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학기:PPT1] 시험결과와 파워포인트 첫 수업 (2011.10.17)

오늘 어떤 학생이 일찌감치 와서 저번 시험 성적에 대해 묻는다. 시험성적이 다들 좋지않아서 우선은 비밀이라고 대답했다.

시험성적이 정말 나빴다. 필기시험의 경우 100점만점에 최고 점수를 맞은 학생이 70점이었고, 최저점수를 맞은 학생은 20점이었다. 실기시험의 경우 후하게 줘서 90점대까지는 있지만, 역시 최저점수는 20점대도 있었다. 필기의 평균점수는 50점 정도였고, 실기는 60-70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물론 문제를 어렵게 내긴 했지만.

학생들이 각 기능을 실습자를 따라서 구현하는 것은 곧잘 하지만, 종합적으로 응용해서 정확하게 구현하는 능력은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얼핏보면 흡사하게 문서를 만들어놓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꼼수를 쓰거나, 여기저기 뒤틀린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런 낮은 점수대를 그대로 학부에 올릴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시험 점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답을 서로 확인해보고, 최고점수만 공개했다. 그리고 시험시간에 오지 않은 학생의 처리문제가 골치아팠는데, 일단 뭐라뭐라 이유를 대긴 댔기 때문에 재시험을 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필기문제 몇 개만 고쳐서 수업시간에 풀어 내라고 했다. 급히 수정했기 때문에 몇몇 문제는 동일했고, 학생도 나름 고득점을 맞았다. 그러나 시험시간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학생은 점수를 그대로 제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맞은 점수에서 40% 정도를 마이너스 시킬 예정이다.
학생들이 모두 와서 수업을 시작하려하니, 학생들이 성적을 알려달라고 항의와 애걸복걸을 한다. 나는 성적이 좋지 않다고, 가장 높은 점수만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필기시험 성적만 다 알려줬다. 필기시험은 답안을 오늘 알려줬기 때문에 어차피 다들 알 수 있기 때문. 20점 맞았다고 해도, 별 충격이 없나보다. 노력하라고 이대로 가면 안된다고 하면 알겠다고, 됐다고 하기 일쑤. 휴.
그리고 파워포인트 수업을 진행했다. 파워포인트에서 시각화 기능 몇 가지만을 제외하고는MS Word 와 기능이 같기 때문에 그리 많은 수업 시수가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았다. 진도를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해서 오늘은 슬라이드 마스터나 슬라이드 노트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기본 인터페이스 몇 개와 MS Word에서 한번 배웠던 기본서식들을 파워포인트에서 한번씩 해보는 것으로 진행하려 했다.

기본적인 것들이어서 딱히 예제만들 것도 없었는데, 그게 실수였는지 오늘 수업 진행은 그리 원활하지 않았다. 다들 한번씩 했던 내용이어서 이거 하라고 시키면, 다른 것을 만져보기 일쑤. 그래도 파워포인트는 상당히들 하나보다. 차트부터 애니메이션가지 곧잘 끼워넣어놨다. 대충 기본적인 기능들을 보여주고, 따라하게끔 해도 학생들이 너무 앞서나가서 시간이 남아버렸다. 나머지 십몇분동안은 연습시간을 갖게끔 했다. 하지만 순순히 파워포인트 연습을 할 학생들이 아니었다.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내게 한국말을 가르쳐달라고도 하고, 한국 노래를 들려달라고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해요” 같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수업을 10분 정도 일찍 끝냈다.
오늘은 시험성적도 발표하고, 파워포인트도 너무 기본적인 내용을 해서 그런지 뺀질거리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 수업진행이 조금 막힌다 싶을 때는 ‘뭐 하라는 거야?’, ‘우리가 한국어를 배워야겠군’ 하는 둥의 말들이 튀어나오곤 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약간의 단어와 늬양스 그리고 말한 다음 다른 학생들의 웃음소리 등으로 추측컨대… 그럴때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우즈벡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라고 마음을 부여잡기도 한다. 도대체 자유자재로 이해할 날이 오긴 올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조금 위안인 것은 오늘 첫번째 수업시간이 끝나고 어느 학생이 나에게 컴퓨터를 좀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추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프로그램에 대해서 배우고 싶냐니깐 그냥 워드도 좋고, 파워포인트도 좋고 연습해보고 싶단다. 달리 프로그램을 정하진 않아서 조금 막연한 감이 있지만, 거절하기도 그래서 우선 내일 낮에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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