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의도적으로 늦게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봐와 어떤 상황일지가 뻔했다. 설레발을 치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맴맴- 돌다가 공상과 현실을 들락날락했겠지. 그래서 일어난 시각이 2시 정도. 오늘이 명필름 1차 합격자 발표날이기 때문이다. 명필름의 최종합격자가 2명 밖에 안되는 곳이기에, 가장 기대하지 말아야 할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나리오 전문으로 전형을 치루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에 의도하던 의도치 않았던 어찌 보면 가장 열심히 준비했던 곳이기도 하다. 명필름 합격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다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완성을 목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최종합격을 바라지 않는다는 거짓말이지만, 어쨌든 1차 합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디든 1차에서 족족 떨어지기도 했거니와, 1차에서 라도 붙는다는 건 그래도 내가 낸 전문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매력을 지니고 있긴 하구나- 라고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기니깐.
2시에 일어나서 빈 속을 대강 채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데- 발표를 앞두고 있기에 뭐 하나에 집중도 못하겠고 그래서 영화나 내리 봤다. 명필름 발표의 단점은 홈페이지 같은데 공지로 올려주질 않고 개별연락을 취한다는 것. 공지로 딱 못을 박아주면 좋은데- 그렇지도 않으니 더 답답한 노릇이다. 영화 몇편이 끝났음에도 핸드폰은 울리질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 명필름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보니 면접대상자는 이미 개별연락을 완료했다는 짤막한 게시물이 떠 있다. 그랬구나. 합격자들은 전부 개별연락 받았겠구나.
속절없이 다시 한번 멘탈에 스크래치가 나면서- 한예종 홈피라도 한번 들어가본다. 여러가지 공지가 떠 있는데- 이번 주말에 실시할 영어시험에 부적격자를 공지하고 있다. PDF 파일에 수험번호가 쭈욱 있는데 정말 이때는 가슴이 벌렁벌렁. 연출전공은 서류심사를 하고 발표를 하는 게 아니라, 서류심사 플러스 영어시험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 서류미비나 대학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만 적격자가 아니라고 공지를 띄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켠에는 설마 여기까지 떨어지면 끝장이라구! 제발! 이런 외침이 울리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부적격자는 아니었다. 우선 영어시험까지는 칠 수 있는 것. 휴…
그리고 단국대 홈피를 들어가본다. 2016년도 대학원 공지가 떠있다. 한예종 1차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진학원서를 내는 일정이다. 우선 입학 지원 서류 양식만 다운로드 받아뒀다. 아직 쓸 지 안 쓸 지는 모르겠다. 전형료도 10만원이나 내던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단국대도 쓸 것 같다. 절망을 유예하기 위해서 뭐 하나라도 기다리게끔 하는 걸, 번갈아서 남겨둬야만 한다.
그 장편은 정말 별로인가?
그 단편은 정말 최악인가?
누군가에겐 그럴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가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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