덜어내려 하지 말고,

그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서로 익숙해 진다면…

인내함은 뛰어 넘어지는 것이다.

장애라는 장벽은 허물어 질 것이다.

‘안경’ 이라는 보조도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듯이
‘휠체어’ 라는 보조도구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되도록

장애는 사람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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