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써클-박기형] 가오다시만 90년대

이 영화를 본 것은 순전히 배우 이태성 때문이었습니다.

“사랑니”에서 연기했던 신인 배우 이태성에 꽤나 눈길이 갔었는데요.
뭐 그런 것 있잖아요.

남들은 잘 몰라주는데
나만 알고 있는 숨어있는 유망주 발견하기… 같은 거요.

근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배우 이태성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번 역에선 조금 어두워질 필요가 있었는데요.
여전히 “사랑니”의 고등학생처럼 순진무구한 학생처럼 굴어버렸어요.
욕하는 것도 어설프구요, 사투리 섞인 억양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그 대신 정경호가 꽤 잘 해대군요.
그가 요즘 뜨는 이유를 알겠어요. ㅋㅋ

그리고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요.
이것은 1991년 이야기를 하는데요.
결코, 결코, 결코!!! 1991년 같지 않은 화면을 연출해줍니다.
저는 처음의 그 친절한 연도 타이틀을 보지 못해서, 계속 현대인줄만 알았어요.

이게 과거인 줄 알았던 것은 지난 경찰 유니폼을 보고나서였어요.
그럴수밖에 없었던 것이, 교복도 최신 간지 교복인데다가
입고 다니는 사복도 그리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 옷들이었어요.
서울 거리중에선 삼줄 아디다스 간판도 나와요. 다른 옷집들도 그냥 그대로구요.
아주 가끔씩 의도적인 연출로 나이트크럽이니 뭉툭하게 생긴 전화기니 하는 게 나오긴 하는데요. 티가 날 정도로 소박한 소품일 따름입니다.

전 굳이 이것을 1991년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90년대의 감성을 전혀 건드리질 못했어요.
그럼에도 감독이 91년을 굳이 선택했던 것은
이 학원 액션 로망스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면
매력이 쭉쭉 떨어질 것만 같다는
감독의 자신감 부족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소품 외에 90년대 감성을 건드리는 에피소드는 거의 전무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현대라는 시간 속에 90년대 감성을 건드리고 싶은
어설픈 학원 액션 로망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또 실패작임과 동시에 아류라는 딱지를 붙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이것저것 성공했던 학원 액션물들의 익숙한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영화 “친구”가 대표적이구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영향도 있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주인공의 친구들이 어설프게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 억양을 구사하는 것과 너무도 익숙한 당구장 격투씬 같은 것들이죠.
슬로우 모션과 화려한 영상이 너무 과도했던 것도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암튼 영화는 구렸고, 이태성도 실망스러웠구요.
그나마 정경호 건졌습니다 ㅋㅋ

PS: 90년대 로큰롤 팝송을 줄기차게 틀어대는데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지…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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