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를 의뢰

오늘은 영문번역 감수를 하는 분과 홍대쪽에서 미팅이 있었다.

점심먹자마자 나와가지고- 연신내에서 점심 먹고 남대문에 수리된 카메라를 찾고…

이때부턴 다급하게 움직여줘야한다!

왜냐하면, 홍대로 가는 교통편을 빨리 이용해야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시청역으로 가기 위해… 빠른 걸음을 움직여주는데…

대로 한편에- 노점을 깔고 앉으신 어르신이 눈에 띄었다.

마음에 드는 글씨 써드려요… 라고 현수막을 대강 걸어두고… 희안하고 형형색색의 글을 도장 같은 기구를 이용해서 글씨를 만드시던 분.

어?!

아… 저거네…

단편 더 헌트의 타이틀 폰트가 영 구리구리해서 맘에 안들던 찰라…

게다가 홍대에 가는데… 미팅시각까진 약 3시간의 텀이 있는 이 찰라…

홍대에도 어딘가 노점을 깔고- 캘리 써 드려요~ 하는 천막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연듯 지나친 것이었다.

마치 인사동에서 캘리 도장을 즉석에서 파주듯이 말이다.

그래서 홍대에 도착하자마자 젊음의 거리 따위를 지나쳐보는데…

노점이 대학로보다도 없다… 하하하

혹시나… 해서… 지도 어플을 켜고, 그냥 캘리그라피 라고 검색해보는데..

어랏?! 캘리 화방… 뭐 이런식의 상호명으로 몇 군데가 뜬다…

그래서… 발 가는대로… 한번 찾아가보았다.

2층엔 까페가 있고, 1층 같기도 하고 반지하같기도 한 작은 캘리그라피 화방 앞에 두 여인께서 구름과자를 드시며 이야기를 나누시길래..

내가 어리벙벙하게 다가가.. 어… 여기가… 캘리….?! 하니깐… 지금 안 계시는데… 라고 하며 목적을 묻는다.

캘리그라피가 필요해서 찾아왔다고 하니… 지금 수업가시긴 했는데…. 음…. 하며 전화를 하시더니만… 곧 오실꺼라며 나를 안쪽으로 안내해주신다.

아아- 감사하셔라.

결국, 작업을 하다 오신 듯.

미술용 앞치마를 매고 오신 캘리 디자이너(?)님…

이렇게- 연락없이 찾아온 건 거의 처음이라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으신다… ㅎㅎ

이러쿵, 저러쿵해서… 독립영화의 영세함을 어필하며 굽신굽신하며… 캘리 의뢰를 드렸다…

말씀 드리면서도… 아… 왜 나는 항상… 작업을 도와주시는 분들께… 작업의 영세함을 어필하면서…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가… 하는 작은 자괴감을…. ㅠ

(이따가 만나는 번역 감수하시는 분께도 똑같은 얘기를 드렸었는데….ㅠ )

언제… 영세한 이 여건을 탈출할 수 있을런지…흑흑…

어쨌든… 감사하게도 이렇게 불연듯 찾아온 가난한 독립영화인의 요청에 잘 맞춰주셨고…

캘리를 내일까지 받기로 했다.

원래 캘리그라피까지는 계획에 없었는데…

뭐, 현재 타이틀 폰트가 구리구리하기도 하고… 이번 작품은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배운다 생각하지 뭐..

어쨌든… 이번에 새로 해보는 게 많아서(번역도 해, 번역 감수작업도 해,  타이틀 캘리 작업도 해, 색보정도 외부 맡겨… )

이것저것 경함상 배우는 건 꽤 많을 것 같다…

어쨌든… 오늘은 이렇게 갑자기 든 생각을 실행에 옮겨봤는데… 생각보다 우연처럼 일들이 잘 풀려서- 꽤나- 괜찮은 날이었다는 것.

오늘의 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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