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수업, 식비, 연대

컴퓨터수업

오전에 이대역 근처에서 컴퓨터 수업을 듣고 있다. 애프터이펙트와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애프터이펙트는 기능이 너무 많아서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배워버리니, 정말 헥헥 – 그만.. 그그..만… 하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허덕이고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는 자체 기능이 그렇게 많은 프로그램이 아닌지라, 기능 숙지에 허덕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드로잉 센스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나의 미적 센스에 대한 한계를 체감하면서 따라가고 있다.

사실, 두 프로그램 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자체는 알고 있던 프로그램이었기에… 배울 게 없으면 어떡하지?! 하면서 등록한건데… 배우고 연습해야할 게 쏟아지고 이전에 포토샵과 프리미어로 씨름했던 것을, 일러스트레이터와 애프터 이펙트로 너무도 쉽게- 해결해버리니- 진작 일찍 좀 배워둘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내가 숙제를 열심히 해가는 건 아니다. 지금은 숙제를 할 수 없는 비상시즌이야, 라면서 숙제를 계속 스킵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어쨌든 두개 다 조금만 더 연습해서 능숙해지면 써먹을 데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식비

고정수입이 없는 일상이고, 통장잔액이 차츰차츰 줄어드는 게 보이는 시점이라 요새 1시반에 수업 끝나고 어떻게 하면 저비용으로 배를 채울까 하고 이대-신촌을 배회하곤 한다. 이대역이라서 이대랑 가까운데, 이대 학식을 먹으로 가는 건 뭔가 조금 용기가 부족하다. (일행이 있더라면 했을텐데)

그래서 연대까지 걸어가서 학식을 먹기도 하고, 3천원짜리 꼬숑돈까스라는데도 가보고- 저녁에는 불광역에 가서 1500원짜리 탕수육을 파는 허니돈을 먹기도 한다. ㅎㅎ

바로 집에 가서 알아서 챙겨먹으면 제일 저비용일테지만, 산만한 생활태도 때문에 밖에서 여기저기 떠나녀야 그나마 생산적인 일을 조금 더 할 수 있기 때문.

연대

수업 끝나고 연대를 종종 거닐으니 예전 생각이 났다.

연대는 그 이전에 두번정도 간 것 같은데 처음 갔을 때는 고3 때였다.

고3 초기였는데, 학교에서 전부 다는 아니고 학생들 서른명 가량을 모아서 서울 내 일일 대학투어 같은 걸 했었다.  그때, 서울대, 연대, 고대를 갔다오는 프로그램으로…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각 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고등학교 출신 재학생 선배가 투어를 시켜줬던 것 같다.  (그럼 서울대는 어떻게 했지? ㅋㅋㅋㅋㅋㅋ)  이른바, 일류대 진학 의욕 고취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던 것 같은데… 그 효과가 꽤 있었다.  기억에 남는 어떤 친구는 대학교 내 학교 마크가 새겨져 있는 기념품을 사서, 책상위에 올려두고 의욕을 불태우기도 했으니깐.

그 투어에서, 내 기억에 남은 서울대는… 오오- 정문 티비에서 보던대로 생겼네. 건물들이 작고 낡았네. 끝.  고려대는 뭔가 다 새삥한 느낌이네. 끝.

그런데 연대는… 아아… 건물들 엔틱하고 예쁘다…  그때… 내 머릿속에 대학이란 이렇게 생겨야해… 라고 했던 게 어느정도 구현되었던 곳이라 할까…  각각 개성있는 모양새를 갖춘 나즈막한 건물들이 세월의 흔적을 갖고 있었고, 담쟁이넝쿨로 휘감아주기까지 했다.

그때, 그래서 그러면 나, 연대에 가겠어!! 라는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예쁘장한 학교는 서울 깍쟁이들이나 가겠지?! 나는, 아득바득 깡으로 버티면서 살아야 하는 그런 애니깐…. 정말 수능 대박나면 고대나 가야지… 이랬던 것 같다.  뭔가, 정보에 바탕하지 않고 건물 외관으로 판단하는 저 소년의 감수성이란 ㅎㅎ

그리고 두번째 방문했던 연대는… 노동자대회 전야제 쯤 됐던 것 같은데.. 밤에 단체로 간 거라서 노천극장이 크다… 이것만 기억난다.

암튼.. 오랜만에 다시 와 본 연대는 속으로 쏘옥 들어가면…  사적으로 지정된 내 기억을 남겨줬던 건물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입구부터 거기까지 나올 때까지 온통 여기저기 공사장판이다. 그러고 보니 유리로 된 신축건물들이 꽤나 솟아났으며, 이대와 흡사하게 무슨 지하단지(?) 같은 것을 새로이 조성하는 것 같다.

뭔가 아쉽다. 대학의 크기를 이렇게 늘려야 할까. 작고 아담하면서 조화로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은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유리빌딩만 열심히들 지어놓아버리는 지…

올튼이가 투어를 시켜줬던 스웨덴 룬드지역의 대학교가 어른거리기도 했다. 거기는 대학교 건물이 한국처럼 몰려있지가 않고, 마을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데, 건물들이 양식적이고 한국 유리빌딩처럼 그렇게 높게 솟아있지가 않다. 어떤 것은 그냥 집처럼 생겼고, 어떤 것은 무슨 유적지 처럼 생기기도 했다. 마을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마을 가게와 옆에 생뚱맞게 서있고 그렇지가 않고 꼭 넓은 정원 혹은 마당에 나무들에 둘러쌓여 있어서 자뭇 신비스럽기 까지 했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신축 유리건물을 짓고, 각종 현수막들을 늘어놓는 모습은 그저 내가 제일 잘 나가! 라고 꽥꽥꽥 외치고만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연대는 사적으로 등록된 건물 몇점이 남아있고, 전체적으로 캠퍼스 부지가 부족한 편이 아니라서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화로운 캠퍼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공사 마쳤을 때 모습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성대만 봐도 성균관 이름이 무색하게… 유리빌딩을 쩍쩍- 세워두고, 건물 이름에는 삼성가 사람들의 호를 붙여두질 않나…

내 재학시절에  600주년 기념관 앞에다가 무슨 대학평가 중 사립대학 중 1위를 했다고 “OVER THE SKY” 라는 문구를 박은 현수막을 쩍 하고 달아놓아서…. 와…. 정말 천박함의 끝이다… 라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암튼… 연대를 거닐면서 이런저런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런 잡생각의 달인!

그러면서 연대를 나서는데, 누군가 공학관이 어디냐고 나한테 물어봐가지곤 흠칫! 모른다고 웃어버렸지…

뭔가 나와 상관없는 학교의 캠퍼스를 거니는 것은… 묘한 위기감이 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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